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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황사바람 곧 한반도 휘감는다

대륙 황사바람 곧 한반도 휘감는다

중국 대륙의 황사바람이 거세다. 한반도를 온통 황색 모래로 뒤덮을 기세다. 국가의 전폭적 기술·인재육성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은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하고 있다. 해외 인재는 속속 귀국해 중국의 첨단산업을 이끈다. 중국이 한국 조선의 ‘10년 아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것은 결코 이변이 아니다. ‘5년 후면 한·중 경제지도가 완전히 다르게 그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대추격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중국발 경고등은 켜졌고, 한국의 고민은 깊어간다.



# 中 조선 돌풍

34.7% 대 33.8%. 올 11월 중국과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 성적표다. 조선업 분야에서 마침내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사상 처음이다. 한국 조선업은 수주잔량에서 2000년 2월 일본을 앞지른 뒤 10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선박 수주량도 밀렸다. 올 10월까지 중국이 기록한 수주량은 27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t수)에 달한 반면 한국은 164만CGT에 그쳤다. 그럼에도 한국 조선업계는 무덤덤하다.

‘별일 아니다’는 인상이다. 양에선 졌지만 질에선 아직 우리가 앞선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역전당할지 모른다. 중국은 지난해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자체 설계하고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선박제조 기술력도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얘기다. 대륙의 황사바람, 생각보다 거세고 무섭다.



# 하이얼의 욱일승천‘중국의 삼성전자’ 하이얼(海爾)이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정책 ‘조우추취(去出去)’가 이 회사의 욱일승천을 돕는다. 수출 제품 가운데 90% 이상이 독자 브랜드일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고, 인프라도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 30여 개 공장과 8여 개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국제신용도 역시 남부럽지 않다. 중국 국제신용원은 지난해 자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신용도를 평가했는데, 하이얼은 노키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14위에서 무려 12계단 껑충 뛰어올랐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연구위원은 “삼성이 일본 소니를 추월할지 누가 예측했겠는가”라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고 하이얼을 얕봤다간 우리 기업도 소니의 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 워런 버핏이 눈독 들인 비야디중국 기업 하면 흔히 ‘남의 기술을 이용해 조립만 하는 업체’가 떠오른다. 틀린 말은 물론 아니다. 중국 제조업체 중 80%가량은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화제를 모은 비야디(BYD) 그룹이 대표적이다.



‘세계의 공장’ 탈피하려는 중국
▎중국이 2005년 처음 만든 LNG선박.

▎중국이 2005년 처음 만든 LNG선박.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 메이커다. 올해 전기만 이용해 400km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E6)를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기술은 도요타, GM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도 없는 것이다.

중국의 대약진, 그 밑바탕엔 기술력이 깔려 있다. 중국이 거대한 황사바람을 일으킨다. 영향권에 있는 한국은 괴롭다. 무엇보다 양적 성장이 눈부시다. 올 1~9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한 국가는 단연 중국(8467억 달러)이다.

일본(4057억 달러), 한국(2601억 달러)보다 각각 2배, 3배가량 많은 액수다. 무역수지 흑자에서도 중국은 1363억 달러를 올려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01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일본이 한창 주가를 올렸던 1986년 수준이다. 성장률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9%. 사상 전례 없는 불황이 닥친 올해도 9%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스스로 ‘소(小)를 넘어 대(大)’를 이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중국의 질주는 그럼에도 계속된다. 이젠 ‘대’를 넘어 ‘강(强)’을 꿈꾼다. 양적 성장을 탈피해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포부다.

산업연구원 신태용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의 성장 유형 전환과 외국인 투자환경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1950년 신중국 수립 이후 중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최근엔 ‘소에서 대로의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젠 질적 성장을 통해 ‘강한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질적 성장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 연구개발투자 비중을 매년 늘리는 것은 단적인 사례다. 2005년 이후 연평균 20%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다. 같은 기간 미국·일본·유럽연합(EU)의 증가율(4~5%) 보다 최대 4배가량 높은 비율이다.‘해귀(海歸)’ 전략도 강한 중국으로 가는 첩경 역할을 한다.

이 전략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증진하기 위해 해외 유학생을 귀국시켜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20만 명의 해귀파를 유치해 연구개발 부문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파격적 지원은 물론 연구시설 제공도 약속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노력도 눈에 띈다.



해귀전략으로 고급 인재 유치

▎大에서 强으로 변신하는 중국

▎大에서 强으로 변신하는 중국

광저우시(廣州)는 정보기술·생명공학·금융 분야의 해외 유학파가 돌아와 창업하면 최고 500만 위안을 대출해 주고, 100만 위안의 정착비용을 준다.

핵심 기술을 보유했을 땐, 취업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취득하는 것도 허용한다. 항저우시(杭州)도 해외 유학파가 창업하면 100만 위안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런 뼈를 깎는 노력은 알찬 열매로 이어진다. 중국과학원에 소속된 과학자의 81%가 해외 유학파다. 2007년 이후 27만5000여 명의 재외 과학자가 중국으로 돌아와 정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광수(동북아경제통상학) 인천대 교수는 “중국은 과학기술 향상을 위해 해외 유학파를 적극 발탁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제 인구 대국이 아니라 인적자원 대국으로 발돋움했다”고 평했다.

기술력도 날로 발전한다. 2001년 20만 건에 불과했던 특허출원 건수는 2007년 57만3178건으로 185% 늘었다. 쓰촨성 대지진, 글로벌 불황으로 몸살을 앓은 지난해에도 전년비 44% 많은 85만8328건이 출원됐다. 세계에서 특허출원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도 등장했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는 지난해 1737건의 특허를 출원해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중국의 기술력 증진을 보여주는 보고서도 적지 않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가 최근 세계 각국의 정보통신·나노기술·생명공학·환경기술·첨단계측기술·임상의학 분야의 274개 첨단기술을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광통신·멀티미디어 시스템·네트워크 제어관리·고분자 플라스틱 재료·신형 초전도체·내시경 등 10여 개 기술에서 한국을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2009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서도 중국은 과학 인프라 분야에서 6위에 올라, 3위인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중 신성장동력 겹쳐, 5년 후 대비해야이런 괄목할 만한 결과는 중국정부가 꾸준히 밀어붙인 자주혁신 전략의 결과물이다. 외자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이전의 효과기도 하다. 이근 서울대(경제추격연구소 소장) 교수는 “중국기업이 한국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광활한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이전받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근 교수는 또 “한국과 대만은 이런 전략을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꼬집었다. 넓은 시장을 가진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를 뽐낸다. 중국 13억 인구 중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은 4~7%가량으로, 그 수는 4000만~9000만명에 달한다.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이 남한 총 인구보다 많은 셈이다. 중국시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력이 발전할수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 소비재 산업은 물론 자본재·부품소재 심지어 첨단산업에서도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조선·철강·해운·전기전자 부문에서 벌써 한·중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한광수 교수는 “중국의 산업별 추격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전제한 뒤 “얼마 전까지만 해도 7년 벌어져 있다던 조선업만 해도 벌써 따라잡지 않았는가”라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또 “중국엔 아직 삼성·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없지만 수년 내 탄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연구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5년 후면 한·중 경제지도가 완전히 다르게 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최근 “중국이 10년 후면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소비·의료·과학·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우리와 중국의 차세대 산업이 겹친다는 얘기다. 국내 연구소들은 그래서 불안함을 내비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한국기업의 5대 불안요인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기술력을 높이며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질주하는 중국과 절치부심하는 일본 사이에서 또 다시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력에서도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강석훈 성신여대(경제학) 교수는 “향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쾌속질주하는 중국행 열차에 슬기롭게 올라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국이 뛰면 우리는 날면 된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경제학) 교수는 “1등과 꼴등을 빼곤 모두 경쟁해야 한다”며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힘을 잃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샌드위치에 끼지 않은 국가가 몇 개국이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쟁에서 살아남느냐가 관건이지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문형 연구위원도 “중국이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한계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가 긴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승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두려우면 지는 거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강하게 때릴수록 앞 물결은 더 멀리 나가는 법이다. 아직 한 발자국 앞서 있는 건 우리고, 중국은 추격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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