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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망신살 뻗친 일본 스모계

[SPORTS] 망신살 뻗친 일본 스모계

일본에서 스모 선수들은 규율과 명예 같은 전통적인 미덕의 본보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요즘 스모를 관장하는 기구가 제구실을 못하고 스모계엔 망신살이 그치지 않는다. 가장 최근 스모계를 강타한 사건은 승부조작 스캔들이다. 이달 초 스모 선수 10여 명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경찰이 확보하면서 추문이 불거졌다. 돈을 줄 테니 져달라고 상대 선수와 담합하는 내용이다. [기요세우미라는 리키시(力士)가 보낸 문자가 대표적이다. “다음 경기에서 내가 이기게 해줄 수 있소? 그렇지 않으면 20만 엔을 돌려받고 싶은데.” 상대 선수: “물론! 조금만 기다려 주겠소? 이번 시합이 끝나고 70만 엔을 지불해야 하니까 그 뒤에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이 같은 파렴치한 행동이 발각된 시점도 망신스럽다. 스모계는 지난 몇 년 새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위신이 크게 실추돼 있었다. 2007년 이후 마리화나 흡연, 불법도박, 그리고 연습생 폭행치사 사건 등으로 선수들이 줄줄이 체포됐다. 스모계의 승부조작 의혹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자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된 일본스모협회(JSA)는 65년 만에 처음으로 춘계 대회를 취소했고 올해 나머지 지방 순회경기도 모두 연기했다. 협회는 또 조사위원회가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때까지 정규 대회를 중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듯하다. 스모 선수들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거나 “실수로 물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수들이 수사를 방해하고 JSA가 과거에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스모 정신이 이제는 일본의 신도(神道) 의식보다는 짜고 하는 쇼 같은 미국 프로레슬링 경기에 더 가까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모계가 그동안의 부정한 이미지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관중에게 즐거움을 줄지는 몰라도 조잡한 쇼에 불과할 뿐 공정한 시합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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