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BASEL WORLD] LVMH 아르노 회장, 시계를 탐하다
[2011 BASEL WORLD] LVMH 아르노 회장, 시계를 탐하다
전 세계 시계 관계자들이 모여 시간을 잊는 곳. 앞선 기술과 과감한 디자인, 예술의 경지에 오른 시계에 마음을 빼앗기는 곳. 바젤의 시계 축제는 올해도 수많은 화제를 만들며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열렸다. 올해 방문객은 10만3200명.
스와치그룹의 행보는 이번 바젤에서 주목 받았다. 스위스 시계의 거인 니콜라스 G. 하이에크 회장이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끈 인물은 회장의 딸인 나일라 하이에크(Nayla Hayek) 부회장. 바젤월드 시작 첫날 데일리뉴스 1면에는 그녀의 인터뷰가 메인 기사로 올라 있었다. 기사에서 그는 앞으로 여성 시계 분야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1995년부터 스와치 그룹에서 일해온 시계 전문가다. 그룹 프로모션, 중동과 인도 지역, 브랜드 발명의 대표를 맡았다. 2007년 티파니가 스와치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니콜라스 G. 하이에크 회장이 가장 아꼈고 그가 대표를 맡아온 초고가 시계 브랜드 브레게는 외손자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Mark Alexander Hayek)가 이어받았다. 그는 나일라의 아들이다. 마크는 자케 드로, 블랑팡, 프레드릭 피게의 대표를 맡는 동시에 그룹의 카리브해와 중남미 지역을 담당하는 실세로 떠올랐다.
스와치 그룹의 대표는 2003년부터 CEO를 맡고 있는 아들 닉 하이에크다. 그는 동시에 레옹 아토, 스와치 그룹의 미국, 러시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을 관할하는 대표다.
스와치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움직임도 주목 받았다. LVMH그룹은 99년 제니스와 태그호이어를 인수하며 명품시계 시장에 본격 참여했다. LVMH 그룹 소속 패션 브랜드 디올도 99년 시계 제작 라이선스를 준 베네돔사를 인수했다. 두 브랜드는 패션 브랜드지만 아르마니, 버버리처럼 유행에 맞춰 대량생산하는 패션 시계에 머물기를 거부했다. 시계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스위스 시계 생산 거점으로 유명한 라쇼드퐁에 제작 공장도 설립했다. 태그호이어 공장 바로 옆이라 화제를 모았다.
LVMH가 수년간 꾸준히 진행한 투자는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루이뷔통은 2004년 탕부르 투르비옹, 2008년 나침반 역할을 하는 탕부르 오리엔타시옹, 2009년 투명한 크리스털 판 위에 무브먼트를 얹은 탕부르 미스터리웨세, 2010년 인덱스가 회전하는 탕부르 스핀타임 등 자체 개발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3년 전 SIHH에서 제네바의 한 호텔을 빌려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루이뷔통은 이제 바젤월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젤시를 따라 흐르는 강에 고급 요트를 띄워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디올은 패션 DNA가 흐르는 브랜드다. 초기에는 패셔너블한 시계 위주로 제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2008년 투르비옹, 2009년 사파이어 크리스털 판을 돌린 크리스털 미스터리웨세, 2010년 시를 표시하는 작은 디스크가 다이얼 위에서 돌아가도록 한 크리스털 윗이 그것이다. 올해는 독립 시계 제작자 프레데릭 주브노와 손잡았다. 그가 고안한 무브먼트에 착안해 디올 엥베르세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바젤월드가 시작되기 전 들려온 흥미로운 소식은 LVMH가 불가리와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발표였다. LVMH 그룹의 수장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바젤월드 기간 루이뷔통과 디올 등의 부스를 직접 방문했다. LVMH는 시계 분야에서 역사와 전통이 기존 명품에 밀린다. 하지만 자본과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번에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LVMH의 움직임에 시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바젤월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2년 전과 사뭇 다르다. 주가처럼 잠시 내려갔던 곡선이 탄력을 받아 반등한 모습이다. 중국을 선두로 한 아시아, 러시아, 중동,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이 구세주였다.
1월 열린 박람회와 마찬가지로 신시장을 위한 구색맞춤이 활발했다. 예컨대 체구가 작은 아시아 사람들에 맞춰 심플한 다이얼, 얇은 두께, 직경 40㎜ 이내 작은 사이즈의 시계를 많이 선보였다. 지구 반대편 여행이 잦아진 탓인지 여러 나라 시간을 맞춰볼 수 있는 월드 타임 기능을 가진 시계를 선보인 곳이 많았다. 러시아, 중동 지역을 위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려하고 웅장한 시계들도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은 1930년대와 1960년대 복각 모델이 눈길을 끌었다. 다이얼에는 선레이(햇살처럼 퍼지는 무늬), 새틴 브러시드(새틴처럼 아주 미세한 선이 들어가 은은한 반광을 띠는 표면처리) 마감의 다이얼과 1930년대 유행한 쿠션 형태의 케이스가 눈길을 끌었다.
소재는 스틸만큼 견고하면서 밀도가 낮아 훨씬 가벼운 티타늄, 긁힘에 강한 세라믹이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케이스나 베젤에 쓰이던 것에서 벗어나 무브먼트의 기본 판, 다이얼 판 등 주요 부품에 폭넓게 사용됐다. 티타늄과 로즈골드, 세라믹과 티타늄 등 다른 소재들과 합금을 통해 풍부한 컬러와 질감을 보여주었다.
실리시엄을 사용한 브랜드도 대폭 늘었다. 기계식 무브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밸런스 스프링, 이스케이프먼트 휠, 팔레트 등이다. 율리스 나르뎅, 브레게는 이미 이 부분을 실리시엄으로 교체했다. 새로운 소재는 열과 자성의 영향을 기존 금속 부품에 비해 적게 받는다.
신기술도 많았다. 태그호이어는 100분의 1초 측정 가능한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상용화한 카레라 마이크로타이머와 1000분의 1초 측정 가능한 컨셉트 시계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을 선보였다. 기계식 손목시계에서 0.001초와 0.0001초까지 측정할 수 있다.
위블로는 컨셉트 시계를 선보였다. 마스터피스라 이름 붙인 MP-01은 모노퓨셔 칼럼휠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시계, MP-02는 4배 느린 시간과 4배 빠른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시계로 기존의 빅뱅과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해리 윈스턴의 오푸스는 매년 독립시계 제작자와 손잡고 시계를 만든다. 11번째 에디션은 물고기떼가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24개의 판이 돌아가면서 시를 표시하는 획기적인 시계다. 브레게는 미닛 리피터 소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리퀴드메탈을 사용했고, 자성을 사용해 시간을 배분하는 마그네틱 레귤레이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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