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마비되는 통쾌한 매운맛의 향연
혀 마비되는 통쾌한 매운맛의 향연
맛도 아닌 것이 맛 구실을 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맛이라고 착각을 한다’. 바로 ‘매운맛’이란 놈이다. 단맛·신맛·짠맛·쓴맛 등 네 가지 맛에 살짝 끼어들어 오미(五味)로 표현된다.
그런데 교과서에선 앞의 네 가지 맛만 4원미로 인정한다. 매운맛은 혀가 느끼는 미각이 아니라 통각, 다시 말해 통증에 해당하기 때문이란다. 맛이든 아니든, 매운맛은 묘한 재주가 있다.
우선 스트레스를 확 풀어준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면서 개운한 상태가 된다. 기분을 들뜨게 하는 흥분제 역할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으샤으샤’하려면 매운 음식이 최고다.
2002년 월드컵 때 불닭 등이 인기를 끈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마지막으로 중독성이다. 먹을 땐 매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며칠 지나면 또 먹고 싶은 게 매운 음식이다.
그래서 매운 음식점들이 사라지지 않고 성업 중인지 모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길엔 땡초처럼 매운 레스토랑이 있다. 메드포갈릭으로 유명한 썬앳푸드(대표 남수정)가 문을 연 ‘레드페퍼 리퍼블릭(02-508-1320)’이다. 메드포갈릭은 마늘이 테마였는데 레드페퍼 리퍼블릭은 고추가 테마다.
맵기로 소문이 자자한 중국의 쓰촨 요리 전문점이다. 몇 년 전 중국 현지에서 혼쭐나게 맵게 먹었던 음식들이 메뉴판에 즐비하다. 대표 메뉴는 그릇 한가득 고추가 담겨 나오는 피시 마라탕(3만2500원)과 레드페퍼 칠리치킨(2만6000원). 둘 다 식탁에 오르는 순간 매운 향이 진동해 보는 것만으로도 콧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태국의 쥐똥고추, 멕시코의 하바네로고추, 우리나라 청양고추 등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할 전 세계의 매운 고추가 총출동했다. 여기에 알싸한 맛의 파가라(산초)가 톡톡 터진다. 고추와 파가라가 한꺼번에 씹히면 혀가 마비되는 듯한 통증에 귀까지 얼얼하다. 당연히 생선이나 닭고기에 대한 맛보기는 불능상태에 빠진다.
통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생선살이나 닭고기의 담백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점이 두 매운 요리의 매력이다. 전채 요리로 인기 있는 칠리완탕(9800원)도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 속이 비치도록 얇게 민 완탕피는 후루룩 소리가 날 정도로 부드럽다. 직접 다진 돼지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매일 일정한 양만 수작업으로 제조하므로 서둘러야 맛볼 수 있다. 점심엔 가격을 낮춘 2인용·4인용 세트메뉴가 경제적이다. 마음의 각오를 단단하게 하지 않으면 비싼 돈 치르고 쫄쫄 배를 곯고 나올 수도 있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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