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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신드롬

스티브 잡스 신드롬

3년째 연봉 1달러.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가 모바일 세상을 애플 천하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속속 드러내면서 경쟁사들의 긴장감이 강하다. 기업인이라기보다는 예술가적 기질로 IT 혁명을 주도하는 ‘빅뱅 가이’. 그는 이제 신드롬을 지나 혁신 이미지 화석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김없이 청바지에 까만색 목티 차림의 그를 향해 세계가 환호하는 이유를 밝힌다.

스티브 잡스의 바람이 거세다. 그가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태블릿PC ‘아이패드(iPad)’를 발표하고 난 뒤 전 세계 모바일 업계의 스티브 잡스 벤치마킹은 더 가열되는 분위기다.

그가 설립했고 현재 최고경영자(CEO)로 몸담고 있는 애플사(社)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패드’라 불리는 ‘태블릿PC’를 선보였다. 태블릿PC는 키보드 대신 터치 스크린을 통해 손가락이나 펜으로 입력하는 소형 PC다.

물론 태블릿PC는 애플이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이미 HP나 델 등에서 만든 여러 종류의 유사 제품이 시장에 즐비하다. 하지만 애플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방향은 전혀 달라진다.

앞서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iPhone)’이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것과 흡사하다. 이번엔 아이패드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스스로도 “내가 지금까지 한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애플이 만든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를 밑바닥을 깔고 아이패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패드는 9.7인치 화면에 3세대 이동통신,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등 기능이 내장돼 PC로 음악 듣기와 인터넷, 비디오 시청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 사업방향을 ‘모바일’로 돌리는 의미좀 더 쉽게 말하자면, 크기로 따져 아이폰의 2.5배 정도 큰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이패드가 노트북 컴퓨터(맥북)보다 아이폰에 가깝게 설계됐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단순히 여기에서 그친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2007년 초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세계 IT 시장에 던진 충격은 대단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방향이 ‘모바일’로 향하도록 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후끈한 열풍이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열풍에 그치지 않고, 광풍(狂風)이 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말 그대로 세계 IT시장을 향해 미친 듯이 사납게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중심에 스티브 잡스가 우뚝 서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선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통해 IT기기 산업은 물론 콘텐트 유통 구도와 더불어 미디어 시장 판도까지 바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애플은 아이패드의 성공 관건을 ‘콘텐트’로 보고 신문, 잡지, 출판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트는 아이패드에선 유료화될 것으로 전망돼 콘텐트 업계의 관심도 높다.



IT 사업 모델은 이제 ‘잡스 식이냐, 아니냐’로 이분화미국의 출판그룹 맥그로힐의 테리 맥그로 회장은 아이패드가 발표되기 전날인 1월 26일 경제전문 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태블릿PC는 아이폰 운영체계(OS)를 탑재하면서 데이터 전송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그로힐은 애플과 태블릿PC에 내장될 콘텐트 제공 협상을 벌여왔다.

맥그로 회장은 이어 “태블릿PC가 나오면 교육출판 시장을 더욱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태블릿은 정말 환상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뉴욕타임스(NYT), 방송은 CBS 및 월트디즈니와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세계 언론과 출판 업계에서 주목 받는 것은 이른바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의 등장을 신문, 방송, 책 콘텐트가 무료로 공급돼 특히 신문사, 출판사 등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스티브 잡스는 이번에 공개한 아이패드를 이용자들이 구독료를 내고 콘텐트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구독료 개념으로 신문이나 책, 음악,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그간 전 세계 IT 및 미디어 업계가 애플의 태블릿PC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에 가히 ‘스티브 잡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법하다. 규모가 크든 작든 거의 모든 관련 기업이 스티브 잡스를 따라 배우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스티브 잡스의 벤치마킹 대상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용자들이 스스로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한 환경인데, 이를 통해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 문화를 뿌리 깊게 박아 놓아 애플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IT업계 사업 모델이 ‘스티브 잡스’식(式)이냐 아니냐로 이분화될 수도 있다”는 다소 성급한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2010년 아이패드가 애플의 향후 경영 성적표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다.

▎2010년 아이패드가 애플의 향후 경영 성적표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다.

PC, 노트북PC, 넷북, 스마트폰으로 나뉘었던 IT기기(디바이스) 시장도 스티브 잡스 신드롬으로 후끈거리면서 시장의 판바꾸기를 예고하고 있다.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특히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넷북의 위기감이 고조될 조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소개하면서 “넷북은 이제 쓰레기통에 넣을 때’라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통신시장에서 지난 90년대 중후반께 1~2년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진 ‘시티폰’(걸기만 할 수 있는 휴대전화)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스티브 잡스 신드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스티브 잡스의 오랜 꿈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스토리텔링도 또 다른 화제다. 키보드 대신 펜으로 화면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은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하면서 품었던 ‘오랜 꿈(long-cherished dream)’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티브 잡스 신드롬은 한국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강 IT 인프라스트럭처와 인재, 정부의 육성 의지를 갖추고도 애플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혁신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두환 KT 사장(서비스디자인부문장)은 “디자인이 뛰어나고 이용자 인터페이스(UI)가 경쟁자를 압도하는 부분이 잘 알려져 있다”며 “무엇보다 애플이 기술을 서비스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플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할 때 콘텐트 유통 채널 ‘아이튠즈(iTunes)’를 동시에 선보이고 아이폰도 ‘앱스토어(AppStore)’를 연결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계적 특성만 강조하는 경쟁사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했다. 애플은 또 ‘단순함이 최상의 세련됨’이란 철학을 구현하며 21세기형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휴대전화 재질은 물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품까지 신중하게 선택한 디자인이 혁명적이다. 스티브 잡스 신드롬이 확산되는 가운데 스티브 잡스가 일구어 놓은 경영 성과는 꼼꼼히 챙겨 봐야 할 부분이다. 스티브 잡스 신드롬이 ‘환상’이 아니라 실체가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때마침 아이패드 출시를 이틀 앞두고 애플은 2010회계연도 1분기(2009년 9월 28일~12월 26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156억8300만 달러, 영업이익은 52.4% 늘어난 47억25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33억7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8%나 껑충 뛰어올랐다.



애플의 철저한 ‘비밀주의’ 도마에이 같은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아이폰 돌풍이 있었다. 아이폰은 지난 분기 870만 대나 팔려 지난해 동기보다 판매량이 100% 급증했다. 아이폰 판매가 늘어나자 콘텐트 유통 포털 아이튠즈와 연동 가능한 맥북 판매도 덩달아 늘어났다. 지난 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336만 대를 판매한 것.

스티브 잡스는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애플은 이제 500억 달러(약 60조원) 기업이 됐다”고 스스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이폰 열풍이 애플의 경영 성과에 크게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실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란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시곗바늘을 잠시 십수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1997년 스티브 잡스는 다 망해 가던 애플의 CEO로 다시 돌아왔다. 이에 앞서 1985년 그는 30대의 나이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가 복귀할 당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기반 최강자임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로 애플은 전 세계 10%도 안 되는 매니어층이 사용하는 군소 PC업체에 불과했다.

친정으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몇 년 동안 전열을 가다듬은 후 내놓은 첫 작품은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였다. 그는 이를 통해 삼성, 아이리버 등 한국 기업들이 주름잡던 MP3 플레이어 시장을 단번에 점령했다. 이어 애플은 2003년 아이튠즈를 만들어 가장 많은 음악을 파는 회사가 됐다.

2007년에는 아이폰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휴대전화 업체가 됐다. 애플은 지난 12년 동안 시가총액을 약 1500억 달러 늘렸는데, 90배 정도 오른 수치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MS의 시가총액은 겨우 3배 증가에 그쳤다. 애플을 탄탄대로에 올려놓은 것은 스티브 잡스의 시장을 꿰뚫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스티브 잡스의 전략은 개방과 통제의 양면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완전히 시장을 개방해 전 세계 누구든 자신의 콘텐트나 서비스를 앱스토어에 올려 영업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일률적으로 7대3(개발자:애플) 비율로 이익을 나눠 갖는 정책을 폈다.

결과적으로 현재 약 10만 개의 소프트웨어가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으며, 전 세계 약 7500만 사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아이패드의 성공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매출을 잠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패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새 제품이 대한 자신감이 앞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지난 1월 27일 미 뉴욕 증시에서 장중 내내 약세에 머물던 애플의 주가는 아이패드 발표와 함께 수직 상승했다.



삼성·노키아 등 라이벌 직접 거명애플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4.21달러(2.05%)까지 뛴 210.15달러에 거래됐다. 이후 상승세가 주춤하며 207.88달러에 장을 마쳤다. 업계의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애플의 주식이 28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패드가 애플의 향후 경영 성적표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다.

아이패드가 성능이나 디자인에 비해 가격이 놀랄 만큼 낮은 수준(16GB 와이파이 모델 499달러)인 데다 스티브 잡스 신드롬에 따른 후광(後光)효과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스티브 잡스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57위에 올랐다. 지난해 포춘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CEO에 뽑히기도 했다.

현대인이 향유하는 IT 세상에 스티브 잡스가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신드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맨 먼저 손꼽힌다. 스티브 잡스가 3년째 연봉 ‘1달러’를 고수하는 것도 카리스마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마저 돈다.

애플의 철저한 ‘비밀주의’도 도마에 올라 있다. 애플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제품의 대략적 실체와 개요에 대해서만 설명한 뒤 출시는 3~4개월 후에 한다. 애플이 제품 출시를 늦게 하고 출시 직전까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후속 보도를 유발하고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스티브 잡스 신드롬을 부추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애플 제품에서만 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도 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 신드롬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애플은 모바일 회사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삼성이나 노키아보다 크다”라고 어록을 추가했다. 애플이 모바일 세계 최강이라며 라이벌들을 도발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앞서 2007년 초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회사명에서 컴퓨터라는 단어를 떼어 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애플은 이미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성을 내세워 삼성으로부터 MP3 주도권을 빼앗았다.

아이폰으로 노키아를 단숨에 눌렀다. 스티브 잡스가 공공연히 애플 천하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속속 드러내자 휴대전화 제조와 이동통신, 인터넷 기업들까지 스티브 잡스 앞에서 떠는 형국이다.

스스로를 ‘빅뱅 가이(Bigbang Guy)’라고 칭하는 스티브 잡스. 그가 전 세계에 스티브 잡스 신드롬을 확신시키면서 모바일 빅뱅을 준비 중이다. 어김없이 청바지에 까만색 목티 차림의 그를 향해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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