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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o 5 시대의 끝?

9 to 5 시대의 끝?

작업일정의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한 직원들은 육체노동 산업에서든 정신노동 산업에서든 대체로 자신의 일에 더 몰두하고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확률이 낮다
▎탄력근무제는 자신의 기호·사생활에 맞춰 근무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

▎탄력근무제는 자신의 기호·사생활에 맞춰 근무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



제니퍼 폴섬의 평일 통상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5시~7시, 오전 10시~오후 3시 30분, 오후 7시~오후 8시 안팎이다. 여러 군데 아르바이트를 뛰는 대학생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폴섬은 워싱턴DC의 잘나가는 인재알선업체 책임자다.

그와 마찬가지로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여러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일이다.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며 한 주에 50~60시간씩 일한다”고 세 아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만들려고 근무일정을 조정하는 풀섬은 말했다. “단지 꼭 9시부터 5시 사이에 모든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근무시간의 장벽이 계속 허물어지면서 폴섬의 사례가 곧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두 세대 전 미국의 직장인(포드의 조립라인 근로자로부터IBM의 화이트칼라까지)들은 정확히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오후 다섯 시 업무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요즘은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일정하지 않은 형태(야간,주말 또는 순환 교대)의 근무를 한다. 전문가들은 대불황의 영향으로 기업계의 직장문화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그 숫자가 더 불어나리라고 내다본다. 더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기호·위치·사생활에 맞게 근무 일정을 조정한다는 뜻이다.

폴섬은 이런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그녀의 회사 모멘텀 리소시즈는 전문직 종사자에게 근무 시간이 탄력적인 간부급 일자리를 찾아주는 회사다. 2007년 회사 초창기에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반드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고급인재 특히 뛰어난 경력의 유자녀 직장여성을 구하기가 쉽다는 점을 납득시키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들은 그런 변화를 받아 들일 의향이 없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가전제품 양판점 베스트 바이 같은 회사가 이 모델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자 요즘에는 기업 경영자들이 더 발벗고 나서는 듯하다. 2007년 이후 모멘텀은 워싱턴 DC 수도권에 있는 250여 기업의 탄력근무 일자리에 근로자를 알선했으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폴섬은 말했다.

켄터키대 직장혁명 연구소의 제니퍼 스완버그교수는 탄력근로 모델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뒤그 추세가 계속 확대되리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경제의 제조업 의존도가 낮아지고 이른바 지식기반 산업(법률·마케팅·금융 등)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그 추세가 계속 확대될 듯하다는 얘기다. 조립라인은 모든 근로자가 같은 시각에 자리를 지켜야만 돌아가지만 프로그래머는 새벽 두 시에 코드를 작성해도 오후에 동료들과 함께 작업할 때에 비해 작업 능률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다른 장기적인 요인들도 이런 추세를 부채질한다. 예컨대 경제의 글로벌화 때문에 ‘퇴근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인 용어가 돼 간다. 그러나 탄력근무제의 확산을 재촉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경기침체라고 스완버그는 말했다.

경영난 탓에 빠듯한 예산으로 관리직을 충원하려는 회사들은 정규 근무일정의 포기가 성공의 열쇠일지 모른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모멘텀은 다수의 기업고객에게 유능한 관리자들을 구해준다. 그들은 다만 탄력근무가 허용될 경우 파트타임으로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폴섬은 결과가 좋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한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후 다섯 시까지 탁아소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엄마보다 작업능률이 더 뛰어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생산성의 관점에서 뚜렷한 이점이 있다고 스완버그는 말했다.

작업일정의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한 직원들은 육체노동 산업에서든 정신노동 산업에서든 대체로 자신의 일에 더 몰두하고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확률이 낮다.

캐런 콜트레인은 이런 변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6년 전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어린이 박물관에 관리직 일자리가 생겼다. 능력을 인정받는 직장여성이었던 그녀는 그 일자리가 마음에 들었지만 보수가 너무 적었다. 그녀는 경영자에게 금요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쉬게 해준다면 연봉의 20% 감소를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대표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결국 제의를 받아들였다.

콜트레인은 훗날 그 박물관의 사장 겸 대표 자리에 오른 뒤 관행을 고집하는 직원 다수를 정리하고 의욕이 충만한 전문직을 영입해서 그들 마음대로 근무일정을 조정하도록 했다.

60만 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박물관은 6년도 안 돼 흑자로 돌아섰으며 미국의 어린이 박물관 최초로 리치몬드 교외지역에 분관을 냈다. 물론 이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스턴에 있는 모니터사에서 10년간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는 아부드 야쿱은 특정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어야 이런 환경에서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런 근무환경은 정말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마감일정을 지키며 약속을 이행하는 경쟁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이런 식으로 일할 자격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야쿱은 현재 샐리 메이 산하의 보스턴 소재 대학 학자금 저축 보상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회사 어프라미스의 부사장으로 일한다. 그의 직원 중에도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 직원이 한 명 있다. 그는 이 방식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지만 전사적으로 실시해도 괜찮다는 확신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관리자가 더 자주 진행과정을 점검해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모든 직원이 [일정하지 않은] 근무일정을 유지한다면 다소 감당하기 어려울 듯 하다.”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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