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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의 아킬레스건, 자원

중국 성장의 아킬레스건, 자원

▎중국 굴뚝공장.

▎중국 굴뚝공장.

중국의 다칭(大慶)유전은 중국 공산정권 수립 10주년인 1959년 발견됐다. 이름이 말해주듯 중국은 자국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는 원유를 북한이나 베트남에 파는 어엿한 ‘산유국’이 됐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원유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더니, 급기야 1996년부터 수입량이 수출량을 역전해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오늘날 중국은 필요한 원유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는 ‘기름 먹는 하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사소한 움직임조차 투기꾼들의 호가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큰손’이 중국이다. 중국 유전들은 현재의 원유 생산량 추세라면, 2020년엔 고갈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좀 더 나은 천연가스도 2040년께엔 고비를 맞을 것이다. 석탄은 무궁무진 묻혀 있지만, 현 기술 수준으로는 환경파괴를 피할 길이 없다.

중국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부존자원만 빈약한 것이 아니다. 에너지 효율도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2008년 세계경제가 창출한 부가가치(GDP)에 미국과 일본은 각각 21%, 6.5%(구매력 차이를 감안한 수치)를 기여했다. 두 나라 경제가 소비한 에너지는 각각 세계 전체의 20%, 4.5%였다.

반면 중국은 세계 GDP에 11.4%를 기여하면서 에너지는 18%나 썼다. 그나마 이 정도 효율성도 2000년대 중반 들어 중국 정부가 강력한 에너지 개혁 조치를 취한 결과다. 2006년부터 시작된 11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 정부는 GDP당 에너지 소모량을 매년 4%씩 줄이는 계획을 ‘예측성’ 목표가 아닌 ‘구속성’ 목표에 포함시켰다.

달성하지 못할 경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계획 종료까진 반년이 남았지만,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구조개선이 멈칫한 틈을 타 에너지 소모가 큰 고정자산투자가 급증한 것이 결정타가 됐을 성싶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2014년에 2008년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커지게 된다.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두 배로 커진다면, 에너지 수요량 역시 비슷한 규모로 팽창할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공장 굴뚝 연기가 잦아지는 사이 형형색색 네온사인이 켜지고 자동차가 교통체증을 불러일으키는 도시화가 내륙으로 확산돼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몸집 불리기를 무한정 지탱해 줄 에너지원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기존 화석에너지는 중국이 주문량을 늘리는 순간 가격이 급등해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해법은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모아진다. 지난해 10%에 육박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엔 수력,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과 함께 선진국에선 한때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원자력도 포함됐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저탄소’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지만, 그만큼 에너지 확보가 화급한 이슈임을 말해 준다. 그러나 중국의 미래 에너지 사정은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설비과잉이 심각한 산업 리스트를 공포하고, 진입규제를 발동했다. 여기엔 풍력발전 설비와 태양광 발전모듈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분야가 포함됐다. 서부 내륙의 풍력발전 설비 중 상당수가 기간전력망에 접속하지도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설비만 세워놓고 정부 보조금만 타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계산 탓이다. 폴리실리콘 분야도 한때의 공급부족에 현혹된 전후방 기업이 벌떼처럼 몰리는 바람에 시장가격이 열 토막이 났다. 결정형 태양광 발전에선 센텍 같은 세계적 기업을 거느리고 있지만, 박막형 태양광발전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의 산업체인이 여전히 불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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