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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싹쓸이 두산 담수화 사업 세계 1위

중동서 싹쓸이 두산 담수화 사업 세계 1위

두산중공업은 생산 라인과 주력시장이 글로벌화한 기업이다.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한 그룹의 성장 축이기도 하다.이 회사의 지속가능성 DNA는 글로벌화와 기술 지향성이다.
▎두산중공업이 2006년 준공한 아랍에미리트의 후자이라 담수 플랜트.

▎두산중공업이 2006년 준공한 아랍에미리트의 후자이라 담수 플랜트.

지난 9월9일 두산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전력청이 보낸 라빅6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통보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주액은 4조원 규모.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발전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의 올해 총 수주액은 11조원을 넘어섰다. 창사 이래 최대다.

발전은 담수와 더불어 두산중공업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두산중공업은 1970년대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시장에 뛰어든 후 시행착오 끝에 설계기술을 확보했고, 2000년대 들어 중동지역 담수 플랜트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40%)에 올랐다. 이런 약진 덕에 두산중공업은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월드 베스트 컴퍼니 2009’에서 일본의 닌텐도, 구글, 애플에 이어 전 세계 2500사 중 4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기업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두산중공업을 가치창조기업 세계 2위로 뽑았다.

이 회사는 해수 담수화 부문 경쟁력을 발판으로 2008년 말 21세기 블루골드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수 처리 등 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 처리는 세계적 환경오염과 물 부족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래 물 사업으로 두산중공업은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생각이다. 두산중공업은 또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자력발전소용 핵심 기자재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전문 기업이다. 실적 면에서도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원전 기자재를 공급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전에 들어가는 핵심 설비의 공급도 맡았다. 주단조분야 5개 제품을 포함해 일곱 제품은 지식경제부가 뽑는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됐다. 2007년 선정된 수력 발전용 수차 주강품은 시장점유율이 무려 68.9%에 이른다.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기술이다. 국내시장에서 발전설비를 주로 단품으로 공급하던 이 회사는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설치·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업체로 변신했다.

글로벌 시장 고객 니즈에 맞춰 턴키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꾼 것이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대부분 발전소에 들어가는 주요 기자재를 만드는 게 여전히 본업이다. 박지원 사장은 “우리 회사는 EPC 업체이면서 주요 발전 기자재도 직접 제작하는데, 이 점이 경쟁사에 비해 강점”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우선 발전설비 기술처럼 선진 기업과 100년 이상 격차가 벌어진 기술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과감하게 인수한다. 이런 전략에 따라 2006년 보일러 원천기술이 있는 영국의 미쓰이 밥콕(현 두산밥콕)을 인수했고, 지난해 터빈 원천기술사인 체코의 스코다 파워를 사들였다. 2005년 인수한 미국의 두산하이드로테크놀로지는 RO(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선진 기업과 격차가 크지 않고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는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한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지원 사장은 “풍력발전 기술과 더불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²)를 포집해 해저나 깊은 땅속에 묻는 CCS(Carbon Capture Storage)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계속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CO²인데 CCS 기술을 상용화하면 석탄화력 발전을 하더라도 CO²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CO²에 대한 페널티로 석탄화력이 경쟁력을 잃을 것에 대비하는 거죠.”



해외 M&A로 원천기술 확보두산중공업의 슬로건은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다. 지구촌에 물과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물과 전기는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재화다. 박지원 사장은 이런 산업적 특성이 두산중공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준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차원에서 검증해 볼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뚜렷해 보인다. 올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영업이익률이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지만 올해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목표치(5.7%)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발전과 담수는 수주 산업이다. 발주처는 각국 정부기관이다. 경제성장 속도,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이 회사 성장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유럽과 미국의 성장세가 낮은데 미국 시장의 경우 4분의 1 수준으로 시장이 침체돼 있다. 유럽 시장은 더 불투명하다. 유럽의 더딘 경기회복은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설정한 두산중공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지원 사장은 “수주와 매출 발생 간에 2~3년의 시차가 있어 매출액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성장의 사이클이 길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세계 제일의 해수 담수화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 2006년 광주과학기술원과 손잡고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정수시설을 지원했고, 지난해엔 두산비나 공장이 있는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에서 중앙대 의료원과 함께 안면기형환자 30명을 무료로 수술해줬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의료봉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것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독보적이다. 1991년 페놀 사태를 겪은 후 두산그룹은 그룹 차원의 환경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법정 기준치의 3분의 1 이하로 환경 관련 규정을 지킨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모든 계열사 국내외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 두산중공업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200여 명을 뽑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때 경쟁률은 50대 1이었다. 회사 측은 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긴 적도 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기업이다. 해외 자회사·합작사가 12개에 이르고, 전체 임직원 1만6000여명 중 62.5%가량이 외국인이다. 이 회사는 해외 M&A를 할 때 현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인에게 운영을 맡긴다는 전략이다. 최고경영진도 현지인으로 채워진다. 본사에서 파견하는 인력은 두산의 경영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두산 고유의 제도와 시스템을 이식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박지원 사장은 “두산이 세계화에 성공한 것은 이런 현지화 덕” 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더불어 두산그룹의 두 성장축이기도 하다. 특히 발전은 그룹 차원의 주축 사업이다. 시장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KB투자증권 허문욱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인 담수 플랜트는 성장성이 높은 수출 효자 상품으로 최근 5년간 성장률이 연평균 19%에 이른다”고 말했다. 플랜트 시장 점유율(22%)도 정유 플랜트의 두 배가 넘는다.

“플랜트 수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적중한 셈이죠. 세계 오지의 물 부족 상황은 절박합니다. 지속적인 실적 개선으로 장기적으로도 우상향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해외 자회사 쪽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우려할 단계는 벗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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