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정과장·무과장 광고시장 접수
[Marketing] 정과장·무과장 광고시장 접수
정대우 과장, 1973년생으로 입사 11년 차 세일즈 엔지니어.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혈액형은 A형’.
4월부터 대우건설의 광고모델로 활약 중인 ‘정대우 과장’의 프로필이다. 올해 1월로 계약이 끝난 여배우 김태희씨의 후속 모델이다. 모델로 세우기엔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겐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 캐릭터에 다양한 설정을 더한 가상의 인물인 것.
대우건설은 ‘정대우’라는 캐릭터에 인격을 부여해 광고와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정대우 과장이 출연하는 TV 광고를 시리즈로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5월부터는 페이스북 계정(www.facebook.com/JungdaewoocStory)을 운영하고 있다. 인형 탈을 쓴 ‘정대우 과장’이 회사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사진과 느낌을 일기 형식으로 페이스북에 올린다. 개인 취미 같은 소소한 일상을 알리고 댓글로 사람들의 반응도 살핀다. 실제 사람이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은 ‘재미있다’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대우 과장의 페이스북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TV 광고와 페이스북이 화제가 되면서 7월 12일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 홍보팀 지미진 과장은 “건설회사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방법을 모색하다 시도하게 됐다”며 “사람들의 반응도 좋고, SNS와 연계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적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처럼 광고나 마케팅에 인지도가 높은 빅모델 대신 캐릭터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자 금융업체 러시앤캐시의 광고 모델인 ‘무과장’이 대표 사례다. ‘소심한 성격에 탈모를 고민하는 40대 남성’으로 설정해 벌써 여러 편의 CF를 찍었다. 각 광고가 짧은 스토리로 연결돼 보는 사람의 흥미를 더한다. 따로 무과장 전용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개설했다.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덕분에 제3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금호타이어는 ‘또로’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또로’는 통통한 보디라인에 타이어 모양의 귀를 가진 캐릭터다. 타이어의 검은색이 주는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흰색으로 만들었다. 프로야구 중계에 등장해 ‘깜짝 광고’를 하기도 한다. 시합 중 또로가 나타나 타이어를 야구방망이로 치고 뒤뚱거리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청자의 거부감도 적은 편이다. 야구 팬 이상훈(27·서울 동작구)씨는 “야구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채널부터 돌렸는데, 귀여운 캐릭터가 엉뚱한 동작을 하고 들어가니까 오히려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SK텔레콤의 ‘안드로보이’, CJ ONE의 ‘원스터’ 등이 기업의 홍보모델로 맹활약 중이다.
기술 발달로 세련된 이미지 창출인기 캐릭터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만나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상필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호기심이 많고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특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그런 욕구를 충족하는 캐릭터를 만든다면 SNS를 통해 확산되고, 또 다른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예전에 캐릭터 광고는 촌스럽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발달된 애니메이션 기술을 통해 충분히 세련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정대우 과장과 원스터를 디자인한 스티키몬스터랩의 김나나 프로듀서는 “기업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십 번 회의를 거쳤다”며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반응까지 충분히 살핀 다음에야 완성된 하나의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이미지와 어긋나면 독 될 수도기존 캐릭터에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제 국민 캐릭터가 된 뽀로로의 경우 벌써 수십 개의 기업과 계약을 하고 전천후로 활약하고 있다. 주로 상품에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뚜레주르는 지난해 10월부터 뽀로로의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와 계약을 맺고, ‘뽀로로 케이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어린이날인 5월 5일에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44%나 올랐다.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노루페인트, 룩옵티스 등이 뽀로로의 이미지를 제품에 넣거나,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이비쥬얼에서 만든 ‘로보카폴리’도 인기다. 업계에서 ‘제2의 뽀로로’라 불리고 있다. 로보카폴리는 올해 2월부터 EBS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들이 주인공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아 관련 완구만 50만 개가 팔렸다. 정가가 1만3500원인 장난감이 인터넷에서 2만~3만원에 거래되는 기현상도 낳았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는 로보카폴리를 ‘교통안전 캠페인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홍보효과는 배가됐다. 현대자동차는 로보카폴리가 등장해 아이들에게 교통안전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의 교육용 DVD를 제작 중이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증가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름도 없이 광고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캐릭터도 많다. 한상필 교수는 “기업의 이미지를 대신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 캐릭터를 내세우거나 캐릭터가 자주 바뀌는 경우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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