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es] 재벌 후계구도에 맞춰 투자한다
[Riches] 재벌 후계구도에 맞춰 투자한다
서울 청담동에 거주하는 사업가 A씨는 현대글로비스와 SK C&C 등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A씨는 돈을 버는 대로 이들 주식을 조금씩 사 모은다. 절대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다. A씨가 이렇게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을 선택하는 원칙은 딱 한 가지다. 각 그룹사의 후계구도, 지배구조와 밀접한 주식만 사 모으는 것이다. A씨는 각 회사의 오너가 어떻게 주식지분을 후계구도에 활용하는지 주도면밀하게 조사한 다음 그에 맞춰 투자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무려 31.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성장과 더불어 고속 성장해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이 회사의 주식가치만 무려 2조2000억원이 넘는다. 8월 초의 폭락장에서도 크게 영향 받지 않았던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상당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줬다.
2009년 1월 4만원대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2010년 1월 10만원대, 2011년 1월 15만원대를 지나, 현재 18만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산업의 성장세와 함께 이 회사의 외형과 실적이 함께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함에 따라 매출 및 수익의 추가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후계자와 관련된 기업 주가도 높아A씨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의 ‘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후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간판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최대 주주는 현대모비스로 현대차 지분의 20.78%를 가지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최대 주주는 기아차(16.88%)이고, 기아차의 최대 주주는 다시 현대자동차(34.04%)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정의선 부회장의 기아자동차 지분은 1.75%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주식은 단 6445주만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2조원어치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경영권 승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A씨는 이와 같은 생각에 2009년부터 꾸준히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사 모아 현재 약 1만 주에 가까운 주식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80%에 이르는 수익률도 기록하고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A씨는 SK C&C의 주식을 2009년 11월 초 공모 및 상장할 때부터 계속 사 모으기 시작했다. SK C&C는 SK그룹의 시스템통합구축 업무를 맡고 있는 업체일 뿐이지만, SK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SK그룹에는 분명 지주회사인 ㈜SK가 존재한다. 하지만 ㈜SK의 최대 주주는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는 SK C&C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C&C의 지분 44.5%를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SK C&C-㈜SK-SK텔레콤 및 SK네트웍스 등으로 이어지는 구도인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집단에서 시스템통합 업체가 후계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가 많다. 계열사의 전산시스템을 구축 및 업그레이드하며 일감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시스템통합 작업을 통해 그룹 계열사 전반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시스템통합 업체는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고, 회사 설립 이후 오너의 증자로 지분율 높이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삼성그룹의 삼성SDS, 동부그룹의 동부CNI 와 같은 회사들이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11월 당시 3만원대에 상장한 SK C&C 주식은 현재 14만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상장한 지 채 2년이 안 되었지만, 공모가 대비 4~5배의 주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액면가는 500원이므로 액면 5000원으로 환산하면 현재 19만원대인 주가는 190만원대로 환산될 수 있는 것처럼 SK C&C의 액면가는 200원이기 때문에 액면 5000원으로 환산하면 주가는 무려 350만원에 이른다.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도 인기A씨는 최근 한 가지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씨와 차남 윤새봄씨가 8월 8일 웅진케미칼 주식을 각각 14만 주, 1만1050주 장내 매수했다는 뉴스다. 이에 따라 윤형덕씨는 웅진케미칼 주식 247만 주, 윤새봄씨는 243만 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들은 지난 2월 각각 14만 주, 1만 주를 취득했으며 지난 4월에도 15만 주와 28만 주를 매입하는 등 웅진케미칼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웅진케미칼은 과거 삼성그룹의 계열사였던 제일합섬이었으며, 1997년 새한으로 바뀌었다가 2008년 웅진그룹이 인수했다. A씨는 웅진케미칼 주식을 매수할 적절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A씨처럼 후계구도나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강남 부자가 많다. 이와 같은 전략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서울 역삼동에서 한의원을 하는 B씨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보수적인 투자자다. 직접 주식에 투자해 본 경험이 전혀 없던 B씨는 주가가 상당히 하락했던 8월 중순께 증권사에서 ‘하이 지주회사플러스 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는 우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장 지주회사 또는 지주회사로 전환 가능성이 큰 실질적인 지주회사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예를 들자면 ㈜LG, ㈜한화, ㈜SK, ㈜두산, ㈜CJ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주회사들은 주가 등락폭이 큰 경향이 있어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 더 많이 하락하지만, 주식시장이 반등할 때에는 상승률이 더 높은 특징이 있다.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50%인 한국의 실정에서 후계문제는 언제나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각 그룹 계열사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장 자녀가 보유한 주식을 함께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회장님의 ‘양아들’이 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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