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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 전문 아그로수퍼의 기예르모 디아즈 델 리오 사장 “65개국 수출 경험 나누고 싶다”

농축산 전문 아그로수퍼의 기예르모 디아즈 델 리오 사장 “65개국 수출 경험 나누고 싶다”

한·미 FTA 발효를 남겨두고 야권과 농민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찮다. 값싼 수입 농축산물이 들어올 경우 설 땅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우리 농민의 시름을 더하는 게 있다. 내년부터 가축 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올해 말까지 집중 단속하기로 한 조치다. 가축 분뇨는 비료용으로 쓰려고 보관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요가 없을 경우 계속 쌓아둘 수밖에 없다. 축산 분뇨의 처리 시설이나 대안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이미 겪고 우뚝 선 칠레 기업이 있다. 칠레 농축산 전문 기업인 아그로수퍼가 주인공이다. 아그로수퍼는 1955년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부근의 작은 양계장에서 출발했다. 칠레에 64개의 가축 농장을 포함해 200여 개의 농장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생산한 제품을 세계 65개국에 수출한다. 이 회사의 연매출은 18억 달러(약 2조원)다. 직원 수는 1만 명이다.



7500만 달러 투자해 축산 분뇨 문제 해결이 회사는 10년 전 축산 분뇨 처리 문제에 직면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축산 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아그로수퍼는 그때부터 10년 동안 처리 설비 등에 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아그로수퍼는 이런 시설로 농장의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태워 없앤다. 이 회사는 유엔이 인정한 농축산 분야 세계 첫 탄소배출권 생산업체다. 아그로수퍼는 일본의 도쿄전력과 캐나다의 트랜스알타 같은 전력회사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한다. 이를 통한 수입은 연간 500만~ 1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의 기예르모 디아즈 델 리오(45) 사장은 “크진 않지만 해마다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환경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축산 분뇨를 다른 방법으로도 활용한다. 메탄가스를 제거한 고형 분뇨를 칠레의 화훼농가에 판다. 이걸로 연간 100만 달러 정도를 번다.

이 회사는 FTA에 따른 수입 농산물 파고도 잘 헤쳐나갔다. 1980년대 칠레에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다. 당시 남미 전역이 경제위기에 빠졌다. 칠레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개방경제 정책을 펼쳤다. 많은 나라와 FTA를 맺었다. 관세장벽이 없어지자 많은 해외 기업이 칠레에 들어왔다. 칠레에서는 자동차회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칠레 정부는 농가 지원금 제도를 폐지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아그로수퍼의 주요 제품인 닭고기 소비도 줄었다.

아그로수퍼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예르모 디아즈 델 리오 사장은 “자연 환경을 생각하면 칠레가 농축산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그로수퍼는 우선 다양한 가축을 길러 위험을 분산하기로 했다. 당시 경기가 어려워 문을 닫는 양계장이 많았다. 아그로수퍼는 이 공간에 돼지를 키우기로 했다. 아그로수퍼는 사료용 곡물의 수입 단가를 낮추는 노력도 기울였다(칠레에서 가축용 사료로 쓰는 곡물은 거의 대부분 수입한다). FTA를 계기로 열린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아그로수퍼는 해마다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재 닭고기는 물론 돼지고기, 칠면조, 연어, 과일, 야채, 견과류 제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와인도 만들었지만 지난해부터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했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한국 비중이 12%인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품질이다. 아그로수퍼는 가축을 키워 도축 후 포장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한다. 디아즈 델 리오 사장은 “아그로수퍼의 모든 제품은 계약재배나 위탁가공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축 사료 역시 직접 만든다. 칠레 론고비로 지역의 사료공장에서 자체 농장에만 공급하는 전용 사료를 만든다.

아그로수퍼의 모든 사육농장은 출입구가 하나뿐이다. 사육 관리자와 외부 출입자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서다. 닭 이외의 가축을 키우기 시작한 1982년 이래 현재까지 아그로수퍼 농장에서는 가축 질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 품질관리를 위해서만 상주하는 인력이 300명이나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키운 가축의 도축과 가공은 농장 근처에서 이뤄진다.

이 회사의 둘째 장점은 세계 각국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제품 생산이다. 돼지고기를 200여 가지로 커팅·포장해 판매하는 회사는 아그로수퍼가 유일하다. 세계 각국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와 모양으로 제품을 가공한다. 독일식 족발을 만들기 위한 제품부터 한국에서 인기 많은 삼겹살까지 다양하다. 삼겹살 부위는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베이컨용 가공육으로 쓴다. 한국에서는 생고기로 구워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 삼겹살은 가공 공장에서 먹기 좋은 두께로 잘라서 포장한다. 디아즈 델 리오 사장은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한국식 삼겹살 구이가 인기 있다”며 “이런 각국의 소비자 변화를 잘 잡아내 알맞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아즈 델 리오 사장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농식품 산업 분야의 세계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전자제품 등에서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며 한국 정부 역시 수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 분야에서도 이런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적인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우수 인재를 농축산 식품 분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전체 수출에서 한국 비중 12%디아즈 델 리오 사장은 20번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 10월 15일 방문에서는 칠레양돈협회와 함께 한국외식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되는 세미나에 참석해 의견을 들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육류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 소비자는 육류를 어떻게 자르고 어떤 품종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반면, 한국 소비자는 고기 자체의 품질과 식감, 마블링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세련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TS대한제당·한화무역 등이 이 회사의 제품을 들여와 팔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와 정육점에서도 일부 팔리지만 주로 외식업체에 공급한다. 디아즈 델 리오 사장은 “한국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면 한국 법인을 세울 계획”이라며 “일반 소비자에게 아그로수퍼를 알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그로수퍼의 세계 65개국 해외시장 개척 경험을 한국 농민과 농축산 식품업계 관계자와 공유해 한국 농축산 식품산업의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정수정 이코노미스트 기자 palindro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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