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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VS 한진 ‘공중전’ 예고

한화 VS 한진 ‘공중전’ 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부의 지분매각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산업은행 주도의 KAI 지분 매각 작업은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삼성테크윈 등 KAI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이 산은에 지분 공동매각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KAI 인수 후보 기업으로는 한화그룹과 한진그룹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KAI 매각의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개발해 동체부분 최종 조립을 마친 한국형 기동헬기를 정부 관계자 등이 둘러보고 있다.

KAI 지분을 보유한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삼성테크윈은 지난 4월 산은 측에 KAI 지분 공동매각 참여 의향을 구두로 전달했다. 매각을 반대하는 KAI 노동조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서면이 아닌 구두로 의향을 전한 것이다.

산은은 그동안 KAI 지분 보유 기업들에 공동매각 의사를 타진해 왔다. 두산은 비핵심 자산 매각 차원에서 KAI 지분 매각에 동참했다. 현대차와 삼성테크윈 등은 적정 매각가격이 제시되면 언제라도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성장동력 바다에서 하늘로 돌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과 항공산업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테크윈 역시 경영권 없는 의미 없는 지분을 장기간 보유해 온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매각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KAI의 지분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1999년 항공산업 통합 방침에 따라 현대우주항공과 삼성항공, 대우중공업(두산이 인수)이 합쳐지면서 3사가 지분을 똑같이 보유하게 됐다. 현재 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006년 2100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0.5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두산인프라코어, 삼성테크윈은 각각 20.54%씩 갖고 있으며 나머지 7.85%는 기타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업체인 KAI는 한국형 최신형 고등훈련기 T-50을 제작했으며 한국형 전투기(KFP)사업 등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KAI를 인수할 수 있는 후보로는 한화와 한진 등이 꼽히고 있다.

한화는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이후 KAI 인수를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인수 검토작업을 벌여왔다. 그룹의 신성장동력 사업 방향을 ‘바다(대우조선)’에서 ‘하늘(KAI)’로 전환한 것이다.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는 ㈜한화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

한화는 산은 보유 물량 이외의 KAI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인수하기 위해 두산 등 지분 보유 기업들의 매각 의사를 타진해 왔다. 한화는 그러나 최근 산은이 KAI 지분 공동매각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인수 검토작업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성사 쉽지 않을 듯

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KAI 경영권 인수를 위해 면밀한 검토작업을 벌여왔으나 인수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았다”며 “최근 산은이 앞장서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KAI 인수 작업이 부담스러워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2005년 KAI 인수 작업을 벌이다 포기를 선언한 한진도 유력 후보 기업 중 하나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KAI 경영권 인수 의사를 다시 내비치기도 했다. KAI를 인수해 대한항공 항공기제작 부문과 통합해 항공기 제작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2007년 에쓰오일 지분 27%를 인수하면서 여유자금을 쏟아 부은 데다 최근 항공 실적 악화에 따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인수 여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일부 외국계 기업 등도 KAI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두산이 최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KAI 지분 매각을 그룹 구조조정 방안에 올려놓으면서, 두산의 KAI 지분 단독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산은 KAI 지분 매각을 위해 유럽 우주항공업체인 EADS와 협상 중이다. EADS는 여객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모회사다. 산은 측은 주요 산업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다며 부정적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주주인 산은과 현대차, 두산인프라코어, 삼성테크윈 등이 공동매각 또는 각각 단독매각에 나서더라도 매각이 성사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KAI 지분 구조

업계 관계자는 “보통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0%+1주만 매입하면 되지만, KAI 정관에는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명기돼 있어 인수해야 할 지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은 편”이라며 “산은이 공동매각을 추진하면서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규모 이외의 지분까지 떠안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 가격도 문제다. M&A 업계에서는 당초 KAI의 가치를 약 7000억~1조원 정도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KAI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50%+1주 이상의 대규모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데다 경기침체 등으로 가격이 떨어져 실제 가격은 5000억~6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분 보유 기업들이 지분을 쉽게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치권 및 KAI 노조의 매각 반대 의견도 KAI 매각 과정의 변수로 남는다. 김홍경 KAI 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KAI 지분 매각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 역시 한진 등 일부 인수 후보 업체의 KAI 인수를 대놓고 반대하고 있어 매수자가 나와도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개발
국내 유일 항공기 완성체 제조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산 최초의 초음속 훈련기 T-50기(일명 골든 이글)가 초도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완성체 생산업체이자 항공우주산업을 주도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999년 10월 국내 항공 관련 3개 업체인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이 각사의 항공 부문을 통합하면서 설립됐다.

KAI는 국산 전투기인 KF-16에 납품을 시작했고 기본훈련기인 KT-1, 경정찰헬리콥터 BO-105(KLH), 지상훈련장비 CPT 1호기에도 납품하는 등 주로 방위산업에 치중했다. 이후 보잉747 주날개 골격 제작에 참여하면서 민간 기술에도 눈을 돌렸다.

KAI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국내 독자 기술로 최초 개발한 공군 기본훈련기 KT-1을 양산하면서부터다. 2003년 2월 개발에 성공한 T-50 고등훈련기 ‘골든이글’이 초음속 비행에 성공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KAI는 미국 보잉사의 납품업체로도 인정 받았다. A380 초대형 항공기 날개, B767 동체는 물론이고 군사용 아파치헬리콥터(AH-64D) 동체 기술도 갖추고 있어 국산 항공기술의 해외수출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KAI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공위성 등 우주산업 부문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고등훈련기 T-50이 수출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민영화 압박을 받아왔다. 두산의 구조조정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민영화 논란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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