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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海龜)을 잡아라!

바다거북(海龜)을 잡아라!

지난 15년 동안 중국은 미국에 뺏긴 자국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를 되찾으려는 ‘두뇌 확보’ 정책에 온 힘을 기울였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바로 생명과학연구소(NIBS)다. 2003년 설립된 NIBS는 미국 연구소들이 겪는 자금조달 압박과 중국 국영 연구소가 겪는 답답한 관료주의가 없다.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NIBS의 연구 환경은 미국의 어떤 연구소보다 우수하다고 NIBS 연구원들은 말했다. 23명의 연구원 모두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틀림없는 이야기다.

37세의 펑샤오 박사는 NIBS로부터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 받은 뒤 2005년 하버드 의대를 떠나 NIBS에 정착했고, 지금은 최고 시설의 연구소에서 연간 3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박테리아 병원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 남았다면 “소수의 학생, 기술자들과 함께 연구를 했겠지만 여기서는 16~ 17명의 연구원과 함께 일한다”고 펑샤오 박사는 말했다.

박사의 연구팀은 2005년 이후 6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른 곳이었다면 많이 해 봤자 2개 정도”라고 펑샤오 박사는 말했다. 30년 전, ‘개방’ 정책을 선택했던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시장 개방 후 인재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알았다. 그만큼 중국의 교육 체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1966~76년의 문화혁명으로 완전히 붕괴된 대학 시스템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처지였다. 자격 있는 교사와 시설을 제대로 갖춘 기숙사 또한 극히 드물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갈수록 많은 중국의 인재들이 해외로 떠났다. 1979년부터 2008년 말까지 학생 비자로 해외유학을 떠난 중국인은 140만 명에 달했지만,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귀국한 사람은 39만 명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요즘 최고의 인재들을 고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려 심혈을 기울인다. 고국으로 다시 돌아온 귀국자들은 ‘하이구이(바다거북, 海龜)’로 불리는데, ‘해외에서 귀국하다’는 뜻의 ‘하이와이(海外) 구이라이(歸來)’와 발음이 비슷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바다거북은 창의성의 촉매제”라고 귀국유학자협회(WRSA)의 헨리 왕 후이야오는 말했다.

“인재를 되찾은 중국은 진정한 혁신국이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한 혁신을 통해 경제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려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국제 경제·과학 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하는 바다거북들은 중국의 경제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켜줄 일류 기업의 설립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중앙, 자치 정부를 막론하고 바다거북을 데려오려고 혈안이다. 특히 능력이 뛰어난 과학자와 학자, 금융 전문가, MBA 졸업생의 경우에는 파격적 근무조건과 함께 귀국 시 100만 위안(약 15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원해준다. 2008년 12월 시작된 ‘인재 2000 프로그램’은 향후 5~10년 사이에 2000명의 주요 인재 확보를 목표로 내세운다.

“(프로그램은) 매우 효과적이다. 올해 말까지 300명이 중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헨리 왕은 말했다. 7개 지방 자치정부 또한 바다거북을 지역으로 유치하는 소규모 캠페인을 시작했다. “중국 전체를 생각하면 2000명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향후 5년 동안 지방마다 1000명의 바다거북을 유치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헨리 왕은 말했다.

물론, 투자와 하드웨어를 늘리고 인재를 몇 명 더 데려온다고 혁신이 보장되진 않는다. 창의력은 성격상 상부에서 지시한다고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중국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이공계 졸업생 수는 서구사회에 위협을 주지만, 중국의 주류 학계와 연구소에서는 창의력을 질식시키는 장애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논문 건수는 일본과 독일, 영국을 합친 숫자보다 많고, 대학 졸업생 수는 미국과 인도를 합친 숫자보다 많지만, 그 수준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적 사고가 아직도 중국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을 아무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틀에 박힌 생각만을 강요당한다.

윗사람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행동은 위험한 반항으로 간주된다. 중국 학교에서는 표절과 관료주의가 아직도 큰 문제이며, 단순 암기식 학습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으려고 들이는 투자 또한 극히 드물다. 이런 환경에서 지적재산권(IPR) 침해 풍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10월 말 광둥성에서 개최된 ‘혁신과 IPR 포럼’에서 연설을 했던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바다거북들도 중국에서의 R&D에는 아직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발명품의 불법복제가 뻔하다면 아무도 발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활발한 R&D와 첨단기술의 도입을 원한다면 IPR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로크 상무장관은 말했다.

사실 중국 정부는 혁신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바다거북들이 많은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NIBS 공동설립자인 텍사스 대학 생화학자 왕 샤오둥이 그 좋은 예다). “바다거북들은 IPR 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국제규정도 잘 안다. 이들이 선례를 세우고 정책 제언을 한다면 정부 지도자들은 이를 반드시 고려할 것”이라고 헨리 왕은 말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바다거북인 헨리 왕은 자신이 설립한 ‘바다거북 싱크탱크’를 통해 정부 고위관리자들에게 논문 초안을 제출한다. 2008년 3월 중국 정부가 외국 언론의 티베트 유혈사태 보도를 금지했을 때 이를 반대한 사람들도 명망 높은 귀국 인사들이었다. 덕분에 외국 기자들은 쓰촨성 지진 때와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폭동 때 더 많이 보도할 권리를 얻었다.

망가진 중국의 교육·연구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개혁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귀국자들에게는 대학 부서나 연구소, 기업 등에 능력제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권한과 자금이 주어진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많은 조직에서는 연고주의와 개인적인 연줄이 예산 배정의 규모를 좌우했다.

그러나 NIBS와 칭화 대학을 비롯한 명문대학에서 바다거북이 이끄는 연구소의 경우, 미생물학과 면역학, 유전학 등의 생명과학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생명공학 연구에 바다거북이 얼마나 기여하는지 정확히 계수화하기는 힘들지만, 도움이 크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상하이 교통대학교 생명과학공학대학의 리 솅티안 교수는 해당 단과대 학자의 90%가 바다거북이며, 이들이 “혁신적 연구를 이끄는 중”이라고 말했다.

NIBS의 강지 부국장은 “지난 5년 동안 우리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 수는 중국 내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바다거북의 주무대는 학계나 기업이었지만, 앞으로는 정부로도 활동 반경을 넓힐 전망이다. 완강 과학기술부 장관과 천주 보건부 장관 모두 귀국자이며, 청두 시장을 비롯한 많은 정부 관료 또한 바다거북들이다.

지난해, 천주 보건장관은 유제품업체 산루가 수주 동안 은폐했던 우유 제품의 독성물질 함유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핵심은 투명성”이라고 천주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 때 말했다. 혁신뿐만이 아니다. 바다거북의 이주는 중국의 사고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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