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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 쇼크-강남 부자의 대처법] 반등 기대하고 과감한 베팅-

[폭락장 쇼크-강남 부자의 대처법] 반등 기대하고 과감한 베팅-



강남의 수퍼리치(거액 자산가)는 달랐다. 폭락의 공포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증시가 휘청대자 주식·파생상품·채권·금 등에 발 빠르게 투자했다.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이들도 땅을 칠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방향을 정하고 나름의 논리에 따라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은 눈여겨볼 만하다. 강남 수퍼리치의 대응과 더불어 폭락장 이후 수익을 낼 만한 종목,

그리고 다시 올지 모를 폭락장에 대비해 지수 하락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살펴봤다.
8월 10일 국내 증시에서 개인과 외국인투자자 사이에 사상 최대 기싸움이 벌어졌다. 하루 전까지 6일간 3조2517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날도 거침없었다. 외국인은 이날 사상 최대(1조3350억원) 물량을 팔아 치웠다. 개인투자자는 꿋꿋하게 버텼다. 역시 사상 최대 물량(1조6043억원)을 사들였다. 코스피지수가 장 초반 70포인트 넘게 올랐다가 결국 4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국내 증시에서 20년 만에 벌어진 보기 드문 공방전이었다.

이날 외국인에 맞서 주식에 투자한 개인의 주포는 강남 아줌마를 비롯한 수퍼리치였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저금리 유지 발언과 미국 증시 급등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섰다. 강남 수퍼리치가 주식만 사들인 건 아니다. 폭락장에 맞선 이들은 다양한 전술을 펼쳤다. 반등을 기대하고 지수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거나 금·채권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박낙원 교보생명 강남센터장, 윤태경 SC제일은행 강남PB센터장,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 등은 ▶폭락했다가 급등한 2008년 금융위기의 학습효과 ▶주가 대비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실적 ▶저금리로 달리 갈 곳 없는 풍부한 유동성을 강남 수퍼리치가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로 꼽았다. 외국계 금융회사도 강남 수퍼리치의 대응에 긍정적 반응이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며 “실적 좋은 종목을 사라”고 권했다. 모건스탠리도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수출량이 크게 줄지 않는 등 기업 경쟁력이 괜찮아 이번 위기를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한국을 비롯한 성장성이 큰 나라의 주식을 더 사겠다”고 밝혔다.

이번 폭락장에서 움직인 강남 수퍼리치는 투자 성향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공격적인 유형이다. 남편이 중소기업 사장인 주식 투자 경력 20년의 주부 A씨는 30억원을 굴린다. 평소 현금을 절반 보유하면서 나머지로 대형 우량주만 거래한다. 나름 고수지만 폭락을 피하진 못했다. 8월 11일 현재 15%가량 평가손 상태다. 자금 여유가 있어 대개 손절하지는 않는다. 여차하면 이른바 ‘물타기’를 할 수 있어서다. 그렇더라도 50% 현금 보유란 원칙을 깨는 일은 거의 드물다. 다만 이번 폭락장은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 8월 9~11일 사이 하루 3억원씩 투자했다. 현금의 3분의 2를 투자한 것이다. 폭락 속에서 장중 100포인트 넘게 반등하는 힘을 보고 결심했다. 삼성전자는 70만원 밑에서, 현대차는 20만원 밑에서, LG화학은 40만원 밑에서 사들였다.

“기간에 관계없이 15% 수익이 나면 미련 없이 던지겠다”는 그는 “기업 실적이 괜찮은 만큼 주가가 다시 오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다리기보다 레버리지 효과 노려주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A씨가 사들인 초우량 대형주는 낙폭이 큰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 대표 종목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9일 PBR은 1.1배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1개월 후인 저점(0.99배)과 2008년 4분기 영업적자 발표 후 저점인 2009년 1월 말(0.97배) 이후 최저 수준이다. A씨가 사진 않았지만 포스코(0.90배)와 신한지주(0.95배)는 이미 PBR 1배 이하여서 청산가치 밑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사장인 B씨는 주부 A씨보다 훨씬 공격적인 선택을 했다. 15억원을 주식에 30%, ELS(주가연계증권)에 50%, 주식과 채권, 주식 관련 채권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에 20%씩 나눠 투자하고 있는 그는 폭락을 보며 반등에 크게 베팅했다. 7월 중순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2억원을 남긴 그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꽤 많은 돈을 넣었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지수 등락의 두 배 수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익이나 손실도 두 배 가까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B씨는 “증시가 비이성적으로 폭락했기 때문에 곧 어느 정도는 살아나리라 본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SC제일은행 한 곳에서만 60억원을 굴리는 사업가 C씨 역시 2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레버리지 ETF에 넣었다. 평소 자산의 60%는 채권으로, 30%는 주식으로 굴리고 10%는 현금으로 들고 간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손절하지 않지만 채권에서 번 돈이 있어 전체적으로 큰 손실은 없어 주식을 정리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경험한 급격한 반등을 기대해서다. C씨는 “미련하게 들고 가느니 일단 던지고 더 많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다소 보수적인 투자 스타일인 자영업자 D씨는 8월 10일 종가(1806포인트)로 원금보장형 ELS 상품에 3억원을 투자했다. 1년 만기 상품으로 1년 후 지수가 ‘눈꼽’만큼이라도 오르면 6.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지수가 똑같거나 더 떨어지면 원금만 받는다. 3억원을 굴려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만 포기하면 된다. 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3년 보고 금에 투자하기도D씨보다 더욱 보수적인 은퇴한 자산가 E씨는 5억원을 금에 투자했다. 부동산 자산이 많은 그는 30억원을 CP(기업어음)를 비롯한 채권에 넣고 있었다. 평소 주식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료와 채권에서 나오는 수익이면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금에 투자한 이유를 묻자 “유로화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달러가 더 많이 풀리면 분명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 정도 보고 금 투자에 나섰다.

부동산 자산만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임대사업자 F씨는 폭락장에서 60억원을 투자한 변액보험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그가 가입한 상품은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비율을 수수료 부담 없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는 그는 주식에 80%, 채권에 20% 투자하던 기존 비율을 거꾸로 뒤집었다. 채권 비중을 확 늘린 것이다. 주식을 팔면서 손실이 났지만 이 상품에서 그동안 10억원을 벌어놨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 주식시장이 반등할 수도 있지만 더 큰 손실을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남승률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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