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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소통으로 재정문제를 풀겠다”

“주민과 소통으로 재정문제를 풀겠다”

민선 5기 지자체 단체장들이 취임한 지 2개월 남짓. 인천광역시가 단연 화두다. 연일 굵직굵직한 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등 각종 사업의 재구성안 발표,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독자 제언, SSM(기업형 수퍼) 사업 일시정지 권고,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반대,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 그 중심에 송영길 인천시장이 있다. 인천에 대한 그의 발전 구상은 무엇일까. 직접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송영길 1963년생 광주대동고 연세대경영학과 연세대총학생회장 대우차용접노동자 36회 사시 합격 16,17,18대 국회의원 민주당최고위원

▎ 송영길 1963년생 광주대동고 연세대경영학과 연세대총학생회장 대우차용접노동자 36회 사시 합격 16,17,18대 국회의원 민주당최고위원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8일 대부분의 신문은 전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관련해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이 가졌던 기자회견 내용을 주요 기사로 게재했다. 주경기장이 애초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돼 건설된다는 게 핵심.

“취임 전 계획은 시 예산 3180억원을 들여 7만 석 규모의 주경기장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천시 재정은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규모를 6만 석으로 줄이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시 예산을 2100억원이나 줄였지요.”

규모는 7만 석에서 6만 석으로 14% 정도 줄였는데 재정 절감 규모는 3180억원에서 1078억원으로 무려 66%에 이른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경비 3180억원을 1차로 설계변경을 통해 2200억원으로 줄이고, 2차로 저가입찰방식 도입을 감안해 보니 또 1540억원으로 줄더군요. 여기에 30%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으면 그 액수를 1078억원으로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송 시장의 이 같은 계획은 처음 구상과 다르다. 그의 애초 구상은 ‘신축’ 대신 기존 경기장의 ‘증축’으로, 거의 예산을 들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지난 6월 당선 직후 송 시장은 당선자 신분으로 쿠웨이트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타진했다. 직접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의장을 만나 7만 석 규모인 주경기장을 5만5000석으로 줄이고 기존 경기장인 문학경기장을 증·개축해 사용해도 좋다는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이다.



"주민 반대로 생각 바꿔""첫 구상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산과 관련된 내용은 무엇보다 주민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보는데요, 주경기장 신축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던 서구 주민의 반대가 컸지요. 주민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에서 계획을 바꾼 것입니다.”

정부의 재정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다. 2000년 이후 경제를 살리겠다며 세계 각국이 추진했던 감세정책이나 재정 투·융자 등 강력한 재정정책 탓이다. 올 들어 터진 유럽의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위기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재정위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재정적자가 심한 미국이나 일본 등 경제대국도 부도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꼭 국가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수준의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는 결국 중앙정부에 부담을 주는 등 국가적 수준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송 시장은 교과서처럼 답한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껴 쓰고, 악질의 채무를 양질의 채무로 바꾸고, 지방정부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지요. 지방정부의 수입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수익성 사업을 한다거나 세원을 새로 발굴한다거나 외자·민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교과서’ 내용은 누구나 안다. 때로는 ‘표’를 의식해 알면서도 모르는 채 한다. 결국 정확한 방법을 찾아내 주민의 동의를 얻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신 있습니다. 인천대공원 사례를 들지요. 인천대공원은 서울대공원보다 시설이 좋습니다. 인천시민 수 백만 명이 이용하지만 무료지요. 한때 입장료를 받았지만 시민의 반대로 폐지했습니다. 연간 적자는 40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주차료만큼은 시민의 저항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주차비가 2000원입니다. 이 주차료를 조금 올린다 해도 시민은 크게 반대하지 않을 테고 대공원 운영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시작된 ‘숲속도서관운동’도 돈이 들지 않습니다. 가을을 맞아 숲 속에 전화부스만 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시민에게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전개하는 운동인데요. 이 도서관은 전체를 기부 받아 운영할 계획입니다. 기부자에게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고 도서관을 기명으로 운영함으로써 기부자의 정성을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시 입장에서는 예산을 들이지 않고 시민에게 좋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산을 줄이기 위해 이미 결정된 각종 사업을 백지화 또는 재검토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주민의 반발은 물론 지자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외에도 경인고속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나 강화조력발전소, 계양산 골프장 건립, 자전거도로 사업 등 다수가 포함된다. 송 시장은 이 질문에 대해 “‘용어’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지화’나 ‘재검토’라기 보다는 ‘리모델링’이라는 용어가 더 맞다”는 것이다.

“인천시 재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내년이면 인천도시개발공사 부채까지 합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입니다. 인천시 부채만 예산 대비 40% 수준이지요. 여기에 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방교부세는 줄고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세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즉시 부채를 줄일 수는 없으니 결국 몇몇 사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주민 반발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통과 대화로 풀어 나갈 생각입니다.”

재정·경기악화로 인천의 숙원사업인 송도국제도시 건립 역시 차질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칫 인천의 경제를 이끌 ‘심장’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송 시장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인프라 구축에 전념해 지하철도 연장했고, 인천대교도 완공됐지요. 상하수도나 간선도로망도 구축했습니다. 또 시스코나 IBM 등 굵직굵직한 외국 기업도 들어왔지요. 유엔 기구도 7개나 들어와 있습니다. 송도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도 개교했고 2013년부터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국내 대학들도 순차적으로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합니다.”

 

송 시장의 ‘튀는’ 행보는 비단 재정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남북 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최근 “인천-북한 간 화해협력 사업을 복원해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 받았다. 과연 지자체가 단독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특정 역할을 할 수 있는지부터가 궁금하다.

“물론 가능합니다. 인터넷 시대입니다. 개인도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지요. 그런데 왜 지자체가 그런 일을 할 수 없겠습니까? 현 정부는 경제를 강조하지만 유독 남북관계만큼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북한의 급속한 붕괴는 대한민국 경제에 큰 재앙입니다. 이 재앙을 막으려면 몇 가지가 필요한데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며, 또 현재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완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인천인가?

“지리적으로 인천은 서울보다 북한과 훨씬 가깝습니다. 특히 강화는 북한과 불과 강 하나를 마주 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북방한계선(NLL)을 감안하면 인천의 접경지역은 휴전선 전체에 버금갑니다. 남북관계에서 인천이 매우 중요한 이유지요.”



"내년이면 인천도시개발공사 포함 부채 10조원, 인천시 부채만 예산 대비 40%에 육박"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주민 의견 수렴해 당초 계획 바꿔" "'숲속도서관운동' 기부 받아 운영할 것"

"북방한계선(NLL) 감안하면 인천의 접경지역 휴전선 전체에 버금" "인천과 해주, 개성의 3각 협력구도 구상 중"

"동아시아 브뤼셀 될 것"
"인천-해주-개성 3각 협력 구상"

송 시장은 또 “인천은 실제로 남북관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를 위해 자전거를 지원한다거나 아시안게임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남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으로 그는 장기적 안목에서도 남북관계와 관련된 인천의 역할을 구상하고 있다.

“인천과 해주, 개성의 3각 협력 구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세 곳은 남북으로 갈려 있기는 해도 사실상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곳이지요. 30분이면 다 갈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저임과 우리의 기술력·자본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경제 수도 인천’이라는 구호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이미 뗐다. 최근 독자적 북한 지원 사업을 위한 통일부 승인을 받은 것이다. 조만간 인천시는 북한에서 영양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온성군 내 유치원 어린이 1500명에게 빵과 두유 등을 지원할 예정이고 산모와 영유아를 위한 우유·분유 지원 사업도 전개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하는 ‘경제 수도 인천’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만 유효한 것일까? 더 큰 꿈을 갖고 있는 그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주목한다.

“브뤼셀은 작은 도시지만 EU(유럽연합)의 제반 기구가 들어서 있습니다. EU를 이끄는 양대 세력인 독일과 프랑스의 갈등을 없앨 수 있는 적지지요. 인천도 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중·일 3국은 매년 정상회의를 하기로 하고, 그 사무국을 한국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이라면 송도가 가장 유력하지요. 동아시아의 중심이며 인천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국 정상은 물론 관계자들이 바로 일을 보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울까지 가는 교통체증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경제 수도 인천 만들기’ 대토론회에 참석한다며 자리를 떴다. 인천을 대한민국의 경제 수도로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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