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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던 녹색산업, 이젠 ‘나무’

‘새싹’이던 녹색산업, 이젠 ‘나무’


LG솔라에너지가 충남 태안군에 1100억원을 투자해 약 30만㎡ 규모로 세운 태양광발전소. 지난해 7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석기시대는 석재가 부족해 끝난 게 아니다. ‘석유시대’ 역시 세계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막을 내릴 것이다.”이는 환경주의자의 주장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광물자원장관으로 재임 중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을 지낸 아흐메드 야마니가 한 말이다. 1973년 오일쇼크를 주도하며 석유 무기화에 앞장선 인물인 야마니의 전망이라서 더 호소력이 크다.

석유시대의 위기는 두 갈래로 다가오고 있다. 첫째는 인류는 물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세계 경제로 하여금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대응이다.

둘째는 태양광, 풍력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원동력으로 한 ‘탈(脫)석유경제’가 점차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한 기업으로는 화학회사 듀폰이 꼽힌다. 듀폰은 1990년에 이미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수립해 실천해 왔다. 우선 공정 및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8% 감축했다. 듀폰은 추가로 2015년까지 2004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15%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파이넥스 설비 탄소 3% 저감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07년 연산 150만t 규모로 준공된 파이넥스 설비는 원가절감은 물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줄이는 성과를 함께 이뤘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설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세계 고로 평균보다 3% 적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에 규제만 가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이면서 동시에 사업적 기회를 제공한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그만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이에 따라 경쟁적으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메탄가스 포집 등 각종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에 1억2000만 유로를 투자해 연간 1억1850만t의 배출권을 확보했다. 이 배출권을 돈으로 환산하면 4300만 유로가 된다. 국내 기업들도 속속 배출권을 획득하고 있다.

LG상사는 LCD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육불화황 저감 기술을 개발해 유엔으로부터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CDM) 기술로 인정받았다. CDM이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국가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뒤 유엔 승인을 얻어 감축량만큼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가리킨다.

LG상사는 올해 말까지 구미6공장에 육불화황 저감설비를 구축해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LG상사는 이를 통해 연간 55만~98만t의 배출권을 획득·판매해 약 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녹색기술’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사업보다 시장이 넓고 성장잠재력도 훨씬 크다. 녹색기술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덜 쓰는 LED 조명,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에너지 절약형 빌딩 등이 빠른 속도로 개발·상용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 2차전지·태양광서 두각

국내 기업들은 녹색기술 가운데 태양광 소재, 풍력발전기 부품,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등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태양광발전 패널은 폴리실리콘을 소재로 만들어진다. 2008년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한 동양제철화학은 지난 6월 생산량을 1만6500t으로 늘려 미국 헴록에 이어 생산량 기준 2위 업체로 올라섰다.

동양제철화학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이 현재 벌이는 증설 경쟁은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태양광 산업에 호재로 연결되리라고 본다. 태양광 발전단가가 기존 화석연료 수준으로 떨어지면 신규 발전소가 모두 태양광으로 지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다.

올해 초 LG화학은 GM이 내년부터 양산하는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 단독으로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LG화학은 이어 8월에는 GM이 2011년에 출시할 SUV형 전기차의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삼성SDI는 독일 BMW가 개발하는 전기차 전 차종에 2차전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보쉬와 합작해 설립한 SB리모티브를 통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BMW에 2차전지를 납품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비싸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워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려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세계 1위 풍력발전기 업체 자리를 지켜온 것은 덴마크 정부의 과감한 지원 덕분이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 덴마크는 에너지 수입률이 100%에 가까웠다.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는 풍력발전 사업자가 만든 전기를 기존 발전소에서 구입하는 단가에 30% 더 얹은 금액에 사줬다. 현재 5500기의 풍력발전기는 덴마크 전체 에너지의 20%를 담당한다.

정부는 신성장동력 녹색기술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LED와 응용산업, 그린수송시스템, 첨단그린도시 등을 육성·발전시키기로 했다. 지식경제부 조석 성장동력실장은 “이들 녹색기술산업에 올해부터 2013년까지 6조7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용권 수석연구원은 “녹색산업 육성정책은 초기 시장 조성, 연구개발(R&D) 지원,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시스템적 지원 등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R&D와 시스템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업체에 보조금을 주거나 신재생에너지를 기존 화석에너지보다 비싼 값에 사들여야 한다. 조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할 경우 R&D 지원에 비해 예산이 훨씬 많이 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출권 팔아 지난해 170억원 벌어
인터뷰 국내 최초 온실가스 감축 승인 받은 후성 송한주 사장

후성은 냉매가스를 주로 생산하는 화학업체다. 2007년 966억원, 지난해 1362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이지만 기초소재를 제조하는 업종의 특성 탓에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후성이 국내에서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유엔에서 승인 받았고, 배출권 판매로 지난해 170억원의 수익을 거둔 사실 역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회사 송한주(57·사진) 사장에게서 배출권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어떤 온실가스를 감축했나?
“우리 회사가 냉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가 생성된다. 수소불화탄소는 CDM 사업에서 감축 대상으로 정한 여섯 가지 종류의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다. 우리 회사 울산공장에서 배출되는 수소불화탄소를 1t 줄이면 이는 이산화탄소 1만1700t을 저감한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후성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으로부터 연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200만t가량의 저감 실적을 인정받고 있다.”



>> 수소불화탄소 감축과 승인 과정을 설명해 달라.
“후성은 2002년부터 CDM 사업에 착수해 2005년에 일본 이네오스 등과 함께 IFJ코리아를 설립해 수소불화탄소 감축 사업을 진행하게 했다. IFJ코리아의 수소불화탄소 감축 실적은 2005년에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UNFCCC의 실사를 통과했다. UNFCCC는 분기마다 감축 실적을 승인하고 배출권을 부여한다.”



>> 배출권은 누가 어디에 판매하나?
“배출권은 IFJ코리아를 통해 글로벌 금융기관, 유럽 실수요 업체 및 일본 종합상사 등에 판매한다. IFJ코리아는 지난해 배출권 판매로 5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매출의 일부를 지분 비율로 배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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