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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확대’ 목표 헛도는 이유

‘내수시장 확대’ 목표 헛도는 이유

다년간 현지에서 중국 거시경제와 현지 기업들의 경영현황을 두루 살펴본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중국 바로 보기’를 아홉 차례 연재합니다. 다음 회엔 규모가 만들어낸 질적 변화를 다룹니다. <편집자>
베이징의 명품 매장 거리.

‘세계의 공장이 세계의 시장으로….’

최근 귀가 따갑게 듣는 중국 경제의 청사진이다. 위안화 절상이 임박한 요즘 ‘세계의 시장’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지만, 사실 이 청사진은 11차 5개년 계획이 공개된 2005년 초가을 이미 떠들썩하게 제시됐다. 문제는 공장이 시장으로 바뀌어 간다는 변화 방향이 아니라 그걸 언제 실감할 수 있느냐는 시점이다.

베이징을 남북으로 가르는 창안제(長安街)엔 거의 1㎞마다 한 곳씩 대형 쇼핑센터가 늘어서 있다. 2008년 완공된 가장 동쪽의 신광톈디(新光天地)는 일본·홍콩·중국계 유통업체가 합작해 세운 곳으로 지구상 거의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이곳에 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을 찾은 한국인들은 먼저 그 호화찬란함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이어 손님이 드문드문한 매장 분위기에 ‘장사가 될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소비주도 경제’란 익숙하지 않은 용어다. 동아시아의 성장과정에서 수출부문이 보여준 높은 성장 기여도에 착안해 ‘수출주도 경제’란 용어가 학계에 정립돼 있지만, 소비는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큼 단기간 늘리기나 줄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8.7%라는 만족할 만한 성장률을 올리는 과정에서 소비부문의 기여도는 4.6%를 기록한 반면 투자는 거의 두 배인 8.2%였다. 순수출이 -4.1%로 성장세를 갉아먹었다. 직전 5년 소비의 평균 성장기여도가 4.4%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무성했던 중국 정부의 소비진작책은 고작 ‘평년작’ 수준의 결과만 내놓은 셈이다.

미국의 40%에 가까운 대국경제로 부상한 중국에서 이 정도 수치는 의아스러울 정도로 작다. 왜 이리 소비확대가 더딘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구조적으로 ‘투자 만능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한 해 창출한 부가가치는 크게 기업의 잉여와 근로임금 등으로 분배된다.

그런데 중국은 ‘사회주의국가가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임금 분배 몫이 낮은 나라다. 개혁·개방으로 되레 낮아져(2005년 42%) 이제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2007년 47%), 미국(57%)보다도 낮다. 요컨대 성장의 과실이 기업부문에 차곡차곡 쌓인 반면 임금 근로자들은 점차 소외됐다는 얘기다.

기업부문의 골간을 이루는 국유기업 경영자들은 이익을 임금·배당 등으로 나누기보다 사내 유보하는 쪽이 한결 낫다. 설비를 사들이고 여윳돈을 부동산 투자로 굴리면 더 큰 이익으로 보상받았던 것이다. 국제수준보다 낮은 자원가격, 광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로컬기업 보호책,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 등이 이런 ‘투자불패’의 토양이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사회문제로 불거진 ‘국진민퇴(國進民退)’도 국유부문의 ‘아메바식 증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어느 경제에서나 가장 중요한 소비주체는 민간가계부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전민공유제(全民共有制)’란 미명하에 사실상 국유기업과 정부부문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나라다.

이런 구조적 걸림돌을 낮추지 않으면 ‘소비주도 경제’는 영원히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사실 2006년 시행된 11차 5개년 계획은 이 같은 문제의식과 정책방향을 잘 드러낸 ‘걸작’이다.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민 삶의 질 제고에 있다는 자각은 곧 소비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구조개선 목표로 구체화됐다.

에너지 가격의 국제가격 동조화, 공정경쟁법(반농단법) 제정, 대외균형 추구(위안화 절상), 유통주 개혁추진 등이 모두 소비확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가 대륙경제에도 몰려오면서 묻지마 투자가 일시적으로나마 구조개선책을 밀어내버렸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에서 위안화 절상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당면 목표이기도 하다(물론 시기적으론 파열음이 날 수 있다). 하반기 공개될 12차 5개년 계획에서는 구조개선이 더욱 치열한 정책목표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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