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수직 증축 놓고 리모델링 시장 논란
[Real Estate] 수직 증축 놓고 리모델링 시장 논란
요즘 아파트 리모델링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다. 핵심은 수직 증축 허용 여부다. 수직 증축이란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것으로 늘어난 층수에 지어진 아파트는 일반에 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집주인의 공사비 부담이 줄어든다. 리모델링 수익성과 직결된 게 바로 수직 증축이다.
지난 4·27 재·보선의 격전지 가운데 한 곳이던 성남시 분당에서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를 허용하는 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전용면적 대비 40~50% 확대, 구조적으로 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수직·수평 증축과 별동 증축 허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이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었다.
서울·수도권 1만8577가구 리모델링 추진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32개 단지, 1만8577가구에 이른다. 서울은 강남구·강동구·광진구 등에 물량이 집중돼 있고, 경기도에서는 분당과 평촌이 리모델링에 적극적이다. 대다수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했고 일부 단지는 이미 조합 설립인가까지 받았다. 그런데 최근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수직 증축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그동안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요구해온 수도권 1기 신도시 입주자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건축, 시공, 구조, 법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거친 결과 아파트의 수직 증축과 가구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리모델링 단체, 건설사 등은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증가하는 가구수의 10% 이상을 일반분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5개월간 10여 차례에 걸쳐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TF를 운영했지만 수직 증축을 허용할 경우 아파트의 구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직 증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고,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콘크리트 강도 추정식조차 없어 기존 구조물의 성능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건물 구조 전문가는 “1기 신도시의 경우 1980년대 말 주택 200만 호 건설을 목표로 단기에 건설돼 당시 건자재 파동과 더불어 부실공사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직 증축 허용 이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귀책사유가 정부에 있기 때문에 허용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현재 강남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모델링은 골조만 일부 남겨놓고 구조물의 80~90%를 철거해 사실상 재건축이나 다름없으며, 리모델링의 근본 취지인 자원 재활용 효과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리모델링 추진단지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안양평촌 목련2단지 주석찬 리모델링주택조합 고문은 “안전은 오히려 주민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며 안전한 게 확실하기 때문에 수직 증축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토해양부가 구조 안전성 문제를 들어 수직 증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토지주택연구원의 ‘공동주택 세대증축을 위한 구조 안전성 확보 및 법제개편 방안’에 따르면 5개 층 증축도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이형욱 회장은 “정밀진단을 시행해 구조 안전성 문제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그때도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더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분양을 10%만 허용해도 공사비가 30~40% 절감된다”며 “이럴 경우 집주인 입장에선 약간의 추가비용만 부담하면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건설 관계자는 “베란다 앞뒤로만 주택형이 늘어나는 현행 리모델링의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직 증축이 필수”라며 “구조 보강을 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수직 증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쌍용예가 클래식으로 탈바꿈한 옛 서울 도곡동 동신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쌍용건설은 1978년 지어진 지하 1층~지상 12층의 5개 동 384가구인 복도식 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12, 13층의 계단식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31개월에 걸쳐 마무리했다.
이 아파트 4개 동은 기존 층수를 유지하고 한 개 동은 1층을 필로티(빈 공간)로 만들어 한 개 층을 올려 13층이 됐다. 앞뒤와 옆 증축을 통해 집 크기가 공급면적 기준으로 57~179㎡에서 84~233㎡로 27~54㎡ 커졌다. 침실과 욕실이 하나씩 더 생기고 안방 드레스룸 등이 추가됐다. 지하에 주차장이 2개 층 만들어지면서 주차대수가 181대에서 414대로 배 이상 늘었다. 지상 주차장이 있던 자리에는 정원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입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들어섰다. 리모델링 비용은 3.3㎡당(공급면적 기준) 평균 320만원 들었다. 재건축에 비해 20%가량 적은 비용이다. 주민들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리모델링 수익성이 괜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올라 비용을 제외하고도 2억원가량 남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수직 증축해야 채산성 있다” 주장하지만 이는 입지 좋은 서울 강남권의 일부 단지 사례일 뿐이고 대부분의 수도권 아파트는 경우 수직 증축 없이는 리모델링 채산성이 안 나온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114 김규정 본부장은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기대했던 일부 주민이 실망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수직 증축 논란은 끝난 게 아니다. 수직 증축은 정치권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경기 고양 일산 동구)은 “국회에서 리모델링 법안을 논의 중인데 국토부가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무책임하고 부당하다”며 “리모델링 수직 증축 문제는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 법안은 반드시 연내에 통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다시 정치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신도시 주민들의 집단적 반발을 감안할 때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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