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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글로벌 투자 파트너로 뛴다

[CEO] 글로벌 투자 파트너로 뛴다

수출입은행이 7월 1일 ‘10년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10년짜리 비전을 내놓은 건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슬로건은 ‘대한민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금융파트너’다. 이번 비전은 2020년까지 총 대출 규모를 현 수준의 1.5배인 150조원으로 늘리고 녹색금융 지원 비중을 50%로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3조6000억원 규모인 자원개발 분야는 21조원으로, 플랜트 분야는 13조3000억원 수준에서 18조원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이란 이름도 바꿀 예정이다. 새 이름은 미정이다.

수출입은행 김용환(59) 행장은 “앞으로 대출과 보증 위주에서 직접출자, M&A(인수합병) 주선, 금융자문을 연동하는 종합 금융을 펼칠 것”이라며 “은행명을 이런 기능을 포함한 이름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35년 만의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수출입은행 김 행장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집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동안 수출입은행은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심사와 사후관리가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 등으로 글로벌 무대에 많이 진출한 데다 원전, 고속철, 발전 등 장기 프로젝트에도 깊이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녹색산업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비전 2020 경영전략’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출과 보증 위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금융 분야와 자원개발 금융주선, 무역·IB(투자은행) 등을 지원해 ‘글로벌 톱3 수출신용기관’ ‘글로벌 10대 PF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대외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도 바꿨다. 인사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 인사시스템을 쌍방향으로 바꾸고 9명인 부행장(수석부행장 포함)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부행장의 권한을 한층 강화해 책임경영체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해외 프로젝트 발주 방식이 ‘선(先)발주 후(後)금융’에서 ‘선금융 후수주’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해 기획관리본부를 총괄기획본부로 개편했다. 하부조직으로 총괄사업부와 금융자문실을 신설했다.

김 행장은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정경제부 복지생활과장, 금융위원회 증권감독과장,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금융정책 및 증권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현대투신 매각, 생명보험사 상장을 비롯한 굵직한 금융 현안을 많이 다뤘다. 그는 “과거 기업의 현지금융, 해외 투자 등을 많이 담당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편”이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이지만 글로벌 무대를 뛰는 기업의 생리를 잘 알고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험이 많은 것이다.



해외 금융기관과의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수출입은행은 경제개발 관련 노하우가 많지만 복잡한 해외 프로젝트 시장에서 홀로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 지금은 나라 간 금융협력이 아주 중요한 시대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듯 수출금융도 분산해야 발주처나 투자처 모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6월에 ‘글로벌 프로젝트 개발 및 금융조달 콘퍼런스’를 열었다. 처음 열린 이 자리에는 국제금융기구, 수출신용기관, IB 및 국제 로펌 등 84개 기관에서 200여 명이 참석해 대규모 국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공동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반응이 매우 좋았다. 이번 콘퍼런스 덕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딸 수 있을 듯하다. 이와 더불어 일본 국제협력은행과 공동세미나를 열었다. 양국 정부기관, 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주요 상업은행이 참석해 수출신용문제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해외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듯한데.“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신흥개발국이 주요 타깃이다. 이 지역은 상수도, 도로, 전력 등 인프라가 부족해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7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콩고와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 성과도 있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자원개발·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연계사업 협력 합의서’에 서명했다. 세계 최대 광물자원 보유국과 중장기적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외경제협력기금과 자원금융을 연계해 5억 달러 규모의 복합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전력 및 도로 분야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 1억 달러를 지원하는 업무협약도 했다.”



수출금융에서는 무엇보다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올해는 88억 달러가량을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반기에만 48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6월에는 800억 엔(약 10억 달러)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한국계 기관 발행물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였다. 발행금리는 고정금리로 1%대로 낮췄다. 다른 기관과 비교할 때 0.5%포인트 낮다. 하반기에도 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이 돈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이나 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 지원을 어떻게 강화할 계획인가.“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모델인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출범했다.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있지만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자는 취지다. 2013년까지 누적으로 300개 기업을 선정하는 게 목표다. 5월까지 38개 기업을 선정해 상반기 중 1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히든챔피언은 현재 총 149개사로 늘었다. 특히 녹색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선도할 녹색·신성장사업 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30~40개사를 추가 선정해 모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겠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의 기능 재편은 어떻게 돼가나.“무역보험공사와는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정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는 국내 시설자금 지원이 중심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부분은 거의 없어 이들과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협의와 법 개정 등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떤 조직으로 만들고 싶나.“수출입은행은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 집단이다. 취임하자마자 문서로 결재 받으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전화하라고 했다. 일분 일초를 다툴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데 형식이 뭐가 중요한가. 일을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전통적 조직체계에서의 상명하달 조직 문화도 버려야 한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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