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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하이닉스, 메타 데이터센터 ‘SSD 공급’ 재개…파두에도 ‘훈풍’

메타, SK하이닉스·파두 eSSD 합작품 발주 재개…1년 3개월만
낸드는 SK하이닉스가, 컨트롤러는 파두가 담당…실적 기대감↑

SK하이닉스 직원이 생산 라인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SK하이닉스가 메타(옛 페이스북)에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두와 손잡고 수주한 사업이 메타의 발주 지연에 따라 약 1년 3개월간 멈췄다가 최근 다시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15일 복수의 반도체·투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메타 데이터센터에 기업용 SSD(eSSD) 제품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인 파두와 30억8232만원 규모의 SSD 컨트롤러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eSSD의 핵심 구성품인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는 SK하이닉스가,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컨트롤러’는 파두가 담당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자사 낸드에 파두의 컨트롤러를 붙여 완제품을 제작, 메타에 공급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양사는 앞서 지난 2021년 말 메타에 데이터센터용 SSD를 공급하는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에 따른 eSSD 납품이 2023년 1분기까지 유지됐으나, 같은 해 2분기 이후 이 사업으로 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메타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급격히 줄이면서 주문을 지연했기 때문이다.

메타는 최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멈췄던 데이터센터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다. 이에 협력 기업인 SK하이닉스·파두와의 거래도 최근 재개한 구조다. 반도체 시장 다운턴(하락 국면) 때 지연되기 시작한 메타의 발주가 약 1년 3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SK하이닉스·파두의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WDC·SK하닉으로 ‘공급처 다변화’…파두는 유지

메타는 SK하이닉스에 앞서 세계 5대 낸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C)과도 eSSD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제품에도 파두의 SSD 컨트롤러가 장착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제품 물량의 안정적인 확보와 가격 협상 등 계약 체결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건 메타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흔히 쓰는 방식”이라며 “메타가 eSSD 완제품 공급처를 WDC에 이어 SK하이닉스로도 확장한 구조다. 낸드 제조사는 공급처를 다변화했지만, SSD 컨트롤러만큼은 파두를 유지했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도 “SK하이닉스의 메타향 eSSD 사업이 재개되면서 SK하이닉스와 파두와의 거래도 다시 궤도에 오른 모습”이라며 “향후 협업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파두는 앞서 6월과 7월에 해외 낸드 제조사로부터 각각 68억원·47억원 규모의 SSD 컨트롤러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시장에선 공시에 명시된 ‘해외 낸드 제조사’가 WDC라고 본다.

파두는 2021년 메타로부터 데이터센터 SSD 컨트롤러 관련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후로도 메타와 꾸준히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WDC와는 기업용 SSD에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 ‘FDP’(Flexible Data Placement)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FDP는 세계 빅테크가 모여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표준을 논의하는 OCP(Open Compute Project)에서 메타가 표준으로 제시한 기술이다. 메타가 파두와 함께 고도화해 온 FDP 기술에 웨스턴디지털이 가세한 구조다.
파두 사옥 외관 전경. [사진 파두]

다시 가동하는 ‘파두-SK하이닉스-메타’ 구조

SK하이닉스가 최근 메타에 공급을 재개한 eSSD 제품은 파두의 컨트롤러가 탑재된 3세대(PCIe 3.0·Gen3)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와 파두가 앞서 2021년 말부터 2023년 2분기까지 메타에 공급한 eSSD 제품도 3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SSD 시장의 주력 제품은 5세대(PCIe 5.0·Gen5)라 향후 SK하이닉스와 파두의 메타향 공급 사업의 확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3년 하반기 메타가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자를 축소한 건 SK하이닉스·파두 모두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내부에도 당시 메타향 사업 전개로 준비했던 물량 상당량이 재고로 축적돼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메타의 발주가 다시 시작되면서 당시 쌓였던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했고, 공급 속도를 고려해 파두에 30억8232만원 규모의 SSD 컨트롤러를 구매한 구조다.

파두가 지난 7일 게재한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에도 이런 내용이 간접적으로 담겨있다. 파두 측은 공시를 통해 “30억8232만원 규모의 기업용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을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시장에선 공시에 명시된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SK하이닉스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파두는 기업용 SSD 컨트롤러 분야서 삼성전자와 경쟁 구도에 있다. 이 때문에 30억원 넘는 규모의 파두 SSD 컨트롤러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SK하이닉스뿐이란 시각이다.

SK하이닉스 내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도 “파두 공시에 나온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SK하이닉스”라며 “메타향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공급 계약”이라고 했다. 파두는 이 계약에 따라 오는 12월 30일까지 SK하이닉스에 메타향 SSD 컨트롤러를 순차 공급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사진 메타]

2023년 메타의 발주이 지연되면서 다소 악화했던 SK하이닉스와 파두의 협력 관계가 이번 사업 재개로 인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단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메타향 사업 재개를 두고 “지난 2023년 메타가 eSSD 주문을 중단하면서 파두의 상장 과정에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고, 관계사인 SK하이닉스는 금융감독원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곤욕을 겪었다. 또 양사 사이에 재고 처리나 물량 공급 등의 문제에서 이견이 나타나기도 했다”며 “파두에 제기된 기술력 부재나 공모가 고평가 등의 시장 의혹이 일부분 해소되는 동시에 SK하이닉스와의 협업 관계도 일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30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잡았던 올해 AI 관련 투자를 최근 35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에만 최대 55조원을 쏟아부어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이에 따라 멈췄던 데이터센터 투자도 최근 급격히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eSSD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이다. 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처리할 데이터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라 데이터센터용 SSD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SSD는 다수의 낸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낸드는 값이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병렬로 연결한다면 속도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 반도체가 SSD 컨트롤러다.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낸드 데이터 처리 속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취약한 내구성을 보완하는 필수 제품이라 ‘SSD 두뇌’로 불린다. SSD 경쟁력은 낸드가 아닌 컨트롤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두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파두 외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자·마벨·마이크로칩 정도로 드물다.

SK하이닉스 측은 메타 데이터센터 eSSD 공급과 관련해 “고객사·협력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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