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김미정 파가니카CC 대표 - 먹고 마시는 거품 빼야 골프 산다
[GOLF] 김미정 파가니카CC 대표 - 먹고 마시는 거품 빼야 골프 산다
사진 오상민 기자
김미정 파가니카CC 대표의 꿈은 예술가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오사카예술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비디오아트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양미학 박사 과정 중 전 세계를 돌며 인물 사진을 찍었다. 일본 니콘살롱 갤러리, 대만 다카오시립도서관 갤러리, 뉴욕 파인아트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고 필라델피아·뉴욕·텍사스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가 1992년 미국 월드드림 아시아 담당 대표, 투어나이더 대표를 거친 후 2007년 다시 일본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와까야마GC 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당시 일본 골프 산업은 긴 경기 침체로 전체 골프장의 30% 정도가 매각되거나 문을 닫았다. 와까야마GC의 경영을 정상화 하는 게 임무였다”며 “먼저 내 월급을 내놓았다. 인력을 줄이면서 1인다역을 강조했다.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었다”고 말했다.
골프산업 침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늘어나는 골프장에 비해 이용객은 정체 상태고, 입회금 반환 시기 도래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2010년 이후 굵직한 매각만 15건이다. 한 달에 한 개꼴로 대형 골프장이 매물로 나왔다. 이런 시점에서 일본 골프장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김 대표의 등장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필드의 세대교체가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 골프산업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면서 골퍼들의 세대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은 40대 등 중장년층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골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김 대표는 골프장 경영 방법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껏 회원권 분양을 통해 골프장을 소유하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한 분양과 확장이 이뤄졌다”며 “회원권 판매에 열중한 게 골프 산업 위기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상의 그린과 효율적인 코스 관리, 합리적인 가격을 경영혁신의 큰 줄기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골프장의 군살을 빼는 게 우선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 골프장은 필요 이상을 고용해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골프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시간에 따라 1인2역, 1인5역을 맡을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음부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져봤다. 먹고 마시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서다. “골프가 대중화 된지 오래다. 접대나 호사로 인식하는 시대는 지났다. 골프장도 햄버거, 김밥을 먹으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는 “우선 식당 거품을 빼려고 한다. 골프장 주변 5000원짜리 순두부찌개 식당과 경쟁해서 가격이나 질적인 면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파가니카에선 마늘볶음밥과 녹차수제비 등 합리적인 가격대의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김 대표는 또 주중 시간대, 요일 별·월 별 운영 등 고객 유치를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그는 “2명 또는 5명이 와도 함께 공을 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골프장은 섬세한 관리와 이용객에 대한 배려, 곳곳에서 만나는 서비스가 중요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카트의 승하차 위치와 라커룸까지 동선을 계산할 정도로 치밀하다.
현재 파가니카는 창립회원(2억8000만원) 150명이 다 채워졌고, 1차 분양(3억3000만원)을 진행하고 있다. 탁월한 접근성과 자연 친화적인 코스라는 장점이 주효했다.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올림픽대로 강일IC에서 춘천시 남면에 위치한 파가니카CC까지는 승용차로 30분 정도. 7200야드의 골프 코스는 조망이 시원한 힐코스와 다이내믹한 포레스트코스 등 산악 지역의 특성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곤지암CC와 레이크힐스순천CC를 조성한 세계적 조형사인 글렌 니켈이 조형을 맡았다.
‘그린피’ 냈으면 좋은 잔디 밟아야김 대표가 큰 관심을 쏟는 게 그린 관리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코스관리 책임자와 함께한 코스 시찰이었다. 그는 토양과 잔디 상태를 체크한 뒤 시범 오픈 6일을 남겨두고 이를 연기했다. 잔디 상태가 오픈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게 이유였다. 직원들이 “오픈을 연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류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한번 라운딩에 나서면 5시간 이상 코스에서 보내는데 잔디 상태가 나쁘면 재미가 있겠는가. 그린 피는 말 그대로 그린(잔디)을 사용하는 비용이다. 당연히 코스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 날짜에 오픈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용객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대개의 한국 골프장에 힐스, 밸리 같은 이름이 붙는데 ‘파가니카’는 다소 생소하다. 김 대표는 “파가니카는 로마 병사들이 한쪽 끝이 구부러진 스틱을 이용해 새털로 속을 채운 볼을 치는 운동으로 골프의 유래가 된 게임”이라며 “신 골프 8학군으로 불리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주변 골프장 중 최고의 명문 골프클럽이 되겠다는 열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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