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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이 또 다른 ‘글로벌 위기’ 부른다!

공포감이 또 다른 ‘글로벌 위기’ 부른다!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신종 인플루엔자A’의 공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주식시장도 춤추기 시작했다. 지금 수혜주에는 푸른 신호등이 켜져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안고 있다. 바이러스 위기에 이어 터질지도 모르는 ‘불황 위기’를 진단했다.

신종플루로 국내에서 2명이 사망한 가운데 8월 16일 오후 한국에 수학여행 온 일본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주 초 증권가의 분위기는 대체로 우울했다.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지수는 1600선 고지 앞에서 잠시 주춤거렸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계속 급락하자 동조화 현상을 보인 것.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탄력을 받은 종목도 있었다. 8월 15~16일 주말 동안 국내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형·신종플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하며 덕을 본 업종이었다.

이른바 ‘신종플루 수혜주’, 그 대표주자는 녹십자라 할 만했다. 지난 8월 17일 월요일 아침 9시, 장이 열리기 무섭게 녹십자는 상한가를 쳤는데 이는 공포감이 확산되자 국내 유일의 신종플루 백신 생산업체인 녹십자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던 때문이었다.
다음날에는 숨 고르기를 하듯 마이너스세(-5.54%)로 돌아섰다 이튿날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백신 임상시험 돌입’ 등의 호재가 쏟아지자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급기야 지난 금요일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한가로 치달았다. 중앙백신·중앙바이오텍·VGX인터내셔널 등 백신 관련주, 그리고 유한양행·SK케미칼·씨티씨바이오 등 치료제 관련주도 주목 받았다.

특히 SK케미칼 등은 “항바이러스제가 부족하게 되면 국내에서 ‘타미플루’ 카피약(복제약)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정부발(發) 소식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신종플루 치료에 쓰이는 타미플루는 2016년까지 다국적제약사인 로슈가 독점판매권을 행사한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로슈는 신속한 원료 확보를 위해 각국 제약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 국내 대상기업은 유한양행이다. 그러나 신종플루 사태가 더욱 번질 경우 정부는 특허권 강제 실시를 통해 국내에서 복제약 생산을 허가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타미플루와 흡입형 치료제인 리렌자 531만 명분(전 국민의 약 11%)을 보유 중이다. 그런데 이는 일부 선진국의 비축률 30%,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2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SK케미칼은 씨티씨바이오와 함께 1개월 이내에 타미플루 250만 명분의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세계적 경기 침체 속단은 일러…

이처럼 날개 단 듯 고공행진을 펼치는 일부 제약주와는 반대로 항공·여행 관련주는 낭패를 보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하나투어·모두투어 등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 예외는 있다. 해외여행을 꺼리는 분위기로 인해 국내관광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올여름 피서객이 역대 최대인 75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짝 경기’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의도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종플루 공포감이 확산될수록 소비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거의 모든 소비재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렸던 2003년에도 항공 등 해당 업종은 하락세를 지속한 바 있다. 업종별로는 항공이 평균 -20.96%로 피해가 가장 컸고, 소비재와 의류 업종도 -15.45%나 됐다. 그나마 국내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사스 피해가 가장 컸던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대였던 것이 단기간 내 7%대로 추락했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바깥출입 자체를 꺼리는 사람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방콕족(族)’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반드시 할 필요가 없는 소비활동, 가령 영화 관람이나 쇼핑·외식 등 유관산업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5월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로버트 배로 교수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1870년대 이후 전 세계 36개국에서 발생한 158건의 ‘경제 불황’을 분석한 결과 ‘대유행(팬데믹pendemic) 전염병’이 그 배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예를 들어 1918~19년 무려 400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페인독감’은 무려 13건의 불황 사례를 기록했다.


36개국 평균 성장률은 -6.6%였고, 캐나다(-24%)와 남아공(-24%), 그리고 이탈리아(-22%)는 가장 큰 피해국이었다. 이 시기 주가 실적 투자수익률을 살펴보면 비교 대상 18개국 중 11개국이 -25% 이상의 급락을 경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탈리아(-69%)·덴마크(-57%)·스위스(-54%) 등은 물론 일본(-52%)에서도 주가는 폭락했다. 이처럼 한 국가 수준이 아닌 세계적인 유행병은 또 다른 ‘글로벌 위기’를 낳을 수도 있다.

기업들이 몸을 사려 신규 투자를 줄이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되고, 소비가 다시 위축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몸살을 앓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뉴욕발 금융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서히 풀려가던 경기 회복 수준이 도태될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이번 신종플루 사태가 스페인독감 시절과 같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수반할지 진단하기 어렵다. 신종플루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정보를 모두 모아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1800명 이상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감염자 수 산정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WHO는 “감염 상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가를 감안할 때 실제 감염자 수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6일 이후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 상황의 공식 집계 경신도 멈췄다. WHO는 매우 심각한 근미래를 전망하기도 했다.

“2년 내 세계 인구의 30%(약 20억 명)가 감염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상황은 최악이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사망자만 477명(8월 13일 현재)이다. 현재 미국은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강한 대응책을 강구하면서 일단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자 검사 및 격리치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독성이 강하거나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로 치료가 불가능한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대비해 CDC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든 남반구의 피해는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호주 등지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시작되는 11월 이후 북반구에서도 신종플루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확산일로다.



‘백신 안전성’ 도마 오를까 불안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이후 국내에서는 감염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국에서 258명의 새 환자가 발생했다. 19일(108명)과 20일(97명) 양일에 걸쳐 발생한 환자 수를 뛰어넘는 규모다.
이로써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모두 2675명으로 늘었다.

이 중 현재 831명이 병원과 자택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왜 급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감염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며 집단화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월 10일 강원도 춘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첫 사례가 보고된 이후 해외 출국 경험이 없는 지역사회감염은 최근 들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6일에 숨진 두 번째 사망자 A씨(63·여) 역시 지역사회감염자였다. 집단생활을 하는 군·경찰·학교·교도소 등에서 복수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2~4개월 만에 입원환자가 13만~23만 명, 외래환자가 450만~800만 명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감염자 급증과 사망자 출현에 따라 정부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처방전’은 예방접종용 백신과 치료제의 확보다. 그래서 녹십자 등 관련주가 엄청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신종플루의 치사율은 감염자 1000명당 1명꼴이다. 이는 일반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가 1만 명당 1명의 사망자를 내는 것과 비교해서는 높은 수치다.

하지만 독성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초기 치료 과정에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제대로만 이뤄지면 사망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르면 11월께 공급될 백신으로 인해 이 확률은 더욱 낮아질지도 모른다.


신종플루로 인해 녹십자가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녹십자의 한 연구원이 백신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의 안전성에 있다. 우선 신종플루 백신의 경우 대유행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반적으로 백신을 만들 때 적용하는 안전성 검사를 건너뛸 수밖에 없다.

절차대로만 진행하면 신종플루 백신 생산에 보통 2~3년이 걸린다. 그래서 백신 제조사들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즉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조항을 인정해 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제 역시 고민을 안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해 유행할 경우 타미플루가 감염자에게 듣지 않을 수 있어서다. WHO가 경계하고 있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의 다시로 마사토(田代眞人)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연구센터장은 “초강독성의 H5N1형 바이러스, 즉 조류독감(AI)과 신종플루가 돼지 몸속에서 뒤섞여 인간 사이의 감염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로 변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래저래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니 보일이 만든 영화 ‘28일 후’에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펼쳐질 회색빛 근미래가 펼쳐진다. 상상의 피조물이 현실로 둔갑할 때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바로 ‘패닉’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 급등에는 늘 그렇듯 리스크가 수반된다. 경기 침체 후 단기 급등한 중국발 후폭풍이 심상찮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가지수도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투자자의 몫이다.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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