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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업종 아닌 지속가능한 산업”

“3D업종 아닌 지속가능한 산업”

▎김태만 엔에스브이 대표.

▎김태만 엔에스브이 대표.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게 빗어 올린 머리 모양, 곧게 편 허리와 진지한 표정. 김태만(47) 엔에스브이(095300) 대표의 첫 인상은 면밀하고 단정했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밸브회사에서 일한 경험으로 엔에스브이의 전신인 남성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때가 1984년, 김 대표는 겨우 스물두 살이었다. 처음에는 판매만 하다 회사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직접 생산해야겠다는 생각에 개발·제조까지 하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문 닫기 직전까지 가 봤다”는 김 대표는 “이번 금융위기를 어렵지 않게 넘겼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2005년 해외 수출길이 열리면서 엔에스브이로 상호를 바꾼 이 회사는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송정동 녹산공단에 있다. 6월 말께 3㎞ 정도 떨어진 녹산동 화전공단으로 사무실을 옮길 계획이다. 지난 4월 이곳에 1만3907㎡(4200평) 규모의 3공장을 완공했다.

김 대표는 “현재 판매량 기준으로 엔에스브이는 국내 3위 밸브업체”라며 “과거 1, 2위 업체 사무실이 우리 회사 공장만 했는데 이제 규모로는 최고가 됐다”고 다시 한 번 미소를 띠었다. 김 대표는 “유일하게 한 경영자가 설립 때부터 죽 경영했고 지난해 4월 상장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상장을 결심한 이유가 흥미롭다. 주식투자를 했다 손실을 입은 뒤 투자를 받아 회사를 잘 꾸리면 투자자와 회사 모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투자자 처지에 있어 봤기 때문에 투자금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 돈 한 푼도 허투루 안 써”김 대표는 비용을 아끼려고 이번에 새로 지은 3공장 사무실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돈도 아끼고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란다. 외모처럼 실제 성격이 꼼꼼해 공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지금이야 규모가 커져 직원들을 믿고 맡기지만 초기에는 조금이라도 눈에 밟히는 게 있으면 돌아서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고 들려줬다.

그는 깨끗한 생산 환경이 최고 자랑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확인하러 본사 건물 옆에 있는 1공장에 가봤다. 생산품이 잘 진열돼 있고 생산라인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밸브는 유체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게이트밸브,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글로브밸브, 유체의 역류가 예상되는 곳에 사용하는 체크밸브, 유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스트레나밸브, 초저온에서 금속재료의 내성을 증가시킨 초저온밸브 등이다. OCI, 두산중공업, SK건설, 현대건설, 쌍용건설, SK에너지 등 국내 456개 회사와 미국 뉴먼스, 일본 도카이 등 해외 16개 회사가 거래처다.

김 대표는 공장을 돌며 또 다른 자랑거리는 우수한 설비라고 말했다. 수동으로 작동하는 일반기계 20대 외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CNC(컴퓨터수치자동제어)기계 10대를 새로 들였다. 그는 “CNC기계는 한 대에 5억원 정도로 비싸지만 일반기계 10대가 할 일을 한다”며 투자금으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췄다고 했다.

게이트밸브와 체크밸브는 엔에스브이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다. 원래는 이탈리아, 일본 같은 밸브 선진국 기술을 들여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대표는 “일반 밸브는 중국과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며 “특수밸브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기술은 아직 유럽을 모방하는 수준이라 해도 사용하기 더 편리하게 만들어 충분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가령 수명을 길게 하거나 누수를 없애는 것이다. 특히 엔에스브이는 재질을 중요시한다.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 가볍고 강한 합금을 들여와 가공한다.



하반기 주문량 증가 예상김 대표는 “상장심사를 받을 때 밸브산업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3D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는 “26년 동안 밸브를 공부했지만 아직 모르는 밸브가 많다”며 “특수밸브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가 살아 있는 한 밸브 수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가 또 있다. 최근 대체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면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수밸브는 친환경, 안전성을 만족시켜줄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엔에스브이는 석유화학과 발전플랜트에 쓰이는 밸브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외에 일반 건설, 원자력 설비, 폴리실리콘 업체에 밸브를 공급한다. 이 회사는 2005년 이후 쿠웨이트 담수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발전설비, 미국의 LNG 설비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플랜트 산업 발달은 성장 기회인 동시에 위험 요소다. 수주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원전 수주로 상반기 발주를 예상했지만 올해 하반기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재고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엔에스브이가 거래하는 미국 뉴먼스·OTC 등은 세계적 밸브 제조판매업체다.

이들 회사는 주력 제품만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해 대량 물량을 소화한다. 김 대표는 “뉴먼스도 미래의 경쟁 상대”라며 “현재 내수와 수출 비중이 1 대 1인데 앞으로 2 대 8로 수출을 늘려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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