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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산의 D(디플레이션) 먼저 막아라

당신 자산의 D(디플레이션) 먼저 막아라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금융위기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10월. 일간지 경제면은 펼치기 두려울 만큼 자극적인 제목으로 도배돼 있었다. 그중 아직까지 눈에 선한 기사의 제목이 ‘D의 공포’였다. D는 디플레이션,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지금 왜 디플레이션을 말해야 하는가? 실제 체감되는 가계 경제는 사전적 의미와는 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디플레가 일어난다 해도 환율이 더 오르면 이는 바로 생활물가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경제학원론 교과서에서 말하는 디플레이션은 결국 우리나라 가계 입장에서 보면 물가급등 시기가 되는 것이다.

올해는 가계 경제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가계 경제 D의 시대’는 지금부터다. 자산이 적고 소득도 높지 않은 사람일수록 D의 위력은 더 커질 것이다. 금리인상 시기에 가계 자산을 깎아먹는 가장 큰 원인은 공교롭게도 전세난과 부동산 실제 가치다

전세난은 입주물량 감소, 재개발·뉴타운 지구 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 급증과 은퇴자의 반전세 논리에 밀려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세자금대출 규모 확충과 금리인하 등의 카드로 이를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가계에는 엄청난 마이너스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 보증금은 2년 뒤 돌려받기로 한 것으로 자산가치 상승을 포기한 돈이다. 여기에 대출이라는 옷까지 입히면 이자만큼 매월 저축 여력이 사라진다.



고물가·원리금 상환 이중고정부 지원을 못 받고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사람은 지금 같은 금리인상 시기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반전세로 월세를 지불하면 이 역시 그만큼 기회비용을 날려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전세난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전조로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부채 수준이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 때와 비슷한 수준이고 은퇴가 임박한 집주인이 많아 매도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

주택시장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에게 주택 구입은 부동산 투자가 아닌 주택 할부구매 이상의 의미가 없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으로 실제 돈을 번 세대는 40대 후반 이상이 다수를 차지한다. 2005년 이후 집 한 채로 부동산 투자를 사실상 종료한 사람은 거래비용, 세금, 대출이자,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큰 수익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금리상승 시기에는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 말 못 할 고민이 커져간다. 따라서 부채 비중이 큰 사람 특히 대출상환 때문에 저축이나 투자가 어려운 사람은 생활비를 줄이는 한이 있어도 대출 규모를 줄여 금융자산을 늘리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금융자산은 저축이 아닌 인플레를 극복할 수 있는 장기투자여야 한다. 만약 대출상환 때문에 금융자산을 모을 수 없다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먼저 ‘내가 무주택자라면 지금 내가 팔려고 하는 가격에 내 집을 매입하겠는가?’라는 물음을 생각해봐야 한다. 매입하겠다고 자신한다면 대출을 상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먼저 나온다면 아쉽더라도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자산 중 미래가치가 없는 자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에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이 들어간다면 역시 부동산 중개인을 찾는 게 낫다.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 시기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물가상승과 대출이자 혹은 월세 등과 같은 가계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느 때의 금리인상 시기와 분명히 다르다는 말이다. 부채가 있든 없든 매월 저축 여력을 의도적으로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소득이 발생하면 눈 감고 그냥 ‘강제 저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리 상승기 재테크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얘기가 있다. 먼저 저축을 하려면 중간에 금리상승을 반영하는 회전식 예금에 가입하라는 충고다. 투자를 하려면 금리상승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금융주에 투자하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요즘 같은 유동성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 충고다. 회전식 예금은 주로 제1금융권에서만 다루는데 시작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중간에 금리상승을 반영한다 해도 만기 시에도 이자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1년 정도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는다면 금리 자체가 인플레를 극복할 수 있는 우량 저축은행의 예·적금에 들거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금리인상 시기에 수익률이 악화되지만 반대로 금리상승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신호이기 때문에 좋은 회사채에 선별 투자하고 있는 채권형 펀드라면 단기간 수익률은 저조해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인상 기조에도 꾸준히 물가상승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채권형 펀드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또한 금융주 투자는 경제학원론과 같은 이론적 발상이지 유동성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는 지금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재테크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라금리인상 시기인 지금은 인플레 억제 목적이 가장 크다. 단순하게 인플레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식형 펀드가 답이 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와 중국 등 소비 폭증을 반영할 수 있는 아시아·중국 소비재 관련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원자재, 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펀드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 반영이 빨라지다 보니 벌써 고점이라는 인식이 짙다.

지금처럼 금리인상, 중동 문제, 중국의 긴축, 물가상승, 유동성의 힘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시기에는 거치식 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가장 확실한 위험 분산은 투자 타이밍의 분산이다. 따라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목돈이 있더라도 6번을 쪼개든 12번을 쪼개든 들어가는 시점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다. 물론 급등장이 펼쳐질 경우 수익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이렇게 시장이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완만한 상승장이나 횡보장 혹은 하락장에서는 모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진다. 결국 투자 시점 분산이 수익과 위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금리인상 기조로 보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해야 한다. 소득상승보다 가계비용 상승이 최소 두 배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매월 저축액이 줄어들지 않게 할지, 어떻게 가계부채를 줄여 나갈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인플레를 뛰어넘는 자산운용을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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