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없는 수술로 머리를 심는다
흉터 없는 수술로 머리를 심는다
탈모로 고민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모발 이식술을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수술 과정을 동영상으로 본 후 포기하고 말았다.
머리숱이 많은 후두부(뒤통수)의 두피를 가로로 길게 떼어내는 장면 때문이었다. 김씨는 “두피를 도려내는 장면이 끔찍했다”며 “두피를 떼어낸 자리에 깊게 상처가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최근 김씨와 같은 탈모 환자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흉터와 통증이 없는 모발 이식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의 콜 박사에 의해 개발된 첨단 모발 이식술인 CIT(Cole Isolation Technique)가 그 주인공이다.
CIT는 두피를 도려내는 절개식이 아니라 모낭을 하나씩 옮겨 심는 비절개식 수술이다. 그동안 비절개식 수술은 머리에 흉터가 남진 않지만 모낭을 적출하기가 어려워 모낭 손상률이 높았다.
옮겨 심은 머리카락이 살아남을 확률도 낮아 탈모 환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CIT는 이런 단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모낭 적출 전에 샘플 모낭을 채취해 모낭의 방향이나 깊이 등을 미리 분석, 손상되는 모낭을 줄였다. 채취와 이식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모낭이 체외에 머무르는 시간을 10분 이내(기존 2~4시간)로 줄여 생착률도 높였다.
현재 CIT는 두피를 절개하지 않으면서도 모낭 손상률이 2.5% 이하, 생착률은 95% 이상을 보여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 국내에 도입된 CIT는 현재 서울 압구정동의 포헤어 모발이식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다. 포헤어 센터는 100% CIT 이식술만 시행하는 국내 유일의 병원이다.
이규호 원장은 “정보 교류가 빠르고 최신 치료법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며 “흉터나 통증 때문에 절개식 수술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CIT를 위해 포헤어 센터를 찾는 탈모 환자들은 20대 대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이 원장은 “20~30대 젊은 층은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신감 결여는 물론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탈모가 미용적인 측면을 넘어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식술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탈모가 젊은 층으로 확대된 데는 스트레스와 서구식 식생활 습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원장은 “탈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과 호르몬, 노화”라며 “인스턴트 위주의 식생활 습관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으로 탈모가 올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60~70대도 미용을 위해 이식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원장은 “60대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아와 배우자에게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지런한 헤어 라인을 만들기 위해 수술에 나선 사람도 느는 추세다. 그는 “남자들처럼 M자 헤어 라인을 가진 여성들이 대표적”이라며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의 남성이 많다”고 귀띔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건 아니다. 탈모 초기 증상일 경우 이식술보다는 먹는 약을 처방한다. 탈모가 중간 단계에 진입한 사람에겐 탈모 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사하는 메조테라피 요법을 추천한다. 최근엔 줄기세포 기술을 응용한 PRP(Platelet Rich Plasma)도 인기다.
PRP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해 두피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모발이 굵어지고 성장기간이 늘어나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원장은 “가발을 쓰면 탈모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가발을 착용한 후 모발 이식술이 불가능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고 조언했다.
CIT에도 단점은 있다. 모낭을 한 올 한 올 정밀하게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7시간에 달할 정도로 긴 편이다. 모낭 채취 부위의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하는 제약도 있다. 이 원장은 “수술 시간은 길지만 부기가 없어 수술 다음 날 바로 출근할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모낭당 7,000원 선이다.
이 원장은 “요즘은 가발을 착용해 유지하는 데도 수백만원이 든다”며 “모발 이식은 한 번 수술로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엔 센터를 찾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그는 “국내 거주 외국인은 물론 중국, 홍콩, 일본 등에서 직접 찾아온다”며 “조만간 아시아 시장에 분원을 추가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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