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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Guide 자산가 위한 은퇴준비 좌담

Retirement Guide 자산가 위한 은퇴준비 좌담


은퇴를 앞둔 당신,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가. 현직 PB들이 ‘자산가를 위한 은퇴준비 전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4월 12일 오후 6시30분. 장소를 제공한 서재연 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PB를 시작으로 이승민 삼성생명 강남FP센터 FP, 이흥두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PB가 VIP룸에 차례로 도착했다. 이들은 100억원대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자산관리 전문가다.



고객들이 언제 은퇴에 대해 고민하나?

서재연
직업을 크게 CEO,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연예인, 자영업자로 나눌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이 건강하면 자녀에게 재산을 일찍 물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승민 고객 가운데 총자산 70억~100억원의 50대 사업가가 많다. 이때도 은퇴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CEO의 퇴직 나이가 5년 전만 해도 60세였지만 지금은 70세로 늘었지 않나. 건강, 자녀 결혼 같은 외부 요인이 생기면 그제야 고민하는 것 같다.



이흥두 자산가들은 노후설계보다 상속·증여에 초점을 맞춘다. 자산을 더 늘리는 것보다 자산을 안전하게 많이 넘겨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서재연 맞다. 금융자산이 30억원 미만이면 은퇴 후 생활을 고민하지만, 50억원 이상이면 노후생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세금이 관심사다. 합법적으로 절세하면서 저평가된 자산을 어떻게 자녀에게 넘겨줄까 고민한다.

자산 많을수록 은퇴 고민 늦어



제일 큰 고민이 뭔가.

이승민 사업가는 아무래도 가업승계다.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같은 제도를 활용하면 절세할 수 있으니 요건을 알아두면 좋다.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물출자로 이익을 내 증여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본인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사업가들은 자산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산가들은 자산 가치에 관심이 많아 몇 명의 자녀에게 몇 퍼센트씩 주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궁금해 한다.



이흥두 어떤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느냐도 중요하다. 매출이 수천억원대인 기업체 지분을 가진 고객이 있었다. 이 고객이 동업자에게 지분을 넘기고 회사 명의의 건물을 받았다. 기업 회계사를 통해 세금 신고를 했는데 나중에 상담해 보니 40억원 정도 더 절세할 수 있었다. 세무사라도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승민 증여를 활용하면 세율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제 증여를 원하는 자산가는 많지 않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면 완전히 무대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피상속인을 회장으로 하고 자녀와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도 특례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을 알아두면 유리하다.



가업 외에 다른 자산을 물려줄 때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면?

서재연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찍 하는 것이 좋다. 늦으면 늦을수록 자산 가치가 높아져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상속일에서 10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으로 합산되기 때문에 10년 단위로 나눠 미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승민 증여 시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자산 가치가 커졌을 때 증여 대상액으로 잡혀 증여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을 증여할 때 앞으로 급격히 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 시가 대비 기준가격이 낮은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자산 등에 우선순위를 둔다. 증여는 한 명에게 하는 것보다 여러 명에게 나눠 주는 것이 유리하다. 상속세율 구간이 50%에 해당하는 자산가의 경우 30% 세율(과표 10억원 미만)이 적정하지만, 실제 피상속인은 적극적으로 사전 증여에 나서지 않는다. 증여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상속·증여 사후관리 중요



서재연 부동산은 다른 자산보다 증여 시점이 늦는 편이다.



이승민 주로 50대 중반이 지나야 증여한다. 부동산이 5개라면 10년 뒤에 가장 가치가 높아질 물건을 먼저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 부동산을 미리 증여하면 자녀의 자금 출처가 쌓이고 임대 소득에 따른 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어 좋다.



이흥두 자산이 많을수록 부동산 증여를 선호하고, 자산이 적으면 현금성 자산을 증여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은 기준시가로 상속가액을 정하기 때문에 시세보다 가치가 낮게 산정되기도 한다. 상속할 때 배우자에게 현금성 자산, 자녀에게 부동산 자산을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 상속세는 상속인들이 나눠 낼 수도 있고 한 명이 다 납부해도 된다. 배우자가 훗날 자녀에게 다시 재산을 상속할 때 최대한 상속세를 줄이려면 배우자의 상속가액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 부동산은 바로 자녀에게 넘기고 그에 따른 상속세를 배우자가 상속받은 현금성 자산으로 내면 배우자의 상속가액을 줄이면서 자녀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 밖에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흥두
상속·증여가 끝나도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정부에서 상속 후 5년 동안 자산 취득, 변동사항 등 금융자산에 대한 추적관리를 한다. 자산이 많으면 10년, 아니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 사후관리를 잘하려면 상속·증여 받기 전부터 자녀 역시 자산 컨설팅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그림, 귀금속 같은 현물로 상속한다는데?

서재연
현물은 가치 산정이 불분명하고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이용하는 자산가들도 있지만 자금출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금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상속 재산은 당장 쓸 수 없다. 가령 50억원을 상속받아 200억원짜리 부동산을 샀다면 과세 관청에서 상속재산 누락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상속·증여를 할 때 가족 간 분쟁도 고려 대상이다. 자녀가 이혼할 것을 걱정해 2~3년 동안 증여를 고민하는 고객도 있다. 자녀가 이혼했을 때 증여 받은 자산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난해 다른 판례가 나왔다.



이흥두 아예 증여하지 않고 50% 상속세율을 다 부담하겠다는 고객도 있다.

서재연 맞다. 기분 좋다고 자녀들에게 특판예금 한도 3억원까지 통장을 개설해 주는 고객이 있었다. 또 반대로 5세 자녀에게 500만원을 증여할까 말까 몇 시간을 고민하는 고객도 있다.



은퇴 후 생활비는 얼마 정도 필요할까.

서재연
개인별로 다르다. 똑같이 월 소득이 1000만원이라도 쇼핑에 800만원 쓰는 사람, 여행하는 데 800만원 쓰는 사람 등 제각각이다. 평균적으로 월 생활비는 500만~800만원이다. 좀 더 많이 쓰면 월 생활비 2000만~3000만원 정도다. 한 고객은 손자 결혼 비용까지 대주고 싶다고 한다. 각자 노후자금을 쓰려는 의도와 목적이 달라 절대적인 금액을 정하기 어렵다.



이승민 은퇴 전에 생활비로 1000만원 이상 썼다면 은퇴 후에 800만원 이상 필요하다. 특히 사업가는 대외 활동에 필요한 결제를 주로 법인카드로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은퇴 후 생활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 보통 생활비가 월 400만~500만원 수준이면 60~65세에 12억~13억원이 필요하다. 50억~100억원대 부자들은 평균수명 남자 85세, 여자 90세로 봤을 때 25억~30억원 정도 필요하다. 전문직 배우자를 둔 한 고객은 1년에 생활비를 5억원씩 쓰기도 한다. 그만큼 가늠하기 어렵다.

은퇴 후 월 평균 생활비 800만원



은퇴 후 월소득은 어떻게 충당하는 게 좋을까?

이흥두
상속형 연금보험에 많이 가입한다. 상속형은 기간을 정해 매달 이자를 받다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현재 금리가 5% 정도니까 25억원을 넣으면 이자가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나온다. 금융자산은 그 정도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갑자기 직업이 없어져 공허하다면 10억원대 상가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것과 별개로 또 다른 보람을 찾을 수도 있다.



서재연 10억원대의 작은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는 큰돈 안 들이고 월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속 썩이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실제 작은 오피스텔을 몇 개나 갖고 있으면서 월세를 못 받아 가슴앓이하는 고객을 봤다. 2004년까지만 해도 부동산을 산다고 돈을 인출해 가거나 부동산을 팔았다고 돈을 입금하는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래 자체가 뜸한 것 같다. 최근엔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식형 쪽으로 옮기는 추세다.



이승민 목돈을 맡기고 이자나 투자 수익으로 생활할 수도 있지만 70세 이전에는 부동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후에는 부동산 임대수익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자산을 지키는 것만이 방법인가? 투자를 원한다면?



이흥두 나이가 들수록 리스크를 원하지 않는다.



서재연 리스크를 줄여가는 게 맞다. 손실을 입었을 때 다시 회복하기 너무 어렵고 건강상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때 펀드 수익률이 반 토막 나 심장마비에 걸린 사람도 많지 않았나?

나이 들수록 리스크 줄여 나가야

은퇴를 앞둔 자산가가 투자할 만한 상품은 어떤 것이 있나?

이흥두 나이가 많으면 돈을 더 번다 해도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포트폴리오를 보면 확정금리형 예금상품 비중이 50% 이상이다. 낮은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메자닌 펀드, 안정성 채권을 권한다. 2~3년을 보고 목표수익률은 10~15% 정도다. 굳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적립식으로 한다.



서재연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미련 없이 나오는 게 마음 편하다. 최근엔 스텝다운형 ELS(주가연계증권)를 권한다. 수익률은 10% 정도다. 수익이 나면 목돈은 그대로 안전자산으로 굴리고, 위험자산은 적립식 상품에 투자한다. 물가연동채권, 토지연계채권, 주식형 펀드 등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알아서 투자해 주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상품도 가입할 만하다.



이승민 금융자산 가운데 절반은 연금자산에 넣고, 수익을 좀 더 내고 싶으면 나머지 자산을 맞춤형 포트폴리오에 투자해도 좋다. 연금은 즉시 연금이 인기다.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면 그 다음달부터 연금을 탈 수 있다. 또 상속세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이흥두 나이가 들수록 투자기간은 짧게 잡고 전문가와 자주 상담하는 것이 좋다. 기본 생활자금은 길게 가져가고 여유자금을 단기 투자하는 식이다.



서재연 투자기간을 짧게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사망하는 고객을 봤다.



이흥두 자주 금융회사를 찾는 게 귀찮을 수 있지만 고객에게도 이롭다. 자산가들은 정보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시장 흐름이나 변화를 곧바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또 이론과 실전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하는 게 좋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어떤 주거시설을 선호하나?

이승민
대체로 규모를 줄이려고 한다. 금융자산으로 바꾸려는 목적도 있고 배우자와 둘이서 넓은 평수에 살면 외롭다고 하더라. 귀농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수도권을 선호한다. 공기 좋고, 의료시설과 가까운 곳에 집을 지어 살거나 타운하우스로 옮기는 고객도 있다.



서재연 집은 강남에 두고 주말에만 제주도 별장에 가는 고객도 있다. 이민 간 고객들은 자녀 교육이 끝나면 ‘한국만 한 곳이 없다’며 돌아오는 편이다.



기억해야 할 은퇴준비 원칙을 말해 달라.

이흥두
민감한 문제지만 유언장을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 유언장을 작성해 두고 정기적으로 수정하는 고객도 있다.



서재연 유언장 작성은 꼭 필요하다. 자녀 명의로 예금을 몇 억원씩 해뒀는데도 몇 백만원 이자 나가는 게 아까워 몰래 와서 아버지 도장을 자기 서명으로 바꾸는 자식도 봤다. 가족 간 분쟁을 막을 뿐 아니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부자 고객은 자녀 사업자금은 몇 십억원씩 대주면서 정작 본인은 버스를 타고 다닌다.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가족과 여행을 하며 더 나이 들기 전에 인생을 즐기려는 고객도 많다.



이흥두 여행도 좋고 봉사도 좋다. 인생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가끔 PB에게 대신 목표를 정해 달라고 하는 고객이 있는데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젊었을 때는 전혀 고민하지 않다 막상 은퇴를 하니 외로워하는 고객을 많이 봤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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