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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외길 연구 40년

고혈압 외길 연구 40년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병법’이라고 가르친다. 심장혈관계 질병의 명의로 꼽히는 노영무 세종의학연구소장의 생각도 같다. 그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최고의 방법이라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1941년 출생, 고려대 의대 졸업, 고려대 의대 교수, 미국 국립심장겿?혈액연구소 심장학부 연구교수,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소장, 대통령 심장내과 자문의 현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 겸 세종의학연구소 소장

노영무 세종병원 세종의학연구소장은 대한민국 심장혈관계 질환 치료 분야의 기틀을 닦은 의사로 꼽힌다. 1941년생인 노 소장은 올해로 예순여덟.

고령에도(본인은 여전히 젊다고 생각한다) 그는 오전 5시30분이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BMW(버스·전철·걷기)를 타고 병원으로 향한다는 노 소장의 일과는 심장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의 병력을 정리하는 일로 시작한다.

환자의 증상과 치료법을 정리한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 후배 의사들이 더 나은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물론 환자가 찾아오면 직접 진료에도 나선다.

한국 성인 사망률의 20%를 차지하는 심혈관계 질환의 대표 질병은 고혈압이다. 심혈관계 환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쉽게 발생하는 데다 뇌졸중,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심부전증, 급성심근경색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질병이지만 고혈압은 합병증을 일으키기 전에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조기에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그래서 꼼꼼하게 병을 관리하며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 소장은 지난 40년간 한결같이 연구에 매진하며 환자의 상태를 세밀히 관찰해왔다. 그래서인지 찾아온 환자의 완치율이 남달리 높았고(본인은 환자의 병과 궁합이 맞은 덕이라고 한다)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에도 공헌했다. 이번 포브스코리아의 ‘대한민국 100대 명의’ 조사에 응했던 동료 의사들과 의학 전문 기자들이 그를 심혈관계 질환의 명의로 꼽은 이유다.

노 소장은 국내에 ‘혈전용해술’이라는 치료 기법을 체계적으로 도입한 의사다. 그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83년, 당시 국내 의료계에서 사용하던 혈관 치료법은 일본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하루에 10만 mg의 약물을 혈관에 투여해 막힌 부위를 뚫는 방식이다.

노 소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10분에 200만 mg의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는 꾸준한 연구와 임상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미국에서 보편적인 방식인데 무조건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는 결국 약물을 짧은 시간에 대량 투여하는 것이 혈관벽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가 소개한 치료법은 지금은 한국 어느 병원에서나 사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관상동맥 치료법이다. 나중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석영 상(賞)’도 받았다. 혈관수축성 질환에 대한 개념 정리도 그의 업적이다.

80년대 중반 노 소장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이 발병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전에는 병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도 내려지지 않고 있었다. 그가 발표한 이후 국내 심근경색과 협심증 환자들의 완치율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찾아온 환자 관리나 제대로 하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한 결과다.

“환자들이 더욱 정확한 진단을 받고 더 수월하게 치료 받게 됐습니다. 의사로서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없지요.”노 소장은 70년대 중반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에 진로를 놓고 고민을 했다. 당시만 해도 심혈관계 질병은 한국에서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심혈관 전문의와 함께 연구를 할 기회가 생기자 마음을 굳혔다.

환자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한 명의 환자라도 제대로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의 결정은 이후 한국 사회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의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해가며 심혈관계 질환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 야채 많이 먹고, 걸어 다니던 시절에는 심혈관계 질병 발생률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부자병이라고까지 불렸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고기 섭취량이 늘어난 데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잘살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가 됐답니다.”


심혈관계 질병이 발생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증상은 복부비만이다. 내장에 지방이 쌓이며 인슐린 활동을 방해한다. 그러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생산해 결국 고(高) 인슐린 혈증이 발생한다.

이 증세로 콩팥에 흡수되는 염분의 양이 늘어나며 고혈압이 발생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도 심혈관계 질병의 원인이다. 흡연을 하면 혈관 굵기가 좁아진다. 혈관을 돌아다니는 응고된 혈액이 혈관이 좁아지는 길목에서 정체를 일으키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상습 흡연자의 경우 혈액의 일산화탄소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아진다. 조금만 운동해도 숨이 차는 등 산소 부족 현상이 쉽게 나타난다. 상습적이고 과도한 음주도 심장에 해롭다. 심장 근육이 수축하는 힘이 떨어지며 전체 기능이 저하된다. 간에 부담을 주며 피로를 자주 느끼게 하는 데다 혈중 중성지방을 높이기도 한다.

노 소장은 나이 40이 넘어 건강검진을 받으면 고혈압, 고혈당, 복부비만, 콜레스테롤 수치에 신경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특히 심혈관 질환은 혈관이 70% 정도 좁아져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작은 신호에도 민감히 반응하라고 충고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에서 나타난다. 가슴 중앙 또는 윗배가 답답하거나 무거운 느낌.

약간 숨이 차거나 체한 것 같은 느낌, 호흡 곤란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면 심혈관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완치율도 크게 높아졌지요. 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육류 섭취는 줄이고 야채를 먹고, 담배와 과도한 음주 피하며, 매일 30분 정도만 걸어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역시 치료보다는 예방이 최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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