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진실을 감추지 말라!
노화의 진실을 감추지 말라!
100세까지 살고 싶은 사람은 누구? 거의 모두가 손을 들리라. 사실 팔팔한 몸과 정신으로 90대를 넘긴 뒤, 가능하다면 사랑을 나누는 동안이나 마라톤을 뛰다가 심장마비로 바로 생을 마감한다는 환상이 이뤄진다면 누가 100세를 마다할까? 베이비붐 세대를 가장 먼저 열었던 사람들이 이제 65세가 됐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노년기를 현실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노년은 노화를 방지한다는 보조제나 뇌를 활성화한다는 컴퓨터 게임을 선전하는 ‘장수 숭배론자’들이 해결할 만한 사소한 애로사항이 아니다. 의학의 기적으로 머지않아 ‘완치될 질병’도 아니다. 2008년 세계과학축제의 노화 관련 토론장에선 ‘90세는 새로운 50세’라는 슬로건이 등장했지만 늙음은 저항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90세는 90세지 새로운 70세도 결코 아니다.
우리는 우아하게 늙어갈 능력을 갖췄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미디어는 여전히 활기찬 노후생활의 확신을 주려 애쓴다. 89세에도 여전히 재치가 넘치는 코미디언 베티 화이트나 80세의 나이에 ‘투자의 현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처럼 ‘늙지 않는’ 고령자들의 사례를 들먹인다. 하지만 그들은 예외일 뿐이다. 대개는 상대적으로 젊은 60~70대[사회학에서 ‘젊은 늙은이(young old)’로 분류된다]를 지나 더 가혹한 영역인 80~90대의 ‘늙은 늙은이(old old)’로 옮겨가면 신체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커진다.
85회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어 끄는 사람이 정신과 육체가 말을 듣지 않는 말년을 맞을 확률은 반반이다. 65세가 넘으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5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 더구나 미국에선 85세 이상의 3분의 2가 여성이다. 대다수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경제사정이 어려워진다. 최고 수준의 보살핌을 받으며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올 1월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정치가 로버트 슈라이버 정도의 지불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나 해당된다. 대개는 평생 모았던 돈이 바닥 난 뒤 저소득층 지원책으로 운영되는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리라 예상된다.
알츠하이머 같은 노인병을 완화해주는 의학적 돌파구를 기대하는 일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행동계획이 아니다. 그런 막연한 기대와 나이를 부인하려는 과장된 선전은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의료와 복지 혜택에 필요한 자원을 국가가 어떻게 충당할지에 관한 어려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인생 말년을 맞아 우리 모두가 내려야 할 결정의 지침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생이 고령자에게 가져다주는 보람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90세 넘게 산다면 개인이나 사회로서 생의 최고의 나날이 아닌 최악의 날들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노인의학 전문의 뮤리얼 R 질리크는 저서 ‘노화의 거부(The Denial of Aging)’에서 ‘늙지 않는 나이듦’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생기는 사회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까운 장래에 알츠하이머가 퇴치되고 장애가 사라진다고 가정한다면 장애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해주는 장기 요양시설을 장려할 이유가 없어진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의학을 맹신하면 사회적 논의에서 고령자의 시급한 비의학적인 욕구가 무시되기 쉽다. 우리에겐 병든 노인을 보살피는 더 나은 장기 요양시설이 필요할 뿐 아니라 건강한 노인의 독립심을 북돋우는 지역사회 서비스도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줄어드는 사회복지 재원을 충당하려고 퇴직 정년의 연장을 주장한다면 그와 동시에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이를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포기해야만 90세를 더 나은 90세로 만들 방법을 두고 논의가 시작된다. 그 논의는 ‘회춘의 샘’을 향한 헛된 갈망이 아니라 현실과 이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
[필자는 ‘새로운 노년기라는 마케팅의 허구(Never Say Die: The Myth and Marketing of the New Old Age)’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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