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과장급 읽는 마케팅 책 봐서야 되겠나
CEO가 과장급 읽는 마케팅 책 봐서야 되겠나
이지성 작가는 2007년 가을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이 38만 부 팔려나가면서 그야말로 ‘떴다’.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승승장구 요인을 분석한 자기계발서였다. 이어 각 분야 1인자의 인생에서 성공 법칙을 뽑아낸 <꿈꾸는 다락방> 은 230쇄 이상을 찍으며 100만 부를 돌파했다. 2009년 출간해 17만 부가 나간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은 올해 영어로 번역돼 미국 서점에 깔렸다. 지난해 11월 펴낸 <리딩으로 리드하라> 는 16만 부가량 팔렸다.
인문고전 읽기로 리더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리딩으로 리드하라> 는 그를 ‘인문학 멘토’ ‘정·재계 독서 선생’으로 만들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독서 미팅을 진행해 유명해지기도 했고, 홍정욱 의원에겐 지금도 독서 숙제를 내주고 있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 ‘인문고전’이 밑천지금은 여러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지만 그는 4년 전만 해도 무명 작가였다. 그는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0∼2008년 초등학교 교사를 했다. 일찌감치 작가를 꿈꾸며 1997년 시집을 냈지만 이후 10년 동안 출판사로부터 퇴짜와 수모를 당했다.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인문고전의 힘’ 덕분이다. 이 작가는 “인문고전을 맹렬하게 읽어 작가의 두뇌를 갖게 됐다”며 “인문고전을 번역서가 아닌 원전으로 보면서 한 글자도 남김없이 그대로 베껴 쓰고, 사색했다”고 말했다.
한때 대학에서 인문고전 읽기에 열심이었던 적이 있다. 기업에서도 인문학과 자연공학을 융합하는 ‘통섭’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이 작가는 “인문고전은 유행이 아니다”며 “특히 100년 기업을 영속하고 싶은 CEO들은 마케팅 전문서가 아닌 인문고전서를 먼저 손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도 처음부터 인문고전에 쉽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합격 후 아버지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과 장자의 <장자> 를 권했지만 <순수이성비판> 은 3분의 1쯤에서 포기했다. 대신 <장자> 에 빠져 명상 소설을 찾아다녔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인문고전 독서와 베껴쓰기에 나섰다.
그는 아인슈타인, 뉴턴, 처칠, 에디슨이 사고뭉치에서 위대한 천재로 탈바꿈하고, 둔재들만 가던 삼류학교 ‘시카고대학’이 노벨상 왕국이 되고 카네기, 워런 버핏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모두 인문고전이 있었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왕따’에 고등학교 퇴학, 대학 입학시험에도 낙방했던 별 볼일 없던 둔재였다. 그를 천재로 만든 건 유클리드의 <기하학> ,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 인문고전 독서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삼류 예술가 취급을 받으며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30대 중반 읽기 시작한 인문고전 원서들이 그를 변신시켰다. 이 작가는 “그들처럼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인문고전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순수이성비판> 기하학> 장자> 순수이성비판> 장자> 순수이성비판> 리딩으로> 리딩으로> 스물일곱> 꿈꾸는> 여자라면>
이 작가는 고전에 경영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기업들이 열광한 ‘블루오션’이란 말은 이미 손자병법에 나온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경쟁자 없는 새 시장을 창출하란 얘기”라며 “싸워서 이기려 하지 말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찾으란 건데, 이건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손자병법 구절을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전에 담긴 중요한 경영전략을 누군가 서양말로 바꾸니까 그럴듯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유명인에 대한 독서 선생 경험담도 얘기했다. 그는 먼저 CEO들의 독서량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이 작가는 “그나마 읽는 책도 과장급 수준의 마케팅이나 실무서”라며 “미국에선 초등학생들도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인문고전 101권을 필독서로 정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인문고전을 기업 경영의 밑천으로 삼은 재계 인물을 꼽아 달라고 하자 그는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이라고 답했다. “두 분 다 할아버지가 서당 훈장이었고, 유년시절 치열하게 고전을 암송했어요. 이병철 회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고초를 겪을 때 <장자> ‘달생편’을, 정주영 회장은 고령교 복구공사로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채근담> 을 찾아 읽었다고 해요.”
인문학이 돈을 벌어준다흔히 인문학은 ‘돈 버는 일’과는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이 작가는 이를 고정관념이자 무지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해 막대한 부를 일군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모두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다”며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 비결을 묻자 ‘철학 하는 것’이라고 밝혔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소크라테스 신봉자”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 식사와 바꾸겠다’는 잡스의 말은 유명하다.
이 작가는 인문고전 독서와 함께 사색을 강조했다. 그는 “유명한 책을 술술 암송하면서도 의미를 전혀 모른다면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된 인문고전 독서법은 바로 사색에 있다”고 말했다. 인문고전은 사색과 깨달음을 위한 초석이라는 것이다.
그는 ‘폴레폴레’란 인터넷 팬카페에서 1만3000여 명의 회원과 만나고 있다. e-메일, 트위터, 정모(정례모임), 강의 등을 통해 독서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은 대형 교회가 아닌 ‘작은 교회’의 길을 걷는 목사 7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사회비평서를 집필 중이다. 채근담>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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