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oul Serenade] 비뚤어진 도로문화
2006년 초 한국에 와 강원도 정보문화진흥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도 편안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해줬다. 게다가 날씨도 독일과 비슷해 내가 머물기엔 이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서서히 바뀌어갔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독일인과 한국인의 생활방식의 차이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속담 중에 “문화가 다르면 도덕도 다르다”는 말이 있다. 이 글에선 한국의 문화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한 가지 문제를 지적하려 한다. 바로 교통문화다. 그렇다고 내 말을 지나친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한국의 도로 안전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니까 말이다. 우선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거리를 걷다가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자동차가 다닌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런 일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신호등이 이미 녹색으로 바뀌었는데도 왜 보행자가 지나가는 차를 주의해야 하는가?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또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건널목을 건너기 전엔 일단 주위를 한번 더 살펴본다. 이 같은 위험은 거꾸로 운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행자가 차량을 보지도 않고 길을 건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무리를 지어 갈 때면 주변의 교통 상황엔 전혀 무관심하고 자기들끼리의 대화에만 열중하는 듯하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마도 내 말의 뜻을 잘 알리라. 그 다음엔 특히 노인들이 도로 안전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차량과 역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 경험담을 소개하겠다. 종종 장인·장모와 일종의 ‘논쟁’을 벌이곤 한다.
노인들이 훨씬 더 안전한 보도를 놔두고 왜 하필이면 도로 중간을 걷느냐를 두고 말이다. 물론 내가 소도시인 원주에 살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안전문제를 소홀히 해야 하는 이유가 되진 못한다. 조깅을 하고 싶어설까? 그렇다면 왜 운전자의 눈에 잘 안 띄는 밤에 도로의 중간을 달리는가?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장담하기 힘든데도 노인들은 늘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얼마 전 자동차를 구입해 한국에서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욱 더 놀랐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했기 때문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다른 운전자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는 전쟁을 지켜보는 듯했다.
한국 사람들이 교통문화에선 이처럼 ‘저돌적’인 태도를 지녔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태도는 신호등이 이미 빨강으로 바뀌었는데도 막판에 기를 쓰고 길을 건너려는 태도와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동료나 가족과 동승할 때면 아예 안전벨트를 매라고 조르다시피 해야 한다.
안전벨트가 자신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듯이 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아들이 태어난 뒤에도 계속됐다. 내 딴에는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 유아용 시트를 구입했지만 장모님은 안전시트가 오히려 아들의 목에 좋지 않다며 손으로 감싸 안는 편이 더 낫단다.
이럴 때는 정말 황당해진다. 장모님이 손자의 안전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기에 하는 얘기다. 지난 번엔 아내와 함께 차로 서울로 갔다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경험했다. 바로 눈앞에 갑자기 펼쳐진 도로공사 현장이다. 독일에선 으레 도로공사 현장이 있으면 2km 전방에서 미리 알려준다.
그러나 한국에선 급회전을 하자마자 붉은 깃발을 흔드는 공사인부가 불쑥 나타나기 일쑤다. 전방에 아무런 표지판도 없이 말이다. 솔직히 말해 한국의 이런 악습이 몸에 배지 않을까 두렵다. 만일 독일로 돌아간다면 엄청난 문제를 안겨줄 테니 말이다. 빨간 신호등에서 직진했다간 그대로 운전면허 취소다.
어쨌건 내게도 조그만 소망이 있다. 한국인들의 교통문화가 보다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매년 수많은 생명을 구할 테니 말이다.
[필자인 마쿠스 뷕센슈타인은 독일인으로 강원도 정보문화진흥원 애니메이션 사업본부의 창작사업팀을 돕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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