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쭉정이 뉴타운 사라지고 알짜 남는다
[Real Estate] 쭉정이 뉴타운 사라지고 알짜 남는다
10년 만에 비틀거리고 있다. 뉴타운 얘기다. 2002년 서울에서 시작된 뉴타운 개발사업이 올해 기로에 섰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대대적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이어 정부까지 가세해 뉴타운 제도를 손질하려고 하지만 뉴타운 잔치가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에서 2002년 길음·은평·왕십리 등 세 개의 시범지구가 지정되면서 뉴타운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뉴타운 사업은 외곽의 허허벌판을 밀고 주택을 짓는 신도시나 택지지구와 다른 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도심 내 낡은 주택가를 허물고 도시계획에 따라 계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에 작은 단위로 우후죽순처럼 개발이 진행되면서 빚어지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광역적인 도시개발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대상 지역이 강북에 많이 몰리면서 강남 편중의 개발에서 벗어난 균형개발을 하려는 뜻도 있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가운데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든든한 후원군을 만났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 전국의 뉴타운은 77개 지구(719개 구역)에 이르고 면적으론 7940만㎡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 26개 지구(241개 구역)다.
요즘 뉴타운이 문제가 되는 건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 탓이다. 3월 말 기준으로 10년간의 사업으로 서울 시내 241개 구역 중 완공된 곳은 7.9%인 19곳에 불과하다. 본격적 사업 단계인 조합설립까지 간 곳은 절반가량인 121곳이다. 절반이 아직 걸음마 단계다.
뉴타운 후보라는 소문만 돌아도 집값·땅값이 급등하며 부동산시장에서 뜨거운 재료였던 뉴타운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하락, 그에 따른 주민 비용 부담 증가, 무분별한 지구 지정 등을 부진한 이유로 꼽는다. 부동산 호황기 때의 다른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일단 벌이고 보자는 식의 개발주의가 화를 불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개발 기대감이 꺾이자 내재돼 있던 각종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도 뉴타운을 뒤흔들었다. 뉴타운 대상지에 살던 원주민 가운데 개발 후에도 계속 거주하는 사람이 3명 중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존에 살던 사람을 내쫓는 개발을 왜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타운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건축 제한 등으로 재산권 행사는 제약되고 사업은 더디게 진척되면서 뉴타운 대상지 주민의 반발도 크다.
희망 지역만 선별해 추진서울시에 이어 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뉴타운 재정비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전면 철거가 아닌 역세권 뉴타운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해 양호한 주거지는 보전하기로 했다. 주민이 원하면 개발예정구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우선 재건축·재개발 등 31곳을 예정구역에서 해제키로 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뉴타운보다 범위를 넓힌 ‘주거지종합관리계획’도 세운다. 좀 더 큰 범위에서 도시계획을 짜 뉴타운 개발 방향을 잡는다는 것이다.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저렴한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뉴타운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시행 중인 공공관리제도를 통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
정부도 뉴타운 대책을 내놨다. 주된 내용은 ‘일몰제’다. 종전의 뉴타운 및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적용되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하나로 묶어 ‘도시 및 주거환경 재생법’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철거·개발 위주로 이뤄지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의 패러다임을 개발 및 관리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보전·정비·관리를 병행하는 ‘주거환경 관리사업 방식’을 도입한다. 주거환경 관리사업 방식이란 자치단체에서 정비기반시설 또는 공동이용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확대하고 토지 등 소유자가 주택을 스스로 개량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휴먼타운’과 같은 개념이다.
거여·마천뉴타운 3.3㎡당 4000만~5000만원정비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연·중단된 곳은 주민 의사를 반영해 조합 해산 등을 쉽게 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규로 지정되는 정비구역은 ‘정비사업 일몰제’를 도입해 사업 단계별로 진행이 일정기간 지연될 경우 조합을 해산하거나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할 예정이다. 재개발구역 내 임대주택도 늘어난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의 17% 이상인 임대주택 비율을 자치단체에 따라 20%까지 높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상가도 짓는다.
정부 계획에는 뉴타운 활성화 대책도 들어 있다. 재건축처럼 재개발에도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높이게 한 것이다. 뉴타운 사업성을 높일 당근이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2종 주거지역은 200%, 3종 주거지역은 250%로 제한돼 있다. 법적 상한은 각각 250%와 300%다. 업계는 구역에 따라 조합원당 추가부담금을 많게는 수천만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국대 김호철 교수는 “뉴타운 재정비 방향은 뉴타운 사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지부진한 곳과 잘되는 곳을 엄선해 되는 사업장은 더욱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추진되던 뉴타운은 명암이 엇갈리면서 양극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순항하거나 입지여건이 좋은 뉴타운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고 제자리걸음인 뉴타운은 퇴출될 공산이 크다. 입지여건이 좋은 뉴타운으로는 강남권인 거여·마천, 한강변, 그리고 용산 개발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한남이 꼽힌다. 현재 거여·마천뉴타운 2-2구역의 지분 시세는 3.3㎡당 4000만~5000만원이다. 한남뉴타운은 다세대주택 33㎡형 기준으로 대지지분 시세가 3.3㎡당 5000만원 선이다. 한강에 가까운 5구역의 경우 3.3㎡당 5000만~6000만원으로 좀 더 비싸다. 속도를 내고 있는 뉴타운으로는 왕십리뉴타운이 곧 착공에 들어가고 흑석·아현·북아현·가재울 등이 구역에 따라 이미 준공된 곳도 있다. 재개발 컨설팅업체인 예스하우스 전영진 대표는 “정부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세울 때가 투자자 입장에선 옥석 가리기를 거쳐 알짜 뉴타운 진입 전략을 세울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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