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서비스로 기업 경쟁력 높인다
지식 서비스로 기업 경쟁력 높인다
2012년에 설립 50주년을 맞는 한국표준협회는 KS인증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표준 인증뿐만 아니라 품질관리와 교육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창룡(52)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이런 역할을 간단하게 “지식서비스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표준을 설정하고, 기업이 거기에 맞는 품질을 맞출 수 있도록 관리하고 교육하는 게 표준협회의 주요 업무라는 것이다.
제조업이 근간을 이루던 시절에는 표준협회가 표준 인증에 집중했다. 하지만 제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면서 표준협회의 영역도 서서히 확장됐다.
현재 협회의 업무는 크게 KS 또는 ISO인증을 하는 표준 부문, 제품 개선 기법을 개발하는 품질진흥 부문, 품질개선 방안을 교과 과정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교육 부문으로 나뉜다.
표준협회는 1975년 정부가 포상하는 ‘전국품질관리대회’를 개최한 이후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경영 활동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해마다 우수기업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12월 13일 열리는 ‘국가품질경영대회’다. 산업계의 품질 활동 성과를 총결산하는 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김 회장은 “서비스나 경영 등을 놓고 기업을 평가하는 대회는 많지만 오직 품질 하나만을 가지고 40여년 동안 시상한 건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37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472개의 품질경영 우수기업, 4169개의 우수 분임조, 1296명의 품질명장, 그리고 1693명의 유공자가 포상을 받는다.
김 회장은 “지방의 중소기업을 방문해 보면 1980년대부터 회사를 이어온 경영자를 종종 만나는데 표준협회의 KS 인증과 품질 교육을 통해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조원을 비롯한 10명 단위의 품질분임조가 제품 개선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사내 화합과 단결이 이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주가도 오른 회사가 많다.
국가품질경영대회 수상 기업 주가도 높아표준협회의 품질상을 받은 기업 가운데 25개사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수상 전 12개월과 수상 후 12개월의 평균 주가 상승률을 비교했다. 2005년, 2008년, 2009년 수상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보다 7% 넘게 높았다. 김 회장은 “국가품질상 수상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실적 개선에도 기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올해 국가품질경영대회는 처음으로 현장의 기술자들에게 큰 상을 수여한다. 그동안 대통령상 등의 큰 상은 보통 기업의 CEO나 고위 임원이 수상하는 게 관례였다. 현장 근로자의 직급이 대부분 낮다 보니 작은 상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현장의 명장들도 성과에 걸맞은 상을 받아 기술인의 자긍심을 고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품질경영대회에서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우리산업이 유공자 부문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주로 대기업이 받던 최고 영예의 상을 중소기업이 타는 것이다. 우리산업은 40여년 간 자동차 전장부품 업계에서 활약하며 품질검사에 까다로운 유럽 자동차에 PTV 히터 부품을 수출하는 등 뛰어난 품질혁신 공로를 인정 받았다.
1등을 차지한 우수 분임조가 가장 많이 나온 하이닉스도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 경기의 침체, 회사의 경영권 문제가 대두되는 와중에도 내부적으로 품질 개선 활동에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현장 중심의 혁신 활동에 대한 우수 성과와 사례를 널리 확산시키고 더 많은 분임조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제조업 중심 사회에서 탈피하면서 상대적으로 품질의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아닌 게 아니라 산업 분야가 다변화하고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와중에 기본 중의 기본인 ‘품질’의 가치가 되레 퇴색하는 분위기다. 애초 품질이라는 걸 정의하고 표준화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제품과 서비스의 기준을 정하는 게 표준이고, 이것에 기업의 가치를 체화해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 내는 것이 품질”이라고 말한다. “자원도 인구도 적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산업 전 분야에서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기능과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품질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특히 “인재를 키워야 품질도 확보할 수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회사가 어려워지면 교육 예산을 가장 먼저 삭감하게 마련이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인재 양성에 투자를 해야 기회가 왔을 때 다른 기업을 제치고 나갈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동향이 빠르게 변하면서 국가품질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의료와 교육부문을 추가했다. 김 회장은 “시장 개방을 앞두고 관련 산업의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녹색경영상’도 추가했다. 산업현장의 소집단이 자발적으로 혁신 활동을 전개하는 ‘학습동아리 운영사례’와 ‘자유형식 부문’도 신설했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표준협회는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보고서로 발간해 지속가능경영의 가치를 산업계에 알리는 한편, 1사1촌 자매결연 활동을 통해 직접적인 사회 공헌에도 나섰다. 2009년부터는 사회공헌 인증서도 수여하고 있다. ‘찾아가는 표준화 교실’ ‘저자와의 대화를 통한 북세미나’ 등 지식 나눔 운동에도 앞장선다.
내년이면 표준협회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한국 산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표준협회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목말라 있다. 김 회장은 “공공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이 약점”이라며 “기업의 품질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시대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합당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준협회는 품질관리나 기업교육 등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찾고 있다. 다른 민간 교육기관을 벤치마킹 하거나 대학 등 외부기관과 제휴를 맺는 등 외연을 확대하고 역량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윤 원장님의 강의 중 ‘과거에는 강한 자와 약한 자로 구분되었지만 요즘은 빠른 자와 느린 자로 구분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외부의 교육 환경변화에 재빨리 대응하고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해서 시장을 선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제37회 국가품질경영대회
현장 기술자에게 대통령상 수여
12월 13일 열리는 ‘제37회 국가품질경영대회’는 전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최우수 품질근로자와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성우하이텍이 국가품질대상을, SKC필름사업부문과 코오롱글로텍 등 6개 단체가 품질경영상을, 동국제강 등 10개 단체가 설비관리상 등의 대통령표창을 수상한다. 금호피앤비화학, 노루페인트 등 5개 단체가 품질경쟁력 우수상 장관표창을, 신도리코, 팬텍 등 8개 단체가 서비스품질우수상 장관표창을 수상하며, 분임조우수기업상 장관표창은 한국철도공사 대전청도차량정비단이 받는다.
올해로 37회째를 맞는 국가품질경영대회는 경제의 근간이 되는 현장 근로자를 독려하고 품질혁신 활동의 우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해마다 열고 있다. 품질분임조, 품질리더, 유공자, 품질경영우수단체 등을 포상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현장 기술자들이 큰 상을 직접 받는 이례적인 풍경이 벌어진다. 두산중공업의 이상원 기장이 동탑산업훈장을, LG전자의 송인호 기성,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변성연 기감이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이상원 기장은 발전설비 부품 가공업무를 수행하며 품질분임조의 분임장을 역임했다. 이 기장의 주도로 품질개선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기장은 품질개선 기법을 적용해 발전설비의 핵심 부품 50여종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연간 120억 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송인호 기성은 이미 공정개선 활동으로 사내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한 경험이 있다. 사내 품질강사로 활동하며 현장의 품질인력 양성에도 힘써왔다.
송 기성의 품질개선 활동 결과 전년 대비 생산성이 76% 향상됐고, 공정개선 활동을 통해 약 250억 원의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변성연 기감은 외국에서 도입된 설비의 비효율적인 공정을 개선해 1억여 원의 원가를 절감하는 등 활동을 통해 약 11억 원의 개선 효과를 냈다. 변 기감이 1년에 제출한 제안만 1318건에 달한다. 그는 사내 제안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했다.
이번 국가품질경영대회는 우수사례 발굴의 범위를 확대해 현장 근로자와 중소기업인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품질강국의 주역이 이들이라는 것을 알려 자긍심을 심어주고, 품질경영 활동이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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