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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과 인공수정

임신중절과 인공수정

최근 일부 산부인과 의사가 불법 낙태시술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낙태는 최근까지도 한국에서 범죄로 취급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행복권 보장이라는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정당정책의 하나로 삼으면서 섹스가 범람하는 것이 선진국 사회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부부생활의 변화 양상이다.

그리고 모든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성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모럴이므로 피임 실패나 냉각된 사랑으로 인해 커플이 원하지 않는 아기가 생겼을 경우에는 그 수태된 상태를 해소하는 방법은 인공 임신중절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아무런 생명체 제거의 합당한 기준도 없이 무차별로 낙태하는 사례가 폭주하자 그것을 규제하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입법화가 추진됐고, 대부분의 국가가 형법상의 낙태죄로서 무분별한 임신중절에 메스를 가했다.

그러자 사생아의 출생이나 강간에 의한 출산으로 생긴 생명체에 대한 친권 포기에 따르는 제반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은 모자보건법이란 특별법으로 처리하는 모순을 낳았다. 즉 한편으로는 임신중절을 규제하려는 법률을 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기에 예외규정을 두어 임신중절을 허락하는 모순된 행정이 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사회에서는 임신중절이 산부인과 의사의 주 업무일 정도로 낙태를 희망하는 환자가 아주 많았다. 통계상으로는 미국이 임신중절이 가장 많은 국가의 1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일본이 따르는 형상이지만 그 통계가 만약 정확하게 잡힌다면 우리나라도 메달권에 들어갈 만큼 중절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의 모든 여성이 임신중절의 경험자라고 할 만큼 중절수술이 많은 미국에서 임신중절은 건국 이후 150년 동안 불면(不免)의 과제였다. 그것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돼 2004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임신중절이 표를 가르는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장 관심이 높은 쟁점 중 하나였다.

미국은 1973년 대법원이 ‘중절을 여성의 권리’라고 인정한 판결 이후로도 중절 반대파와 옹호파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산부인과 의사가 중절 반대파에 의해 사살당하는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첨예한 대립이 가시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은 월경주기법과 콘돔 사용법 이외에 임신중절이 가장 효과적인 산아조절법이 돼 있으며, 미국에서의 중절 허용은 여성의 권리의식 제고라는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오로지 필요악으로 임신중절을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것을 묵인하는 것이다. 임신이 자연수태에서 인공수태로 바뀌는 세상에서 자연분만 때의 가치관이나 율법으로 임신을 모두 다룬다는 것은 스피드 면에서 불가항력이다.

우선 구시대적 발상을 껑충 뛰어넘어서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는 유학(儒學)의 원리를, 고급 공무원 선발시험인 고시(考試)에 출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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