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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마힌드라와 ‘궁합’ 맞을까

쌍용차 마힌드라와 ‘궁합’ 맞을까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선정된 다음날인 13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의 모습이다.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선정된 다음날인 13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의 모습이다.



“왜 한국 언론은 인도나 중국 기업이 쌍용차를 인수할 때 먹튀(기술유출)를 거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검찰 조사에서 불법 기술유출로 적발된 것이 없습니다. 한국보다 못한 나라에서 인수한다는 게 한국인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쌍용차 매각을 주도하는 컨설팅 회사 간부의 말이다. 쌍용차는 우여곡절 끝에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의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가 17일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힌드라그룹의 인수의지가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돌출 변수가 없는 한 인도 대기업의 한국 기업 첫 인수라는 장을 열게 된다.

최근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이 이번 주 한국을 방문했다. 그룹 창립자인 케수브 마힌드라 회장의 조카인 마힌드라 부회장은 올해 55세로, 영국 케임브리지와 미국 하버드대학 MBA 과정을 졸업했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며 최근 수년간 그룹의 M&A(인수합병)을 진두지휘 해왔다.



마힌드라 “쌍용차 SUV 기술력 세계 최고”그는 방한 전 본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쌍용자동차 고용 보장은 물론 핵심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R&D(연구개발) 인원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쌍용차에 대해 “쌍용차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브랜드고, 특히 SUV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며 높이 평가했다.

소위 먹튀 논란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며 이렇게 말했다. “케수브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도 한국에서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리 회사는 이미 소형 하이브리드차·전기차 개발 능력이 있다. 오히려 우리가 쌍용차에 기술을 이전할 용의가 있다. 쌍용차가 강점을 지닌 대형 SUV와 디젤엔진 개발 능력을 합치면 큰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한편 마힌드라는 8월 21일 이전에 입찰대금의 5% 수준인 입찰이행 보증금(260억여원)을 쌍용차 측에 내고 이르면 26일 우선협상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이후에는 우선협상자 선정 이전에 시행했던 예비실사의 결과를 최종 확인하는 ‘확인실사’를 약 한 달간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협상을 통해 인수금액을 최종 조정, 오는 11월께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지금 쌍용차에 최선의 답은 마힌드라를 통한 부활이다. 쌍용차가 앞선 디젤기술과 충돌시험 경험으로 마힌드라의 미국 진출을 도우면서 미국 수출길이 열린다면 쌍용차로서는 최선책이 된다. 연산 22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100% 가동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거꾸로 마힌드라가 한국식 경영방식과 마찰을 빚고 노조와 대립한다면 제2의 상하이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마힌드라는 실사 과정에서 파완 고엔카 사장 등 2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안전테스트를 통과하고,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5를 만족시킬 수 있는 쌍용차의 디젤 엔진에 특히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4억8000만 달러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금액은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수금액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택된 이유로는 유상증자(계획) 규모가 가장 컸고 자금조달 능력이 앞섰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차에 출자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힌드라가 다른 인수후보들에 비해 유상증자 비율을 더 높게 써낸 것은 쌍용차를 인수해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다른 업체보다 강한 것으로 채권단은 이해하고 있다. 특히 마힌드라는 현금성 자산만으로 인수자금을 납부할 수 있는 등 자금조달 계획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도 현지 외신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입찰대금의 120~130%에 달하는 자금조달 증빙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금을 대부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쌍용차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한 상하이차와 다르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와 다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마힌드라가 이미 프랑스 르노 등 외국 기업과 합작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시너지효과를 올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이남석(경영) 교수는 “쌍용차가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자동차 관련 업체에 인수되는 게 최선의 답”이라며 “이런 점에서 마힌드라는 이미 인도시장에서 다목적스포츠차량(SUV) 분야에서 1위를 차지,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포드나 르노 등과 합작을 통해 성공한 경험도 있어 쌍용차로서는 최고의 구원투수를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당초 쌍용차 인수전에는 르노-닛산이 가장 공을 들였다. 자금 사정이 좋은 닛산 주도로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받은 결과 르노-닛산이 불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닛산이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변제해야 할 금액이 7400억원이고, 이를 일시불로 변제할 경우에도 6000억원은 써내야 한다. 인수가격이 6000억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나머지 돈은 부채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르노-닛산이 부산 공장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쌍용차를 인수했을 경우 나타날 이 지역의 반감도 부담이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마힌드라는 글로벌 제휴 경험 풍부르노-닛산 관계자는 인수 불참에 대해 “결국 돈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일본 닛산 본사 차원에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적정 인수가격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인수 이후 정상화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을 감안하면 르노삼성 부산 공장을 증설하는 등 다른 방식의 투자를 진행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부산 공장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설립 56년을 맞은 쌍용차는 그간 기구하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많은 곡절을 겪었다. 이 회사를 인수한 기업이 연속으로 무너지거나 다시 매물로 내놨다. 1954년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로 출범한 쌍용차는 국내 최초로 대형 버스를 만든 회사다.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뒤 당시 ‘지프’로 불리던 SUV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쌍용차는 1986년 쌍용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1988년 현재의 이름이 됐다. 4륜 구동차 ‘코란도 훼미리’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SUV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흔들리면서 1998년 대우그룹으로 팔려나갔다. 대우그룹마저 무너지면서 2000년 4월엔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쌍용차는 코란도·렉스턴 등 주력 차종을 앞세워 회생에 나섰다. 회사 사정이 나아지자 채권단은 쌍용차를 매물로 내놨다. 2001년에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매수 가격 차이가 커 불발로 끝났다. 이어 2003년 말 중국 란싱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기도 했다. 이듬해 란싱과의 협상이 깨지면서 예비 순위였던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품에 안았다. 당시 인수가격은 6000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새 주인과도 궁합이 맞지 않았다. 후속 모델마다 실패가 이어졌다. 인수 때부터 기술만 가져가고 쌍용차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던 상하이차는 결국 4년여 만에 쌍용차에서 손을 뗐다. 인수 직전 출시된 로디우스-카이런의 실패에 이어 액티언마저 저조한 판매 실적을 낸 게 직격탄이 됐다.

결국 쌍용차는 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식 매각에 들어갔다. 이어 전체 근로자의 30%를 정리해고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노동조합은 지난해 여름 77일간의 극렬한 파업으로 맞섰다. 회사가 되살아날 희망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노사협상이 타결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쌍용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계획안을 강제 인가했고, 다시 새 주인 찾기가 시작됐다. 결국 마힌드라가 우선협상자가 된 것이다.

김태진 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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