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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보이지 않는 큰손 ETF

증시 보이지 않는 큰손 ETF

▎원자재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금에 투자하는 것이다.

▎원자재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금에 투자하는 것이다.

ETF(상장지수펀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TF는 투자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떤 피해를 입힐까?

ETF는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를 가리킨다. 주요 증시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 ETF는 증시가 개장돼 있는 시간에는 언제든 매입하거나 매도할 수 있다. 미국의 ETF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를 모두 더하면 10월 31일 현재 9400억 달러에 이른다. 2009년 말 7940억 달러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기록적 규모다.

게다가 그 규모가 계속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어 올해 연말께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채권, 개발도상국 주식, 귀금속에 초점을 맞춘 ETF에 돈을 쏟아 넣으면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ETF로 순유입된 자금이 8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종래의 뮤추얼펀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8조 달러 정도(머니마켓펀드는 제외)인데, 투자시장에서 ETF가 뮤추얼펀드를 밀어내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월가의 전문가도 ETF 붐을 활용하고 있다. 투자자문을 하는 회사들은 과거에는 고객들에게 유망 주식을 추천해주는 일을 했고, 그 다음에는 괜찮은 뮤추얼펀드를 골라주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고객들을 위해 자산배분을 해주는 일을 하는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투자회사들과 그들의 고객에게 ETF는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투자자산을 다각화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

ETF 투자에 드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연간 0.5% 정도며, 이는 대부분의 뮤추얼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에 비해 3분의 1 내지 2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ETF 중에는 이보다 더 낮은 0.1% 또는 그 이하의 비용만 부과하는 것도 많다.



미 투자회사 ETF 붐투자회사 찰스슈왑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찰스 슈왑은 “개인이 다각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ETF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면서 “ETF는 모든 종류의 자산을 아주 낮은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사실 찰스슈왑도 ETF 영업을 대폭 확대해 왔다. 현재 찰스슈왑의 고객들은 1000억 달러어치의 ETF를 보유하고 있다. 찰스슈왑은 10만 달러 이상 투자자금을 예탁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투자 목표와 위험 용인 정도에 따른 맞춤형 ETF 포트폴리오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수수료율은 투자자산 평가액이 50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는 연간 0.75%이고 50만 달러를 넘게 되면 수수료율이 이보다 더 낮아진다. ETF 투자와 관련된 제반 경비까지 포함한 총수수료도 1%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낮은 수준이다.

찰스슈왑은 ETF 투자를 중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든 ETF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찰스슈왑의 ETF 상품은 그동안 보유자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20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찰스슈왑의 고객은 거래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으면서 ETF 투자를 할 수 있다. 피델리티도 일부 ETF에 투자하는 고객에게 거래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있다. 티디 아메리트레이드도 100개 정도의 ETF에 대해서는 거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ETF 시장의 성장에 단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은 ETF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다. 찰스슈왑의 고객관리부문 부사장인 피터 크로퍼드는 “ETF라는 약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고 열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 가운데 여덟 사람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한다. 찰스슈왑의 일반고객 가운데 단지 17%만이 현재 ETF에 투자하고 있다.

ETF의 장점은 뮤추얼펀드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를 내는 것 외에도 투자의 투명성, 절세 효과 등도 있다. 뮤추얼펀드에 비해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ETF를 이용하면 S&P500이나 러셀2000과 같은 특정한 주가지수도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금, 천연가스, 정크본드, 물가연동 방식의 미국 재무부채권, 상장합자회사 등도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투자회사 뱅가드의 투자담당 최고임원인 거스 소터는 “많은 투자자가 분산투자의 이점을 깨닫고 있다”며 “이때 ETF는 저렴한 비용으로 폭넓은 분산투자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특히 ETF를 통해 개인투자자도 마우스를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거래되는 원자재와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원자재와 같은 실물자산은 매입하기가 번거로워 예전에는 대체로 기관투자가만 매입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ETF 덕분에 개인투자자도 쉽게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가히 ETF는 투자 세계의 거대한 민주화 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0만 온스의 은을 매입해 그것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이제는 SLV라는 ETF 10만 주를 매입하는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있다. SLV 1주는 은 1온스와 같으므로 SLV 10만 주를 매입하는 것은 실물 은 10만 온스를 매입하는 것과 같다. SLV는 2006년 출범한 뒤 지금까지 90억 달러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원자재 ETF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GLD는 현재 런던에 있는 창고에 600억 달러어치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ETF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은 것이 올해 들어 금의 가격이 25%나 올라 온스당 1365달러가 되는 데 한몫했다.

물론 비판할 점도 있다. ETF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ETF의 자금이 은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일부 시장에서의 거품 발생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은의 경우 9월 30일 이후 가격이 20%나 급등해 온스당 26달러에 이르렀다. 실물시장을 왜곡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금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보석용 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었다. 현재 미국에서 실물 구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구리 ETF를 서로 먼저 출범시키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구리 ETF가 실제로 출범하게 되면 산업용 금속의 하나로 중요한 구리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이미 20%나 상승해 파운드당 4달러에 이른 구리의 가격이 앞으로 더 많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UNG라는 천연가스 ETF가 존재하지만 이것이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지는 않았다. 천연가스의 가격은 올 들어 지금까지 35% 떨어져 100만 BTU당 3.7달러로 낮아졌다.



ETF 원자재 시장 유입헤지펀드는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여러 상이한 부문의 주가상승이나 주가하락에 베팅하거나 자신의 롱 포지션에 대해 헤지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ETF를 활용한다. 일반투자자들은 ETF가 생겨난 뒤 큰손 투자자들이 주식의 공매도를 너무나 쉽게 할 수 있게 된 탓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ETF 시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TF 시장은 고도로 과점화돼 있다. 미국에는 1000여 개의 ETF가 있지만 전체 보유자산 가운데 40%를 규모가 큰 순서로 10개의 ETF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단 3개의 회사, 즉 블랙록의 아이셰어스(iShares),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tate Street Global Advisors), 뱅가드(Vanguard)가 모든 ETF의 보유자산 가운데 82%를 통제하고 있다. 미국에서 ETF 거래는 거래액 기준으로 하루평균 620억 달러에 이르고, 거래량 기준으로는 증권거래소 전체 거래에서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제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ETF는 가장 먼저 출범한 SPY다. 이 ETF는 내년 1월이면 출범 후 만 18년이 된다. 인기 있는 소형주지수에 투자하는 IWM, 컴퓨터 회사인 애플의 비중이 매우 큰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돼 있는 주식들에 투자하는 QQQQ,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EEM 등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ETF로 꼽힌다.

ETF를 잘 운용해 기업 가치를 미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회사도 있다. 자산규모가 가장 큰 ETF 운용회사는 아이셰어스다. 이 회사는 모기업인 블랙록에 40% 정도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려주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고 휘청거리던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로부터 140억 달러에 아이셰어스를 인수했다. 블랙록 입장에서 보면 ETF를 운용하는 데는 보수를 많이 주어야 하는 적극적 펀드매니저를 고용해야 할 필요가 없는 데다 ETF의 자산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그 증가분에서 고수익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아이셰어스를 인수한 보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인수는 블랙록의 최고경영자인 로런스 핑크가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기민하게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루어졌다. 한때 무명의 채권펀드 운용회사였던 블랙록은 지금 3조4000억 달러의 투자자산을 운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되고 있는 블랙록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미국 자산운용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0년에는 배당 지향 주식 ETF가 인기를 끌었다. 배당 지향 주식 ETF로는 S&P에 의해 이른바 ‘배당귀족주’로 분류되는 주식들, 즉 25년 이상 배당을 증가시켜온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의 주식들에 투자하는 SDY와 다우존스 배당지수에 가격이 연동되는 DVY를 꼽을 수 있다. SDY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식은 센추리링크, 피트니 보우스, 신시내티 파이낸셜이며, DVY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식은 로릴라드, 센추리링크, 셰브론이다.



천연가스 앞으로 주목DBC는 에너지 분야에 50% 정도 비중을 두면서 투자 대상 범위를 넓게 잡는 원자재 ETF이고, UNG는 천연가스 산업의 실적에 비례해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ETF다. UNG의 가격은 2010년 들어 9월 말까지 45% 하락했고, 2007년 출범한 뒤로는 모두 87% 하락했다. 이는 천연가스 가격이 그동안 약세였기 때문이다. UNG와 같이 원자재에 대한 선물거래를 이용하는 원자재 ETF는 콘탱고의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여기서 콘탱고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UNG의 가격은 출범한 뒤 천연가스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UNG는 가격이 낮아진 상태의 천연가스 시장에 잠재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실물 천연가스 가격은 2010년 들어 지금까지 35% 하락해 100만 BTU당 3.7달러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석유(현재 배럴당 8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에 대한 상대적 가격 수준으로 볼 때 천연가스의 가격은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일부 원자재의 경우에는 보관과 관련된 문제점 때문에 ETF가 매입해 보유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원자재를 매입해 보유하는 ETF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많이 있다.

투자자는 인터넷을 통해 ETF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닝스타, 야후, 마켓워치닷컴과 cefconnect.com, xtf.com, etfdb.com, etftrends.com 등이 있다. 이제 투자자라면 ETF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ETF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이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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