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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정국, 환율 고공행진”...유통가 생존 전략은

[유통가 덮친 고환율]②
대형마트, 소싱처·결제화폐 다양화 추진
‘장기불황’ 면세점 업계 “이 악물고 버텨”

인천국제공항 내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 [사진 신라면세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계엄·탄핵정국 속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통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300원선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선을 돌파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환율 변동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제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위축과 함께 환율 리스크까지 고민해야 한다.

소비위축에 고환율까지 겹악재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이미 내수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월 101.6포인트(p)에서 같은 해 12월 88.4p로 13.2p 감소했다. CCSI는 소비자의 경기 관련 판단이나 전망 등을 조사해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관련 지수가 기준치(100) 미만이면 현재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경기상황이 과거보다 좋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유통 업계에 치명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상품 소비를 중심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설상가상 환율까지 치솟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선을 돌파한 상태다. 노무라증권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암울한 전망에 유통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전처럼 매출을 올려도 부대비용이 늘어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고환율 리스크 대비를 위해 국내 주요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소싱처(국가) 다변화에 나섰다. 예컨대 유제품과 수입육 등의 소싱처를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소싱처를 다변화하면 국가·소싱처별 가격 비교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기업은 환율 상황에 따라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상품 대금 결제 화폐(호주달러·유로 등) 다변화도 고환율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대형마트 소싱담당자들은 환율 추이를 지켜보며 통화별 변동 폭이 작은 화폐를 선택해 결제한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일례로 A마트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선 지난 2022년 11월 호주산 오렌지를 호주달러로 결제해 5%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하는 상품은 지난해 초 혹은 중순께 사전협의해서 연단가로 들어오는 게 많다”며 “긴급 수입 품목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재 환율이 당장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올해는 현재 환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최적의 시점을 고려해 계약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원재료를 수입해 상품을 가공하는 식음료 기업들도 고환율 장기화를 우려한다. 그나마 해외 사업이 활성화됐다면 외화 수입으로 상쇄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내수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해외보다 내수 사업 비중이 큰 국내 식품기업의 한 관계자는 “환율 급등에 따라 원가율 절감을 위해 원료 손실 최소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통화선도거래(미리 정한 가격으로 진행하는 거래) 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병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대책 없어”...면세점 업계 한숨만

고환율 장기화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면세점 업계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면세(세금 면제)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가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이유를 사라지게 만든다.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고환율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2월부로 기준 환율을 1400원으로 인상했다. 여기에 환율 인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할인 또는 적립금 프로모션을 ‘환율 보상’이라는 명목하에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런 대응이 임시방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환율 보상 프로모션 등을 통해 구매자의 가격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현 상황에서 기업이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전멸하면서 장기 불황에 빠진 상태다. 국내 주요 면세점 4사(신라·롯데·신세계·현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의 합산 적자 규모는 1355억원 수준이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환율 기조가 뼈아프다”며 “여행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내실 경영을 통해 수익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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