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오는 ‘귀족병’ 통풍
갑자기 찾아오는 ‘귀족병’ 통풍
한 해에 완주를 서너 번 할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하는 김상수(48) 부장은 요즘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얼마 전부터 갑자기 엄지발가락 관절에 뼈가 부러진 듯 심한 통증이 찾아와 뛰기는커녕 걷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관절 부위가 벌겋게 부어 오른 것을 보고 처음에는 달리기 연습을 무리하게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통증이 너무 오래가 병원을 찾아갔더니 통풍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통풍 환자 수는 2001년 8만2000명에서 2005년 13만7000명, 2008년에는 19만5000명으로 연평균 13%씩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남성 통풍 환자 수가 17만6000명에 달해 여성보다 9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전체 통풍 환자의 49%를 차지했다. 말하자면 통풍은 중년 남성의 대표적 질병이다.
기름진 음식과 과음이 주된 원인통풍은 혈액 속 요산치(尿酸値)가 높아져 주로 하반신 관절이 붓거나 염증이 나는 병이다. 기름진 음식과 과음 등 불균형한 식습관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귀족병’ 또는 ‘제왕병’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도 많아 가족이나 친척 중에 통풍 환자가 있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통풍은 어느 날 갑자기 관절 마디마디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관절염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통풍이 무서운 것은 이러한 관절 부위의 통증보다 근본 원인이 되는 합병증의 존재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통증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메타볼릭신드롬(내장지방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병원에서는 ‘메타보 건강진단’을 권하는 곳이 많은데 LDL콜레스테롤 검사를 주로 한다. 메타보란 내장지방의 축적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및 당대사 이상, 지방대사 이상, 고혈압 등 동맥경화를 일으키기 쉬운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을 합친 고요산혈증도 내장지방 비만에 수반되는 생활습관병이다.
정상적인 요산의 혈중 농도는 4.0~7.0㎎/dL인데, 혈액검사 때 요산치가 7.0㎎/dL를 넘으면 고요산혈증으로 진단한다. 이때 통풍의 위험이 있다. 요산이 증가하는 것은 푸린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식 섭취를 통해 체내 합성되는 푸린체는 세포의 핵에 포함돼 있는 핵산을 구성하는 성분의 하나로 몇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 신장에서 대사돼 요산이 된다.
요산은 푸린체의 노폐물이다. 보통 매일 생산돼 신장을 거쳐 오줌으로 배설된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이 생겨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불어나면 요산은 발의 관절로 흘러 들어가 축적돼 결정(結晶)을 이루게 된다. 그것을 이물질로 인식하는 우리 몸에서 적극적으로 배출하려는 방어반응이 일어나 염증이나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요산이 체내에 쌓이는 고요산혈증 단계를 지나면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통풍으로 발전하게 된다. 골절했을 때만큼 아픈 통풍과 달리 고요산혈증의 단계에서는 별로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요산치가 높다’는 소견을 듣고도 무심하게 흘려버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랬다가는 큰코다치기 쉽다.
왜냐하면 내장지방 비만으로 인해 요산치가 높게 나오는 사람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 몇 가지 질병이 겹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병원에서 요산치가 높다는 소견이 나왔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생활습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발가락 관절에 많이 발병통풍이 발병하는 부위는 엄지발가락 관절 쪽이 전체 환자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 밖에 복사뼈, 아킬레스건, 발뒤꿈치, 무릎, 손 등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요산치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은 비만과 지나친 음주다. 뚱뚱한 사람이 살을 빼면 요산치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고요산혈증이라는 소견이 나왔을 때 하루에 필요로 하는 칼로리보다 300~400kcal 줄인 저칼로리 식단으로 한 달에 1~3㎏ 체중을 감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통풍의 위험이 있을 때는 우선 술을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알코올은 요산의 배출을 막고 체내의 대사 경로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요산의 생산을 촉진한다.
술을 마시게 되면 에너지 과잉을 초래해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술을 당장 끊기가 힘들다면 하루 소주 석 잔 또는 맥주 한 병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요산의 원료가 되는 푸린체는 육류나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지만 과식이나 과음만 조심하면 크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물 내장이나 성게 알, 아귀 같은 식품 속에는 푸린체가 아주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요산치가 높은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지방의 과다 섭취도 요산의 배설을 막아 요산치를 높이는 원인이 되며 비만과 고지혈증을 초래한다. 따라서 통풍 환자는 지방 섭취를 하루 50~60g으로 제한하고 조리를 할 때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신 수분과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소변량이 늘어나 요산의 배설이 쉬워진다. 또 식이섬유는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지방의 흡수를 막는다는 점에서 비만과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고요산혈증 소견이 나왔다고 곧바로 약물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식생활 습관을 바꾸고 꾸준하게 운동하면 호전될 수 있다. 만일 요산치가 10.0㎎/dL를 넘어 통증을 수반하는 통풍이 찾아왔다면 정형외과나 내과를 찾아가 통풍 전문의로부터 약물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는 소염진통제를 투여해 통증을 줄인 다음 요산강하약을 복용하면서 2~3개월에 걸쳐 요산치를 정상으로 되돌린다. 약으로 요산치를 낮추더라도 관절에 달라붙은 결정은 좀체 사라지지 않아 한동안 통증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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