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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새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

“강남의 새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옛 영동백화점 땅에 첨단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다. 소유주의 경영난과 폐업 등이 줄을 이었던 ‘재수 없던 땅’이 새 주인을 맞아 ‘돈이 굴러들어오는 땅’이 될지 주목된다.

3.3㎡당 1억 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9번지 일대 3101㎡ 부지에 서울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선다. SK건설의 자회사인 부동산 개발 회사 SK D&D(대표 안재현)가 옛 영동백화점을 헐고 짓고 있는 20층짜리 첨단 오피스 빌딩 ‘N-타워’ 얘기다.

2011년 지하철 분당선 개통에 맞춰 모습을 드러낼 이 빌딩은 강남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한강변에서도 쉽게 눈에 띄고 건물 안에서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대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부근 사거리에는 7호선 강남구청역이 지나고, 신분당선 환승역사도 들어선다.

이 지역은 1980년대만 해도 상권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오피스타운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테헤란로 부근 빌딩 값과 임대료가 워낙 비싼 까닭에 반사 이익까지 보고 있어 빌딩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SK D&D가 짓고 있는 빌딩은 강남구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강남구청은 테헤란로의 역할을 분담할 중심 업무지구로 강남구청역에서 선릉역까지를 초고밀도 지구로 개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입지 좋아 매입 제의 잇따라

이런 입지 덕에 빌딩이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팔라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우에서 일하다 와튼스쿨을 거쳐 SK에 몸담은 이 회사의 안재현 사장은 “전광판 등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여러 금융 회사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빌딩의 가격이 2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발 기대감이 크지만 옛 영동백화점 자리는 사연이 많다. 논현동이 ‘논 고개’란 옛 동네 이름에서 유래한 데서 잘 알 수 있듯 이 일대는 60년대까지도 논이었다. 70년대 들어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확 달라졌다. 71년 정부의 토지구획정리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것이다.

당시 논현동 일대에서 땅부자로 소문난 영동고 재단인 영동학원은 83년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영동백화점을 지었다. 갤러리아백화점(85년 완공)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85년), 무역센터점(88년)보다 먼저 들어선 강남의 첫 백화점이었다. 한동안 사람이 몰렸지만 갤러리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들과 경쟁에서 밀려 93년 1월 결국 문을 닫았다. 신세계백화점이 잠시 위탁 경영하다 나산그룹으로 넘어가면서 94년 나산백화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98년 건물 지하 기둥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돼 구청 측이 폐쇄 조치를 하고 백화점 영업을 정지시켰다(균열 원인이 당시 시작된 지하철 7호선 공사 때문인지, 백화점 건물 자체의 부실 공사 때문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산그룹도 부도가 났다. 영동백화점 땅의 새 주인이 나설 듯했지만 복잡한 소유권 문제 탓에 2003년과 2007년 열린 경매가 잇따라 유찰됐다. 그러던 2007년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와 SK D&D의 합작 회사인 ‘MKS개런티유한회사’란 특수목적회사(SPC)가 1005억8800만 원에 이 땅을 사들였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한국 대기업의 개발 회사에 투자한 첫 사례로 개발 기대가 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다시 뻐걱댔다. 더구나 백화점 철거 공사 중 붕괴 사고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후 영동백화점 터는 또다시 방치됐지만 SK D&D가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리먼브러더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공사를 재개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안재현 사장은 “액땜을 워낙 세게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과거는 액땜…이젠 좋은 일만


옛 영동백화점을 헐고 짓고 있는 N-타워 조감도.
SK D&D는 2004년 4월 인테리어와 주택 마케팅, 그리고 부동산 개발 등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올 매출 목표는 1800억 원대.

현재 N-타워 식의 빌딩 개발사업, ‘아펠바움’이란 브랜드의 고급 주택단지 사업, 일산 킨텍스 부근 레이킨스 몰 분양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안 사장은 예전처럼 고수익을 좇아 불법을 일삼으며 치고 빠지는 식의 ‘먹튀형’ 부동산 개발 회사는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고 나면 부동산 값이 오르는 시대는 저물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대개 수천억 원대가 넘는 프로젝트 사업비의 10%가량은 자기 돈으로 부담할 수 있는 자본력과 기획력, 전문성 등을 갖춘 대형 개발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의 개발 회사, SK D&D와 롯데자산개발이 필두인 대기업 계열사, 자산운용사, 요즘은 주춤하지만 저력이 있는 해외 펀드 등이 개발 시장을 주름잡을 것이란 얘기다. 안 사장은 개발, 리빙, 친환경을 회사의 3대 사업 영역으로 잡고 있다. 특히 주거와 친환경을 묶은 영역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액티브 실버’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공략 대상이다. 어느 정도 재력과 건강을 겸비한 이들의 은퇴 후 거주지와 생계 수단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다. SK D&D는 이를 위해 태양광발전 사업과 값싸고 짓기 간편한 모듈 주택사업, 그리고 유기농 농산물 유통사업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에 지은 친환경 단지에 살면서 태양광발전소 지분에서 얻는 수익과 텃밭에서 기른 농산물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안 사장은 “자연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친환경 개발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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