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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시장 가격파괴 바람 - 저가 이통사의 도전, 빅3의 반값이면 된다

이통시장 가격파괴 바람 - 저가 이통사의 도전, 빅3의 반값이면 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세 사업자가 10년째 5:3:2 비율로 장악해 왔던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새로운 이동통신 사업자가 연내 등장할 예정이고, 이통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하는 이동전화망 임대사업자(MVNO)도 파격적인 ‘반값 통신’ 카드를 내세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5000만 명을 돌파했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103%에 달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가격 파괴와 고객 쟁탈전 결과에 따라 이동통신 3국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현대·CJ 등 대기업의 참여로 전운이 감도는 이동통신 시장을 살펴봤다.


11월 첫째 주. 이동통신 시장은 두 가지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현대그룹이 제4 이동통신 시장 참여를 공식 선언한 것과 이마트가 통화료가 최대 반값인 휴대전화 판매를 발표한 것이다. 사흘 간격으로 보도된 두 사건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이동통신 시장에 일대 파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초부터 시장에 공공연히 나돌던 현대그룹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설은 11월 7일 공식 확인됐다. 현대그룹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도하는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 컨소시엄에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이 1450억원 규모의 PEF(사모펀드)를 조성하고, 현대유엔아이가 35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제4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측은 “확정되지 않은 세부 사항이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면서도 “이통사업 진출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IST 컨소시엄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주파수 할당 신청기한인 18일 이전에 사업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이로써 제4 이동통신 사업은 이미 사업허가 신청서를 낸 KMI(한국모바일인터넷)와 IST 중 한 곳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KMI에는 동부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 중 제 4이동통신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주파수가 한정돼 있어 한 곳만 선정한다는 것이 방통위 방침이다.

이통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하는 MVNO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MVNO 시장에는 현재 KTC, 에넥스텔레콤, 대성홀딩스, 온세텔레콤 등 14개 회사가 사업자로 등록해 이 중 7곳이 7월에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10월에는 CJ그룹이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을 통해 MVNO 사업 진출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11월 10일 SK텔레콤이 주관한 ‘MVNO 파트너 협의체’ 첫 정기 간담회에는 23곳의 예비 MVNO 사업자가 참여해 이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대변했다.

새 이동통신 사업자와 MVNO가 등장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는 벌써부터 ‘반값 통신’ 바람이 불고 있다. 11월 11일 이마트는 MVNO인 프리텔레콤과 제휴해 전국 130개 매장에서 휴대전화 판매를 시작했다. 1000대 한정 판매인데, 시장 관심은 뜨거웠다. 유통업계 강자인 이마트가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든 배경도 관심사였지만 무엇보다 파격적인 요금이 화제였다. 이마트에 따르면 프리텔레콤이 제공하는 요금제인 ‘프리C’의 월 기본료는 최저 4500원이다. 이 회사에 통신망을 빌려주는 KT의 1만2000원 보다 절반 이상 싸다. 가입비나 약정기간도 없다. 프리텔레콤은 “통화요금도 20% 정도 저렴하다”고 밝혔다.



현대그룹·CJ그룹도 출사표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이마트폰의 요금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이중 ‘프리C 슬림’은 기본료 4500원, 초당 요금은 음성통화 2원, 영상통화 3원이다. 기본료가 6000원이 요금제는 음성이 1.8원이다. 기본료가 1만2000원으로 가장 비싼 ‘세이브’ 요금제는 초당 음성통화 요금이 1.2원이다. 기본료 4500원짜리 상품의 경우 월 200분 통화를 한다고 가정하면 이마트폰은 2만8500원, 기존 이통사는 대략 3만4000원 정도가 나온다. 프리텔레콤 측은 “휴대전화 사용량이 극히 적은 경우 요금을 절반도 안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매한 것은 판매기종이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최근 2000만명을 돌파한 와중에 과연 일반폰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꺼리거나 통신요금에 매우 민감한 고객 층을 대략 20% 안팎으로 본다. MVNO가 기존 이통사와 정면으로 붙기 보다는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SKT 망을 빌려 MVNO 사업에 뛰어든 KCT(한국케이블텔레콤)도 앞서 유사한 상품을 내놨다. KCT는 최근 한 달 기본료가 5500원으로 SK텔레콤(1만1000원)의 반값인 요금제를 내놨다. 2만5000원에 음성통화 250분, 문자메시지 250건을 이용할 수 있는 정액요금제와 5만 원 한도 내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만큼 음성통화나 문자를 쓸 수 있는 자율요금도 선보였다. 초당 음성통화 요금은 SKT와 같은 1.8원이다. KCT는 “통화 품질은 SK텔레콤과 동일하지만 부가서비스를 최소화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여 기존 이통사보다 최대 50% 싼 가격에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MVNO 중 처음으로 후불 서비스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MVNO들은 대부분 선불제 서비스를 해왔다. 선불제 요금제는 이용자가 전화요금을 미리 지불한 후에 통화할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경우 선불 요금제 이용률은 47% 정도다. 우리나라는 올 9월 기준으로 1.6%에 머물러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MVNO가 내놓은 요금제의 경우 기본 요금이 기존 이통사에 비해 42~58% 정도 저렴하다. 대부분 이제 막 내놓은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파괴 효과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마트폰의 판매 실적이 향후 MVNO 시장은 물론 이동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MVNO 진출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당 업체는 모두 부인했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대형할인마트+MVNO’ 모델이 확산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과 현대건설 인수 실패로 침체에 빠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이동통신 시장 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이동통신사가 긴장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블랙리스트 제도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통사의 단말기 고유번호(IMEI)가 등록된 단말기만 개통할 수 있었던 기존 ‘화이트리스트 제도’대신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이통사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 매장이나 유통업체, MVNO에서 구입한 단말기, 중고폰 등을 원하는 이통사에서 개통해 쓸 수 있다. 방통위가 블랙리스트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그동안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을 독점하면서 출고가 거품과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유통구조가 왜곡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이통사와 요금제 선택이 자유로워져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통사는 가입자 구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비스와 품질, 요금 인하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보조금이 사라져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늘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 유통업체 등이 가격 경쟁을 벌여 단말기 값이 내려갈 수 있다. 통신 업계는 이마트가 이번에 MVNO 판매에 나선 것은 블랙리스트 제도를 염두에 두고 시장을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반값 통신’을 포함한 이동통신 가격 파괴 경쟁은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하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KMI는 월 기본료 8000원인 요금제와 2만8000원에 무선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통사의 음성통화 기본료 1만2000원,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5만5000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33~49% 저렴하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현대증권이 주도하는 IST 컨소시엄은 아예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동영상 스트리밍 등 모든 서비스 요금을 기본료 없이 데이터 전송량으로만 계산하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IST 대표를 맡고 있는 양승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올 중순 기자간담회를 통해 “월 1만원대 요금으로 100시간 이상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4 이통사 “반값에 고품질 서비스 가능”최근 분위기는 정부가 기존 이통 3사에 가격 인하를 촉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규 사업자를 등장시켜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요금인하는 경쟁이 가장 유효한 정책”이라며 “MVNO와 제4이통사 출범을 통해 자연스럽게 요금이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경제정책 최우선 기조로 삼은 정부는 올 초부터 이동통신사를 압박해 왔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초 “통신 3사가 지난해 3조6000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냈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가격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직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 3사 CEO를 만나 “최근 스마트폰 이용 확대로 통신비 부담이 증가한 만큼 부담 완화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이통 3사 CEO는 “인하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SK텔레콤은 9월, KT는 10월, LG유플러스 11월에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다. 소비자들은 인하폭이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스마트폰 돌풍에 ‘통신비 부담’ 급증OECD가 최근 발표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11’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 통신비 지수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4만1388원으로 전년보다 5.8% 급증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 중 이동통신요금 지출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10만 3370원으로 전년(9만5259원) 보다 8.5%나 늘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KT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으로 LTE 가입자 중 6만20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한 가입자 비중은 75%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스마트폰 가입자 중 69%가 5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했고, 19%는 6만50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했다. SK텔레콤 역시 스마트폰 가입자의 70%이상이 월 5만5000원 요금제 이상을 선택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약정 기본요금만 내는 것도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전혜숙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 때 공개한 ‘스마트폰 요금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열명 중 네 명은 할당된 문자메시지나 음성통화료를 초과해 통신비를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T는 월 평균 142만명, KT와 LGU는 각각 101만명, 45만명이 초과 금액을 낸다. 1년으로 환산하면 약 4500억원이다. 5만5000원짜리 기본요금 할당 초과자는 1인당 매월 평균 1만3200원을 더 낸다는 계산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통신비 부담은 훨씬 가중됐다는 얘기다. 전 의원은 “스마트폰 요금 체계가 소비자보다는 사업자의 수익 구조로 설계됐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방통위는 이통사의 스마트폰 요금제 실태를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요금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요금 인가제는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지배사업자인 SKT의 독점을 방지하고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SKT는 정부의 인가를 받고, KT와 LGU는 자율로 요금을 정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통 3사간 묵시적인 가격 담합을 방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통 3사의 요금 체계가 기본료 1만2000원, 음성통화 초당 1.8원, 스마트폰 요금제 4만5000~9만5000원 등 대동소이한 배경이다.

11월 9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MVNO 파트너 협의체’ 첫 정기 간담회에서 이성영 제휴사업본부장이 SK텔레콤의 MVNO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진작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요금 인가제 폐지를 방통위에 권고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공정위가 작성한 ‘이동통신시장 경쟁 촉진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방안’에 따르면 “요금 인가제는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해 사실상 선발사업자의 요금 인하를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고 돼 있다. 후발사업자들이 선발사업자의 인가요금을 기준으로 자신의 요금을 결정해 사업자간 요금 경쟁이 제한되고 이통사가 과도한 초과 이윤을 향유한다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OCED 국가 중 이동통신 소매요금을 규제하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측은 “MVNO, 제4 이통사 정착 등으로 통신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는 등 경쟁 체제가 안정될 때까지는 요금 인가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쟁을 붙여 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논리와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해 요금인하를 제한하는 논리가 방통위 내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저가 동통신사의 도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지난 10년 간 시장을 장악하며 성장한 이통 3사를 상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고급 스마트폰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자본력과 인력·기술력을 감안할 때 시장 안착이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국내에 저가항공사가 등장할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올해 국내 항공 여객 6명 중 1명은 추락할까 무서워 어떻게 타느냐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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