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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놀토’는 일자리 창출 기폭제

[Trend]‘놀토’는 일자리 창출 기폭제

놀토. ‘놀다’와 ‘토요일’의 합성어다. 노는 토요일, 주 5일 근무제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정확한 용어는 ‘휴무 토요일 제도’다.

정부가 6월 14일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주 5일 수업제’를 자율적으로 도입·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놀토’가 화제로 떠올랐다. 명목상 자율 도입이지만 사실상은 전면 도입으로 봐도 무방한 조치다.

그간 초·중·고교는 격주로 수업이 없는 날을 운영해 왔다. 당초 그 전면 시행은 2013년이었다가 1년을 앞당기는 것으로 공식화했다. 학교 당국은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이번 놀토 확대 조치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놀토가 여행·레저·문화 및 사교육 산업 진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관련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일제히 주말 이틀을 유인하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학원가는 주말 집중·심화 교육 프로그램(중·고생용), 놀이와 공부가 함께하는 새 공부과정(초등생용) 등을 짜내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밤 10시 규제’의 어려움을 넘어설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놀토로 노동시장 더 유연해질 것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 하나가 묻혔다. 다음달인 7월부터 5~19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주 40시간 근무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주 5일 수업제’와 ‘주 40시간 근무제’는 한 덩어리인데 전자만 주목했던 것이다.

2004년 7월,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의 단계적 단축(법정근로시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시작, 우선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과 금융·공공기관부터 대상이 됐다. 이후 2008년 7월, 20인 이상 사업장에 ‘주 40시간 근무제’를 확대 적용했으며 이번에 5~19인 사업장까지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남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다.

얼핏 같아 보이지만 법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와 ‘주 5일 근무제’는 다르다. 하루 법정근로 8시간을 전제할 경우 5일만 근무하면 40시간이 다 채워진다. 그러니 사실상 놀토고 두 제도는 같다. 그렇지만 일의 성격상 토요일 근무가 꼭 필요한 경우, 예컨대 평일 7시간, 토요일 5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나머지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이는 노사의 사전 합의를 전제로 해서만 가능하다.

사업주 입장에서 줄어드는 4시간 작업을 채우자면 기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당장 이는 비용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바로 ‘놀토 경제학’의 출발점이다. 다음달 시행되는 주 40시간 근무제의 영향권에 있는 사업장은 30여만 개, 근로자 수는 2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놀토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감안할 경우 기존의 근로자는 40시간에 만족하고(조금 덜 벌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식의 변화) 남은 근로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바로 잡 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 현상이 발생해 신규 고용창출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초기 그것은 불완전 고용상태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현행 실업자는 말할 나위도 없고 전문성을 가지고서도 일이 없는 노령 근로자나 경험을 갖춘 주부 등이 이 시장에서 근로기회를 얻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 특히 언젠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게 뻔하다. 그 대상은 260만 개 사업장, 근로자 수는 무려 460만 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놀토 경제학’의 핵심은 일자리 나눔이다.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근로자의 인식변화와 연관돼 있어 산술적으로 계산이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선진국형 사회에 이르게 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실업 해소의 실마리 기대감놀토 경제학은 고용창출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 시장의 기대처럼 여행·레저·문화·사교육의 활성화 역시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업종이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 분야라는 점에서 청년실업 해소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취업컨설턴트는 “여행·레저·문화·사교육이 3D(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자리)가 아니라 디슨트 잡(decent job·품격 있는 일자리)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졸 청년실업자에게 호재가 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의 청년실업률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30대와 40대 실업자가 다소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7.3%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보다 무려 0.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로는 무려 31만1000명에 달한다. 전체 실업자에서 청년층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월 34.6%에서 올 5월 38.0%로 높아졌다.

그런데 놀토 효과로 창출될 신규 고용은 얼마나 될까? 그 추산 역시 난망한 작업인데 힌트가 전혀 없지는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이번 놀토의 효과는 ▶국민 1인당 한 해 관광 일수 증가분 6.7일(2009년 기준 9.0일에서 15.7일로 증가) ▶국내 관광 총 지출 증가액 4조8625억원 ▶생산파급 효과 8조4680억원 등이다. 연구원은 이로써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를 14만6800개로 추산했다.

물론 이는 관광·레저와 여기서 파생되는 아웃도어 패션, 외식산업 등에 국한된 것이다. 사교육 분야의 일자리 창출 기대도 가능하다. 특히 그것은 가르침을 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그 분야 취업자 역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는 점에서 무시하기 힘들다.

놀토 경제학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맞벌이 부부 및 저소득층의 보육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소위 주말 ‘나홀로 아이·학생’을 위한 보살핌 시스템 강화다. 이는 학교시설을 이용한 ‘토요 돌봄교실’의 실질적·효율적 운영으로 대응 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 현안은 ▶급속한 고령화 ▶청년실업 ▶양질의 일자리 부족 ▶장시간 노동의 악순환 구조 등 네 가지다. 타개책으로는 노사가 합리적이고 고용친화적인 임금체계 도입에 협력, 궁극적으로 유연한 노동시장을 이루는 것으로 정리된다. 놀토 경제학이 그 해법을 찾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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