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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사진의 바다에 빠져볼까?

이 여름, 사진의 바다에 빠져볼까?


인간은 자신의 환경이었을 때는 그것을 예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다가 자신의 환경에서 비켜섰을 때 비로소 그것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셜 맥루한의 이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여러 예술 장르 가운데 특히 사진에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이곳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한국 현대사진 대표작가 10: 2009 오디세이’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선 ‘밀레니엄 이후 10년, 사진의 바다 항해일지’라는 부제처럼 세기의 전환기에 변화의 물살을 탔던 한국 현대사진과 각자의 독립적인 작품세계가 뚜렷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명덕·배병우·구본창·이갑철·민병헌·최광호·이정진·오형근·고명근 등 대한민국 최고의 사진작가 9명의 대표작 100여 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품 사이사이엔 마셜 맥루한의 문장처럼 오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 적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지구본 위에 발을 내딛고 있는 사진이다. 구본창의 작품 중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태초에’(In the beginning) 시리즈 중 하나다. 구본창이 창안한 표현 방식이 독특하다.

사진 찍은 것들을 실로 꿰고 다시 프린트해 설치미술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일반적인 사진의 메커니즘 속에 스스로의 개념과 의식적인 행동을 집어넣었다. 이정진의 ‘Thing’ 역시 기존의 도구와 수단으로부터 벗어났다. 사진을 인화지가 아닌 한지에 담았다.


감광안료를 붓으로 여러 번 바른 다음 이미지들을 앉히고 정착액을 바르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사진 속 허공에 떠 있는 사물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민병헌의 ‘스노우랜드’ 시리즈는 언뜻 보면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별이 안 된다. 작가는 가시적인 풍경보다는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자연과 한국의 산수를 사진에 담았다.

민병헌의 작품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 대신 우리로 하여금 자신과 대화를 나누도록 이끈다. 눈보라 치는 역동적 풍경과 눈보라가 지나간 후 또다시 고요하게 소복이 쌓여 있는 풍경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이 전시는 한국 현대사진의 현재를 짚어보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시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안으로는 세기 말에서 21세기 초까지 10년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진의 변화를 가늠하면서 밖으로 한국형 미술 콘텐트를 알리는 시도다. 사진전을 보러 온 학생 박윤정(24)씨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는 작가의 참신한 발상이 묻어나 흥미롭다”고 말했다. 2주 동안 들른 관람객은 4200명에 달하며 그중 20대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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