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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스민 첨단기술…새로운 창업 요람은 ‘이곳’

[바이오 산업 新인맥도]②
창업 요람 ‘삼성종기원’ 이어 ‘뷰노’도 뜬다
첨단기술 접목한 헬스케어 기업 속속 탄생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의료분야를 혁신하는 가운데 삼성종합기술원, 뷰노를 비롯한 기관, 기업이 창업 요람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의료분야를 혁신하고 있다.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분야의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AI를 의료 산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덕분이다. ▲스탠다임 ▲온코크로스 ▲심플렉스 ▲히츠 ▲바스젠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디어젠 ▲신테카바이오 ▲제이엘케이바이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AI 기술로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창업을 선택했다. 이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기업 대표들의 상당수는 삼성그룹과 인연이 있다.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산업계 전반의 ‘창업 요람’으로 기능한 삼성종합기술원 출신들이 첨단기술을 들고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은 것이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이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출신 임직원과 함께 기업을 창업한 사례도 있다. 

AI 신약 개발 기업인 스탠다임은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인 김진한·윤소정·송상옥 박사가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스탠다임을 창업하기 직전까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시스템 생물학과 딥러닝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동고동락했다. 에이인비의 박은영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거치며 AI 기술로 신약 발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창업을 선택했다. 박 대표와 함께 기업을 설립하기로 한 서승우 에이인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삼성종합기술원과 스탠다임에서 근무했다.

의료기기 기업을 창업한 대표들도 삼성그룹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많다. 바늘 없는 채혈기를 개발한 라메디텍의 최종석 대표는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세메스와 사내벤처 분사인 비앤비시스템에서 일하다 라메디텍을 설립했다. 병원에서 주로 쓰는 채혈기는 일회용 바늘을 사용했는데, 라메디텍은 바늘 대신 레이저를 활용해 제품의 사용 편의를 높이고 장비의 크기도 줄였다. 최 대표의 이런 사업 구상을 듣고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팀을 거친 박병철 라메디텍 이사 등이 초기 일원으로 창업에 함께 했다.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으로 꼽히는 뷰노도 삼성종합기술원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다. 이예하 뷰노 대표와 현재 벤처캐피탈(VC) 바이트를 운영하는 김현준 전 대표, 정규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딥러닝을 연구하다 창업을 준비했다. AI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의료·금융 등 기존 시장을 혁신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들은 뷰노 창업 이후 여러 제품을 개발했고, 현재 미국에서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트리아지를 비롯한 주요 제품을 허가받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자들의 네트워킹은 의료 AI 시장의 새로운 인맥도를 만들고 있다. 뷰노를 거친 박사급 인력들은 퇴사 이후 AI 분야 기업을 잇달아 창업했다. 현재 뷰노를 거쳐 간 창업자는 10여 명 정도다. 이 중 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업한 사람은 ▲마이허브의 양혁 대표 ▲팀엘리시움의 김원진 대표 ▲숨빗의 배웅 대표를 비롯해 절반 수준이다. 이들 기업은 상당수는 AI 기술로 의료현장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이허브는 AI 의료기기를 한데 모아 클라우드 형태로 공급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팀엘리시움은 근골격계질환을 진단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체형 분석 제품을 개발했다. 숨빗은 AI 기술로 판독문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헬스케어 창업 요람 된 ‘삼성종합기술원’

삼성그룹 출신 창업자들은 전자 부문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첨단기술을 새로운 사업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기업을 설립한 사례가 많다. 특히 삼성그룹의 R&D 핵심으로 꼽히는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은 AI 기술을 헬스케어 분야에 접목해 의약품 개발 과정의 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다 이를 활용해 기존 분야를 혁신하기 위해 창업을 택한 인재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종합기술원 내부에서도 1999년 일찍이 ‘바이오랩’이 만들어져 삼성그룹이 미개척지였던 바이오 사업을 키우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삼성종합기술원에서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고선 이 기술을 활용해 창업 전선에 뛰어든 연구자들이 부쩍 늘었다. 이미 AI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창업자들이 종횡무진 중이다.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의 류수정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시절 디지털신호프로세서(DSP)와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지용 신경망처리장치(NPU) 분야를 연구하는 딥엑스의 김정욱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근무했다. 퓨리오사AI를 창업한 백준호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경험을 쌓고 기업을 설립했다.

AI 헬스케어 사업은 다른 영역과 비교했을 때 창업에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면 제도 측면에서 사업상 도전과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적용하려면 산업 특성상 10~20년 이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 많고, AI 신약 개발과 AI 의료기기 등으로 영역을 좁히면 기업이 소수이기도 하다. 뷰노의 김 전 대표는 “의료나 헬스케어 분야는 당장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보니 창업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도 “뷰노 출신 인력들이 투자를 유치할 때 도움을 주고받고 있으며 바이트도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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