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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협력업체’를 태웠더니 해외질주 더 씽씽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를 태웠더니 해외질주 더 씽씽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다이나캐스트코리아 임직원과 함께 다이나캐스트코리아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다이나캐스트코리아 임직원과 함께 다이나캐스트코리아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해 7월 현대·기아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LPG를 연료로 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LPi를 출시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배기가스 규제와 친환경 차량 출시를 위해 현대·기아차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이 신개념 하이브리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9g/㎞에 불과해 LPG 차량 중 세계 최초로 북미배기가스규제(SULEV)를 통과한 국내 최저 이산화탄소 배출 차량이다.

현대·기아차의 LPi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LPi 하이브리드 차량은 현대차가 1차 협력사 모토닉, 그리고 휴먼플러스 등 2, 3차 협력업체 27개 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첫 모델은 아반떼에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8월 19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대표적 ‘상생경영 성공모델’로 평가 받고 있는 ‘혁신기술기업협의회’ 보유기술 전시·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혁기회 24개사 회원들은 삼성전자 각 사업부의 개발·구매 관련 임직원에게 65건의 핵심 기술을 소개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상담도 진행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전시 기술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8월 19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대표적 ‘상생경영 성공모델’로 평가 받고 있는 ‘혁신기술기업협의회’ 보유기술 전시·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혁기회 24개사 회원들은 삼성전자 각 사업부의 개발·구매 관련 임직원에게 65건의 핵심 기술을 소개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상담도 진행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전시 기술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현대차, 세계 최초 LPG 하이브리드 공동개발현대차가 1, 2, 3차 협력사와 3년7개월 동안 2508억원을 투입해 만든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남양연구소 기술진이 1차 협력사 모토닉에 파견돼 함께 해외 경쟁사 차량을 벤치마킹하고 2, 3차 협력사와 적극적으로 기술을 교류했기 때문에 개발이 가능했다. 이 결과 모토닉은 국책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아차도 같은 상생 개발 시스템으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개발에 2400억원을 투입해 연구를 시작한 지 25개월 만에 출시했다.

이러한 LPi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간 125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가져왔다. 모토닉 등 협력업체는 이를 통해 연간 1250억원의 매출 증대라는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모토닉은 LPi 하이브리드 개발로 얻은 성과를 2, 3차 협력업체들의 기초품질 향상 등에 투입하고 물품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 유동성을 개선시키는 등 2~3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상생협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가운데)이 박기현 지이엔 대표(왼쪽)와 박원술 지이엔 부사장(왼쪽에서 둘째)과 함께 지이엔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가운데)이 박기현 지이엔 대표(왼쪽)와 박원술 지이엔 부사장(왼쪽에서 둘째)과 함께 지이엔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대기업에서 1차 협력사로 이어진 공동개발과 지원이 다시 2, 3차 협력사로 전해지는 말 그대로의 상생이 이뤄진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LPi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개발한 모토닉과의 상생협력 사례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대중소기업협력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적 종속관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4대 그룹은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이 안정된 품질을 담보한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의 경영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대표적 예가 앞서 언급한 현대·기아차의 LPi 하이브리드 차량 공동개발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6월 25일자에서 현대·기아차를 포드에 이어 글로벌 톱6 자동차 메이커로 꼽았다. 동양경제는 현대차가 인도, 중국 등에서 판매 2, 3위를 기록하는 저력으로 북미시장에서 검증 받은 압도적 품질을 꼽았다. 이 주간지는 리콜 사태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도요타의 회복은 결국 해외시장에서의 품질 확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해외공장이 늘어나면서 부품을 현지 조달하는 도요타 방식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 것.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선도업체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품질관리 덕이다. 이는 국내 생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품질이 균일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의 근간은 협력업체들과의 해외 공동진출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은 쉽지 않다. 판매처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나갈 수는 없다.

자금도 문제지만 경영 문제도 배제하지 못한다.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자금지원과 함께 동반 해외진출을 하는 중소기업이 경영문제를 겪지 않도록 이 부문 전문가를 파견하고 교육을 하며 필요하면 경영 컨설팅도 해줬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힘들게 진출한 결과는 도요타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성공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후방으로 연계된 수천, 수만 개의 기업이 있어 경제효과가 무척 큰 산업”이라며 “부품을 제공하는 협력사의 품질까지 관리하고 지원하는 현대차의 시스템으로 북미나 유럽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 결실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2006년 4월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1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상생협력 지원책을 발표했던 배경도 이와 같다. 미국, 중국, 인도는 물론이고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 등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협력업체의 공장도 함께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최대 실적 뒤에도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 예가 유례없는 세계 TV시장 점유율 40%를 가능하게 했던 이중사출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삼성 TV는 이중사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TV 디자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 기술은 특정 제품의 외관을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재질이나 빛깔의 플라스틱을 맞대어 성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디지털TV에 처음 적용됐다.





“상생으로 글로벌 톱3 간다”

- 현대, 기아현대·기아차는 일찍이 2, 3차 협력사가 품질경영의 근간임을 깨닫고 여러 가지 혜택을 줘 왔다. 경영진은 2, 3차 협력사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책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협력사는 해외진출도 함께하고, 첨단기술도 공동으로 개발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6월 8일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에서 8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주요 협력회사 대표 등 2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기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에서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협력사들의 혁신과 노력 덕에 모든 자동차 업체가 큰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를 순탄하게 넘길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윤 부회장은 “앞으로도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상생경영은 1차 협력업체에 국한했던 과거의 상생 프로그램에서 내용이나 전략상으로 진화했다. 상생경영을 2, 3차 협력업체로 대폭 확대하는 게 이날 협약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사업자는 현대 · 기아차를 포함한 8개 계열사와 협력사 2691개 등 총 2700개에 달했다.

현대 · 기아차는 총 1조1500억원의 재원을 조성해 직접 협력사를 지원하고 대출 형태로 자금 지원에도 나선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우선 1차 협력사에 저리로 대출을 알선하고, 이 자금을 2, 3차 협력사 납품대금 결제용으로만 사용토록 하는 상생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1차 협력사들과 ‘기초 기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2, 3차 협력업체들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상생경영의 근간이던 납품대금 100% 현금 결제 등 기존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계속 유지된다. CEO의 2차 협력사 현장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구매와 품질, 연구개발 담당 임원과 함께 효창전기, 지이엔, 다이나캐스트코리아 등 2차 협력업체를 찾았다. 부회장급 고위 임원이 이례적으로 2차 협력사를 방문한 것은 현대·기아차의 강한 상생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 5월부터 1200여 개의 2차 협력사를 둘러봤다. TF의 주된 역할은 컨설팅. 부품 품질을 강화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줘 품질을 높이고 언제라도 현대·기아차와 함께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현대 · 기아차는 최근 몇 년 동안 원자재값 인상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물 가격이 급등한 올 상반기에만 2월과 5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인상했다”며 “협력업체 운영과 R&D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저리로 대출해주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시작된 ‘품질 5스타’ 제도는 2008년 한 단계 강화했다. 불량률, 내구성, 안전도 등 각종 항목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을 달성한 협력업체를 ‘그랜드 품질 5스타’로 인증하는 것. 지난해 초 머플러와 컨버터를 생산하는 세종공업이 그랜드 품질 5스타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톱 중기 50곳 육성”

- 삼성삼성전자는 16일 협력사들로부터 청취한 애로사항과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04년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그동안의 협력사 지원 활동을 체계화했다. 2008년에는 ‘상생협력실’을 설치해 협력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상생경영을 전개해 왔다.

2004년에는 1조2000억원을 협력사 설비투자, 기술개발, 임직원 교육 등에 지원했다. 2005년에는 협력사 대상 전액 현금결제를 시행했다. 삼성전자는 올 6월 80여 곳에 달하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상생 관련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이달 중순 상생경영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1차 협력사에서 2, 3차 협력사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

우선 원자재가 변동을 부품단가에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사급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키로 한 것.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LCD TV 등 대형가전에 사용되는 철판·레진·동 등 3대 품목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향후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설비투자 등에 10월부터 대출해 주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 3차 협력사 중 기술과 품질 등 공급능력을 갖추고 1차 협력사와 연간 5억원 이상 거래 중인 업체를 선별해 1차 협력사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문제가 된 1, 2차 협력사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버 신문고도 운영한다.

2015년까지 우수 협력사 50여 곳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육성하고, 수원 디지털시티 내에 삼성전자와 협력사의 ‘공동기술 개발지원센터’를 만들어 상생경영을 확고히 하며,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위해 인력수급도 지원할 계획이다.



“자금지원 강화”

- LG, SKLG전자는 올 상반기 상생경영의 키워드로 금융지원을 선택했다. 금융회사와 함께 납품 실적이 있는 협력업체에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론으로 1158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LG전자가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직접 대출 규모도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 140억원으로 40%나 늘어났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지원을 강화했다. 부품 공동 개발 등을 진행할 상생협력 대상 업체를 지난해 42개사에서 올해 63개사로 늘렸다. LG U+는 최근 150억원 규모의 ‘탈통신 투자 펀드’를 조성해 협력업체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2008년 9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SK상생경영위원회’를 시작했다. 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공정한 계약 체결, 공정한 협력업체 선정, 불공정한 거래 사전 예방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채택해 실천하고 있다.

12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지난해 6월 조성해 자금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기술력이 우수한 협력사 중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5월 15개 주력 관계사와 함께 충북 충주시 SK행복마을에서 상생문화 구축을 위한 행사를 했다”며 “이 자리에서 상생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이를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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