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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불길 미 은행에 다시 번져

모기지 불길 미 은행에 다시 번져

▎미국 국책 모기지 회사 패니메이는 최근 은행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 회사 패니메이는 최근 은행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 지원금을 상환하고 보너스 인상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시점에 새로운 위협요인이 등장했다. 앞으로 몇 년간 주요 은행들의 수익에 영향이 갈 것이다.

위협요인은 바로 주택 붐이 한창이던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은행들이 인수해 주로 MBS(주택저당증권) 형태로 판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알트에이 모기지(서브프라임 윗등급 주택담보대출), 금리조정가능 모기지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모기지 시장 조사 전문회사이자 증권회사인 애머스트 시큐리티스 그룹에 따르면 방금 거론한 세 가지 모기지와 공적기관이 관여하지 않은 이른바 난에이전시 모기지 증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앞으로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7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지난번 위기와 달리 투자은행보다는 은행이 곤욕을 치를 것 같다. 연방정부의 보증을 받는 모기지 시장의 양대 공룡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부터 비공개 회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핌코)와 블랙록에 이르는 각종 투자회사들이 은행들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런 투자회사들은 실패한 투자의 잔해와도 같은 모기지 증권을 애초에 자신에게 판매했던 은행에 되팔기(환매)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이 이런 환매를 실현시킨다면 은행들이 모기지 관련 손실의 대부분을 떠안게 된다.

투자회사들은 모기지 증권을 환매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태표명과 보증’이라는 법률용어로 표현되는 계약상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풀어서 말하면 이렇다. 모기지 증권이 대거 부실화된 것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주택가격의 폭락(이른바 ‘외생변수’) 때문이었는가, 아니면 은행들이 모기지를 증권화해 판매하면서 그 불량한 실태를 모기지 증권 매입자들에게 제대로 ‘표명’하지 않아서인가. 투자회사들은 은행이 제대로 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모기지 증권 매입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모기지 증권 환매에 성공을 거뒀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결함이 있는 모기지 증권 130억 달러어치를 이미 은행들에 되팔았고, 더 많은 환매를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모기지 시장 조사 전문회사인 컴퍼스 포인트 리서치 앤드 트레이딩의 추정에 따르면 앞으로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은행들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환매만으로도 3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넘겨받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모기지 관련 영업을 하고 있는 은행이라면 어느 곳도 2차 모기지 시장의 양대 공룡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자세를 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연방정부가 뒷받침해주는 이른바 정부보증회사로서 미국 내 주택모기지 증권의 절반 정도를 보유 또는 보증하고 있다.

MBIA, 어슈어드 개런티, 그리고 최근에 파산한 암박(Ambac)과 같은 보증전문회사들도 모기지 증권 환매 전선에서 약간의 승리를 거두었다. 이런 보증전문회사들은 모기지 증권의 신용도를 높여 그 공모발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모기지 증권 환매와 관련해 일정한 성과를 올림으로써 이들은 보험금 손실 가운데 거의 60억 달러에 이르는 부분을 복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됐다. 예를 들어 MBIA는 컨트리와이드와 그 모기업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를 상대로 ‘실태표명과 보증’의 원칙에 근거해 뉴욕 상급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지금은 법정공방에 나서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 제기된 이 소송은 지금 이 분야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케네스 루이스를 대신해 올 초 뱅크오브 아메리카 (BofA)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브라이언 모이니핸.

▎케네스 루이스를 대신해 올 초 뱅크오브 아메리카 (BofA)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브라이언 모이니핸.



“은행이 불량한 모기지증권 판매”그런가 하면 어슈어드 개런티는 자사가 보증한 모기지 증권을 발행한 은행과 직접 모기지 대출 건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어슈어드 개런티의 경영자들은 이미 4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복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점검한 53억 달러어치의 보증대상 증권 가운데 약 47억 달러어치에서 실태표명과 보증의 원칙이 위반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어슈어드 개런티는 자사가 보증한 모기지 증권 가운데 약 200억 달러어치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에 이번의 손실복구 노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어슈어드 개런티 관계자는 “이미 환매했거나 손실복구에 관한 협상이 타결된 경우를 성공으로 볼 때 이번 노력의 성공률이 80%에 이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앞으로 실태표명과 보증의 원칙에 근거해 실현시킬 수 있는 손실복구의 총 규모는 14억 달러를 훨씬 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모기지 증권 환매를 목적으로 해서 은행들을 상대로 전개되고 있는 싸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알트에이 모기지, 금리조정가능 모기지 등을 증권화한 ‘난에이전시 증권’ 또는 ‘자체브랜드(private label) 증권’을 매입한 투자회사들이 벌이는 싸움일 것이다. 사실 이런 투자회사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은 피해당사자들이고, 이들이 매입한 모기지는 MBS의 토대 가운데 가장 위험한 종류로 일반적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은행들이 각각 자사의 이름으로 발행한 자체브랜드 모기지 증권 가운데 바로 이런 가장 위험한 종류의 모기지를 토대로 한 것이 많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2조 달러 규모의 이런 모기지의 시장에 무모하게 투자해 큰 대가를 치렀다.

컴퍼스 포인트 리서치 앤드 트레이딩에 따르면 모기지 증권의 환매가 본격화하면 대규모 은행들이 모두 1340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투자회사들도 진격을 시작했다. 미국 각지에 있는 연방주택대출은행들은 이미 모기지 증권을 인수해 판매했던 다수의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50억 달러어치에 이르는 MBS에 대해 거래계약의 철회나 환매를 실현시킬 것을 목적으로 한 이 소송은 은행들이 판매한 모기지 증권 자체의 결함과 은행들이 제시했던 증권발행 안내서가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앞에서 언급한 핌코, 블랙록, 패니메이 등 100개 이상의 주요 투자회사가 댈러스 지역의 변호사인 탤코트 프랭클린이 주도하고 있는 자체브랜드 증권 보유자들의 청산거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집단은 피해를 본 5000억 달러 이상의 자체브랜드 모기지 증권 보유자들 가운데 보유비중 기준으로 25%가 넘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지난 10월에 뉴욕 연준을 비롯해 블랙록, 핌코, 프레디맥,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 웨스턴 애셋 매니지먼트와 같은 위력 있는 투자자들이 지브스 앤드 브런스라는 휴스턴 지역의 법률회사가 작성한 서한에 서명한 적도 있다. 이는 BofA가 인수해 판매한 모기지 증권 가운데 결함이 있었던 약 470억 달러를 되사라는 압박을 가하는 행동이다. 이런 BofA의 모기지 증권 가운데 많은 부분이 베어스턴스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에 대한 2008년의 구제금융으로 인해 결국은 뉴욕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투자회사들의 모기지 증권 환매가 그 결과로 대규모 은행들에 얼마나 큰 손실을 입히게 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분야의 법률은 실제로 적용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송가액이 워낙 큰 데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분위기에서는 연방정부가 대규모 은행들을 구제하는 일에 나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거대한 싸움에 휘말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힘만으로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자체브랜드 증권이 은행들에 끼칠 손실에 대한 추정액은 가장 낮게는 230억 달러에서부터 최악의 경우 1800억 달러에 이른다. 조사회사인 컴퍼스 포인트에 따르면 특히 BofA가 350억 달러라는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이는 BofA가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에 컨트리와이드와 메릴린치를 인수해 모기지 증권 시장에서 악성 모기지 증권의 기초자산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모기지 증권의 환매에 관한 뉴스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 시작한 뒤로 BofA의 주가가 급락해 연초 대비 22.6%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모기지 증권과 관련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에 관한 최근의 언론보도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 은행의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



은행 측 “모기지 문제 부실 아닌 불황 탓”BofA의 대변인인 제리 더브로스키는 환매에 따른 손실에 대한 컴퍼스 포인트의 추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BofA의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모든 자료를 다 갖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는 모든 자료를 다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추정해봐도 최종적인 손실액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그들은 그러한 숫자를 어떻게 추정했다는 말인가? 다시 강조하건대, 우리는 모든 타당한 요구에는 책임성 있게 응하겠지만 모든 부당한 요구에는 적극적으로 맞대응할 것이다.”

주요 은행들 가운데 일부는 모기지 증권 환매에 따른 추가적인 손실을 상당부분 부담해야 할 만한 잘못을 저지른 게 틀림없다. 거의 모든 기준에서 그들은 대단히 결함이 많은 증권을 발행해 세계의 투자시장에 내다판 것이다. 증권화된 모기지 대출은 그들의 재무제표에서 누락돼 잘 속아 넘어가는 투자상품 매입자에게 신용위험이 모두 전가됐다.

은행 관계자는 모기지 시장의 금융적 실적이 대부분 모기지 증권 인수 및 판매 과정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위기가 발생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곤 하는 BofA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모이니핸은 BofA는 모기지 증권 환매 요구에 맞서서 “백병전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나는 소형차인 셰비 베가 차를 샀지만 그것이 12기통의 엔진을 장착한 메르세데스 차이기를 원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주장을 참고 듣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은행들이 저가 승용차를 마치 멋진 세단이나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판매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택 모기지와 지역사회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12개의 지역은행 가운데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연방주택대출은행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곳은 자사가 매입한 190억 달러어치의 모기지 증권을 환매할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설립한 금융위기조사위원회에서 9월에 이루어진 증언도 은행들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보여준다. 이 위원회에서 클레이턴 홀딩스의 전 사장인 케이스 존슨과 현재 이 회사의 선임부사장인 비키 빌은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에서부터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에 이르는 월스트리트의 수십 개 대형 금융회사를 위해 모기지 증권에 기초자산으로 편입할 만한 91만1000건의 모기지 대출 채권을 선별했다. 그 가운데 단지 54%만이 모기지 증권의 발행안내서에 기재된 인수기준을 충족시켰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인수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나머지 46%에 속하는 모기지 대출 채권 가운데 상당부분이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을 전제로 포트폴리오에 편법적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구성의 질에 대한 클레이턴 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증권발행 안내서에 그런 내용을 보여주는 표본자료를 포함시킨 경우는 전혀 없었다.

이처럼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모기지 증권의 환매 문제를 둘러싸고 거대한 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 싸움의 결과 은행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또 한 그릇 먹어야 하는 자업자득의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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