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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서서히 은퇴하기’를 준비하라

Retirement >> ‘서서히 은퇴하기’를 준비하라

베이비 부머의 은퇴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은퇴 준비에 대한 논의가 급증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은퇴 준비가 너무 미흡해 고령화 시대에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여기저기서 소리쳐도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은퇴 후 생활비와 의료비 문제를 두려워하면서 정작 준비는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왜 은퇴 준비가 이토록 지지부진한 것일까? 왜 현재 40~50대 베이비 부머는 자녀에게 의존하지도 못할 노후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

첫째 이유로 자녀 중심의 사고방식을 들 수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자신과 배우자의 삶보다 자식의 교육과 결혼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내 자녀가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교육비 지출은 날로 늘려도 은퇴 준비는 사치스러운 남의 이야기처럼 듣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은퇴나 노후생활에 대한 부정적 생각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칠 만큼 젊음을 선호하고 나이 드는 것을 꺼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늙었다는 말을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롭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은퇴 후 삶을 제3의 인생이라고 부른다. 기대수명이 90세에 이르다 보니 은퇴 후에도 적어도 30년 이상을 새롭게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개념이다.

제3의 인생은 가족을 위해 일하던 제2의 인생과 달리 자아실현을 추구해 가는 시기다. 우리 부모 세대에서는 제3의 인생 개념이 없었다. 그저 은퇴하면 사회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중장년층이 은퇴를 두려워한다.

외국에는 은퇴를 축하하고 기다리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은퇴자는 여유로운 삶을 즐기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은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녀에게 부양 받으며 죽음이나 기다리는 기간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은퇴 준비를 나중으로 미루기만 하며 이야기조차 꺼린다. 은퇴란 개념조차 없었던 농경문화의 영향도 크다. 은퇴생활에 대한 지식 부족, 정부의 연금제도 미흡 등도 은퇴 준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선 가장 먼저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은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재무적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 은퇴는 결코 사회의 뒷무대로 사라져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대수명이 90세를 넘어가는 장수시대에 정년퇴직 후 30년 이상을 자신만의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은퇴자들이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여생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60대에 회사를 은퇴한 여성이 간호대학을 다시 다녀 간호사 자격증을 딴 다음 80세가 넘도록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국내 은퇴자들이 집에서 종일 TV나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적극적인 은퇴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도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며, 가능하면 오랫동안 서서히 준비해 애착을 가져야 한다. 은퇴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기반으로 가족, 재산, 취미, 사회활동, 건강 등이 골고루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은퇴가 없는 일을 찾아 인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특히 현직에 있더라도 ‘절반만 일하기’나 ‘서서히 은퇴하기’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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