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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가 바꾸는 데이트 풍속도

디지털 세계가 바꾸는 데이트 풍속도


케이티 보이트코는 남자친구와 8개월 동안 사귀었다. 두 사람은 함께 다니던 피츠버그대의 한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첫눈에 서로 이끌렸다. 그가 데이트를 신청했고, 두 사람은 커플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보이트코가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기 남자친구가 본인 프로필에서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relationship status)’를 “없음(single)”이라고 바꿔 놓았기 때문이었다. “절대 잊지 못할 거다”라고 보이트코가 말했다. “학교 도서관에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있었다. 페이스북에 접속하자 내 뉴스피드(newsfeed: 친구 회원들의 동향을 알려주는 메시지)에 ‘브래드는 이제 사귀는 사람이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아니, 뭐라고?!’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곧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페이스북상에서 ‘차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시 브래드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사실을 알려줘 고마워”라고 빈정댔다. 그러곤 자신도 사귀는 사람 정보 메시지를 수정했다. 그러자 곧 친구들로부터 문자가 쇄도했다.

“얘, 너 괜찮아?” 한 친구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라고 다른 친구가 물었다. 브래드와 다시 이야기하기까지 몇 달이 지났다. 얼마 전만 해도 온라인에서 전개되는 대학생들의 로맨스는 잘되든 잘못되든 간에 기이하고 숙맥 같고 심지어 애처롭게 여겨졌다.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헤어지려고 웹을 이용해야 한다면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를 매력으로 끌어당길 능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됐다. 그러다가 마이스페이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다가 이제는 페이스북이 온라인 사교계를 평정했다. 이제 연애는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알리는 메시지, e-메일 시시덕거림, 그리고 절친하지도 않은 친구 400명 모두에게 알리는 결별 소식으로 이뤄진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헤어짐이 분명히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케이티 보이트코도 최근 e-메일로 연애를 끝냈다. 답장은 오지도 않았다. “자랑스럽지는 않다”고 지난 4월 졸업한 보이트코(22)가 말했다. “하지만 기술이 데이트를 아주 쉽게 만들어준다.”과거의 어색한 데이트 예법은 사라졌다.

물론 지금도 붐비는 술집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끼리 눈길이 마주쳐 연애가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는 전화번호를 묻는 대신 거의 페이스북 친구 제의로 이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다가 e-메일을 주고받고, 메신저로 대화하고, 시시덕거리는 문자 메시지로 이어진다.

그처럼 실제 대면 전에 적어도 그런 세 가지 의사 소통 방법이 활용된다. “그런 현상은 이성관계 발전의 자연적 단계로 오늘날 대학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서던캘리포니아대(LA)에서 온라인 데이트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줄리 올브라이트가 말했다. “게다가 요즘은 연애를 걸려고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된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웹이 불편한 대화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버림 받음을 감내하기도 더 쉽다. 대화 사이사이의 어색한 침묵도, 지리적 한계도 없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은 잠재적인 데이트 상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두 사람이 같은 친구의 소개로 페이스북에서 만났다고 치자.

그들은 굳이 질문하지 않고도 상대방이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즉시 안다. 또 상대방이 어디서 성장했고, 정치적인 관심이 무엇이며, ‘진지한 연애 상대를 찾는지’ 아니면 ‘단지 한순간 즐기는 데만 관심이 있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첫 번째나 두 번째 데이트에서나 알게 되는 사항이지만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보스턴 외곽의 뱁슨 칼리지를 최근에 졸업한 데이비드 야루스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접근하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상당히 어색할 가능성이 있지만 페이스북이 그런 불편한 첫 단계들을 자기 집처럼 안락하게 느끼도록 해준다.”대학생들은 그런 개념이 데이트 풍속도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서로에게 접근하고, 부담 없이 진지한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이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 사교 웹사이트는 데이트 과정을 공개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보이트코의 경우 같은 결별이 친구들의 관심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노골적인 데이트 제의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데이트라는 ‘게임’에서 뜻밖의 이점도 얻는다. 뉴욕에서 뉴미디어 전문가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하인징어(24)는 최근 한 친목회에서 만난 여자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녀는 즉시 페이스북에서 그의 친구가 됐다. 하인징어는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프로필을 훑어봤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채식주의자라는 점이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프로필에 그런 사실이 들어 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약속된 저녁식사가 다가왔을 때 그는 그 정보를 멋지게 이용했다. “문자로 ‘채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새 채식주의 식당이 있거든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너무 좋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 자신이 그 정보를 전부 제공했는데도 내가 마치 독심술가처럼 보였다.”

물론 그런 이점들은 번거로운 절차를 간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용 가능한 기술이 많을수록 남자나 여자가 좀 더 진지하게 노력하려는 생각이 줄어든다. 보이트코는 “나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이젠 이런 손쉬운 의사소통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남자들이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남자들도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는 여자를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인징어가 말했다. “여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줄 때 느끼는 기분이 정말 그만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를 신청할 때 느끼는 흥분, 그녀를 근사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주변에 그녀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도 그런 ‘고생’을 마다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가 이미 온라인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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