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펀드 선보인다”
“부동산 경매 펀드 선보인다”
대학 다닐 때 별명이 ‘타이거’였다. 대학 신문사에서 같은 제목(打二巨)의 만화·만평을 그렸다. 흰머리가 제멋대로 날리는 것이 호랑이 갈기처럼 보인다.
눈에 띄는 차림새부터 예리한 붓놀림까지-. 그는 이미 유명 인물이었다. 부동산 경매 정보 시장에서 1인자로 통하는 강명주(67) 지지옥션 회장의 40여 년 전 모습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는 해도 과거 모습이 엉뚱하다. 지금 직원 100여 명을 두고 한 달에 3만 건이 넘는 경매 정보를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경매 정보 사업을 하게 된 것은 경매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신문을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당장 신문사를 차리긴 힘들고…, 일단 정보지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한 거지요. 마침 법원에 가보니 경매 정보를 게시판에 붙여 놓았는데 잘 보여주지도 않고 곧바로 브로커들이 (정보를) 선점해버리는 겁니다.”
법원 공무원들도 눈감아주는 현실이 그는 못마땅했다. 그의 말대로 ‘경매계장 6개월 하면 집 한 채 사는’ 시절 얘기다. 지금이야 20대 여성도 경매에 투자하는 시대지만 부동산 경매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조직폭력배의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는 공개되지 않으면 부패합니다. ‘있는 자료’를 분석해 묶어 놓기만 해도 훌륭한 언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겁 모르고 시작한 게 오늘의 지지옥션이지요.”
처음엔 법원 공무원의 눈총을 받아가며 법원 장부에서 부동산 경매 정보를 일일이 베꼈다. 이를 그의 부인인 이명숙씨가 타이핑해 1부당 1000원을 받고 팔았다. 창업 첫날 만든 정보지 200부를 모두 팔아 첫 하루 매출이 20만원, 당시 정보지 이름은 ‘계약경제일보’였다.
협박에 회유에 어떻게든 판매를 중단시키려던 브로커도 나중엔 강 회장이 만든 경매 정보지를 사서 봤다고 한다. 그만큼 콘텐트의 질이 뛰어났다. 이후 계약경제에서 ‘GG’라는 머리글자를 따와 ‘지지옥션’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최근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며 회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원가량. 물론 그는 부동산 경매 예찬론자다. 회사가 입주한 서울 청파동 사옥도 경매로 낙찰받았다. “(경매는) 한 번 유찰되면 70~80% 선으로 값이 떨어져요. 세 번 유찰되면 절반 값이 됩니다. 관련 정보가 있고 꾸준한 관심만 있다면 일반인도 재테크 하기에 아주 좋은 대상이지요.”
그렇지만 강 회장은 “부동산 경매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두려면 기본적 법률상식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등기상 말소, 임차인보호법 같은 권리관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기초적 지식을 모르고 있다가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가 잦습니다. 부동산 시세, 개발 계획, 거시경제 추이, 금융정책도 꼼꼼하게 챙겨야 하지요. 무슨 일이든 쉽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강 회장의 다음 비즈니스 프로젝트는 부동산 경매 펀드를 만드는 것.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가 열렸습니다. 쉽게 말해 부동산 지분을 증권화하는 것이지요. 지지옥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부동산 경매 펀드를 다루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두세 달이면 윤곽이 잡힐 겁니다.”
그렇다면 언론사 경영에 대한 꿈은 접은 것일까? “만평·만화는 지금도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무대가 온라인으로 바뀌었지요. 언론사요? 글쎄요, 뭐든 가업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2‘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3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4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5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6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7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8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9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