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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도 디자이너 의류도 “싸다 싸”

명품도 디자이너 의류도 “싸다 싸”

▎6월 3일 서울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문을 연 NC백화점.

▎6월 3일 서울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문을 연 NC백화점.

6월 3일 서울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문을 연 NC백화점. 개장 첫 주 NC백화점의 성적은 평균 이상이었다. 이랜드가 ‘직(直)매입 중가 백화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곳은 오픈 첫날 1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첫 주말 이틀 동안 20만 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줄을 서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인근 송파구뿐 아니라 분당, 대치동 등에서 일부러 NC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적지 않았다. 멀리서도 고객을 오게 하는 NC백화점의 경쟁력은 역시 가격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기자가 9일 오전 방문해 보니 평일 오전임에도 1층에 위치한 ‘럭셔리 갤러리’는 쇼핑하는 고객으로 북적댔다. 명품이 면세점보다 싸다는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다. 손에는 전단지를 들고 연방 가격을 비교하는 사람도 많았다.



직매입으로 가격 낮춰이곳에서는 명품의 가격이 시중에 비해 20~40%가량 저렴하다. 좀처럼 할인하지 않는 샤넬도 이곳에서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437만원의 샤넬 백이 418만원으로 5%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운이 좋으면 홈쇼핑과 온라인 매장보다 더 싼 가격에도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상품과 달리 자사에서 발행하는 품질보증까지 받을 수 있어 상품을 믿고 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코치, 펜디 등 브랜드뿐 아니라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목 받는 랑방, 발렌시아가 등의 가방도 눈에 띈다. 이렇게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직매입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국내 백화점업계는 대부분 입점 업체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데 비해 NC백화점은 직매입 비중을 강화했다. 백화점 수수료가 30~40%를 차지하는데 직매입에서는 이것이 빠지니 가격이 싸질 수밖에 없다. 그간 ‘백화점 사업자는 유통업자가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자’라는 비난을 들었던 것도 이 같은 부분 때문이다.

NC백화점 가든파이브점의 직매입 비중은 50%. 5% 미만인 기존 백화점의 10배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구매 담당자가 직접 구매해 시중가 대비 20~30% 저렴하다. 이런 상품이 전체 패션제품의 20%에 달한다.

직매입은 서구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백화점 유통 방식이다. 미국의 메이시 백화점은 자체 브랜드를 포함해 직매입 비중이 40% 이상이며, 영국의 막스앤스팬서는 전체 상품을 자체상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직매입 방식의 백화점을 찾기 힘들었다.

재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재고 리스크가 크지만 고수수료로 인한 국내 패션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고객들의 가격 부담도 낮춰야 한다는 차원에서 직매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상품 차별화와 가격경쟁력 차원에서 향후 직매입 비중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C백화점은 럭셔리 편집숍을 운영하기 위해 이탈리아 현지에 별도 법인을 확대 개편했다. 이번 현지 법인 확대를 통해 발 빠르고 지속적인 상품 공급을 위한 인프라 및 시스템 강화, 다양한 상품 소싱 루트 확보 가능, 소싱 원가 절감, 빠른 의사결정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대치동에 사는 주부 정진희(36)씨는 “기존 백화점 매장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백화점이라고 하기엔 어쩐지 2%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직매입했다는 부분은 싸서 좋지만 임대매장은 이월상품이 많아 전체적으로 아웃렛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3층 여성복 매장에서 일하는 한 점원은 “이월상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신상(신제품)을 좋아한다면 쇼핑이 불편할 수 있으나 운이 좋으면 현재 다른 백화점에서 팔리는 제품을 절반 가격에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웃렛 콤플렉스 극복해야한 백화점 관계자는 “직매입 시도는 주목되지만 기존 백화점에 비해 매장의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않고 분위기도 못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제품이 팔리는 럭셔리 갤러리의 진열대 위에는 떨어진 상품 태그도 눈에 띄었고 고객들이 두고 간 모양 그대로 놓여 있기도 했다. 고객 수에 비해 점원 수가 부족해 상품 설명 등을 듣기도 어려웠다.

다른 백화점에서 명품을 소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고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기존 백화점보다는 아웃렛과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것에 대해 이랜드리테일 측은 “가격대만 놓고 비교한다면 NC와 기존 아웃렛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상품구성을 보면 백화점이 경쟁상대”라고 말했다.

“아웃렛이 A급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지향하는 반면, NC는 직매입 상품과 NC만의 상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므로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NC백화점은 내부적으로 2년여에 걸쳐 외국 직매입 백화점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NC백화점이 가격 경쟁력 외에 내세우는 장점은 NC백화점만의 상품이다.

다른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경쟁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추세에서 NC백화점은 국내 최고 디자이너 단독 제휴 브랜드나 이랜드 그룹 내 패션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던 강미경 상무가 직접 투입돼 만든 DPL(Department Premium Label)을 핵심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영부인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광희씨도 NC백화점을 통해 ‘LK by 이광희’를 출시했다.

대한민국 상위 1%가 가장 선호하는 옷으로 한 벌 가격이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른다. NC백화점 측은 40, 50대를 위한 로맨틱 엘레강스 라인인 ‘LK by 이광희’의 재킷과 스커트 정장을 30만~40만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NC백화점의 MD가 함께 참여해 자체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이광희 디자이너는 아프리카 수단 지역의 기아와 빈곤 문제를 지속적이고 영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 망고나무를 심어주는 자선사업을 진행하던 중 이랜드 박성수 회장을 만났다. 그 인연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광희 디자이너는 “대중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NC백화점의 컨셉트가 마음에 들어 이랜드와 손잡았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앞으로도 NC백화점은 유명 디자이너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광희 디자이너 외에도 홍은주, 장광효씨 등과 계약을 마쳤고 FW 시즌에는 추가로 10여 명의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간 가격을 낮추는 데 경쟁력을 보여왔던 이랜드리테일이 기존 백화점에 익숙한 한국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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