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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약 만든다”

“세상에 없는 약 만든다”

“시장이 아닌 종목을 보라.” 최근 주식 전문가들이 많이 하는 조언이다.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살아남을 전략은 알짜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 이코노미스트가 키움증권과 함께 저평가된 스몰캡(small capital)을 소개한다. 풍력·원자력·바이오·LED 등 핵심 테마별 대표주자들이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비전을 알아보고 애널리스트와 함께 해당 산업, 주가 수준을 분석한다. 리스크도 잊지 않고 짚었다. <편집자>

의약품 개발업체로 알려진 메디프론(종목코드: 065650)은 2006년에 디지탈바이오텍이 우회상장한 회사다. 신약개발 사업은 메디프론의 자회사 디지탈바이오텍이 맡고 있다.

디지탈바이오텍은 1999년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 등 7명이 공동 창업했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묵현상(51) 사장은 묵 교수의 오빠로 7명 창업자 중 한 명이다.

4월 1일 서울 염창동 본사에서 만난 묵 대표는 이 회사의 독특한 ‘CEO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창업자 7명이 돌아가며 CEO를 맡는다는 것. 묵 대표의 임기는 2005년 말부터 2012년 3월까지다.

‘임기가 정해져 있으면 책임감이 덜하지 않으냐’고 묻자 묵 대표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모두 사업에 대한 열의가 강하고 주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임기 동안 다국적 제약업체와 기술 수출 계약을 6건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어요. 창업자들은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연구위원회에서 중요한 일을 의논합니다.” 인터뷰 초반부터 목표를 밝힌 묵 대표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가 말한 다국적 제약업체와 기술 수출이 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메디프론이 개발에 성공한 신약 기술을 제약업체에 판매하고, 제약업체가 5~6년의 임상 단계를 거쳐 약을 출시한다. 이 과정에서 매년 기술 사용료를 받는다. 약이 출시되면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따로 받는다. 아직 메디프론의 신약 개발 기술을 이용한 약이 출시되지는 않았다.

묵 대표는 “올해 3건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디프론이 개발하는 신약은 두 가지다. 대상포진 같은 난치성 통증을 중독성 없이 치료하는 비마약성 통증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두 가지 약이 치료 방법에 따라 다시 몇 개로 나뉜다.

“세상에 없는 약.” 묵 대표가 두 가지 약을 가리켜 한 말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든다. 그 말은 곧 성공하면 ‘대박’이 난다는 뜻과 같다. 세계의 여러 제약업체가 30년 전부터 개발하려고 애썼지만 성공하지 못한 일을 메디프론은 해냈다. 묵 대표는 한 분야를 25년 이상 연구한 주요 연구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묵인희 교수는 알츠하이머, 서울대 약대 이지우 교수는 난치성 통증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매출 1위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그러자 세계 2위 제약업체인 로슈가 올해 1월 메디프론의 기술을 수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회사 측이 밝힌 수출 규모는 2억9000만 달러. 묵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출시되면 연간 50조원의 세계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위에서 묵 대표가 말한 수출 건수를 6건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2012년까지 3건의 수출 계약을 추가로 성사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임기 이후 일이지만 5년 후 10건으로 수출 건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산업 환경이 나쁘지 않다. 키움증권의 김지현 수석연구위원은 “대형 다국적 제약업체가 R&D(연구개발)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머징 국가의 제약업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묵 대표는 “원래 한국 제약업체는 저평가 받았는데 2008년 초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덧붙였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란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대박’ 노려

이 회사는 R&D에 매년 20억~25억원을 투자한다. 정부 지원금 8억원을 제외하면 디지털바이오텍의 매출 15억원이 고스란히 연구개발비로 쓰이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바이오텍의 22명 직원 가운데 서무 담당자와 묵 대표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연구원이다. 김 연구위원에게 메디프론의 약점을 묻자 “기술 수출 계약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면 수익원이 끊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묵 대표는 “기술 수출 건수를 늘려 위험을 분산할 것”이라고 시원하게 대비책을 내놨다. 10년 동안의 인맥, 연구원의 능력, 우수한 과거 실적을 총동원해 기술 수출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묵 대표는 새 수익원으로 개발한 치매진단키트가 올해부터 매출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키트는 기존의 양전자단층촬영 같은 복잡한 과정 없이 혈액 추출만으로 치매 여부, 발병 위험도를 알 수 있는 제품이다.

2012년에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한다. 묵 대표의 이력 역시 큰 경쟁력이다. 삼보컴퓨터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이던 그는 1999년 미국 법인에서 돌아와 겟모어증권을 설립했다. 2004년 동부증권에 회사를 매각하고 온라인사업본부장을 맡았다.

‘때’가 돼 메디프론에 복귀했다는 묵 대표는 “바이오산업과 밀접한 IT와 해외 사업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기술을 팔 때 실패 시 위험 분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이는 증권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업무와 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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