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전문가 릴레이 건강학 - 라식 수술 전엔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Health 전문가 릴레이 건강학 - 라식 수술 전엔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Campania) 지역은 배낭여행객과 와인 매니어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가 있고, 로마시대부터 이탈리아의 최상급의 와인을 만드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캄파니아주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역이 아벨리노(Avelino)다. 안과의사 사이에선 와인보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란 특이 질병으로 아벨리노란 명칭이 유명하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각막에 흰 반점이 생기면서 실명을 일으키는 병이다. 처음 보고된 4명의 가족 환자 모두가 아벨리노 출신이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은 투명해야 할 각막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끼어서 발생한다. 현재 학계에선 132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동형 접합자와 이형 접합자로 구분된다. 동형 접합자는 부모에게 모든 아벨리노 유전자를 물려받은 환자를 말한다. 이 경우 어릴 때부터 각막 이상증이 발병해 성인이 되기 전에 실명할 수 있다. 증상이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전층 각막이식술이나 심층 층판 각막이식술로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부모로부터 이상 유전자를 하나만 물려받은 이형 접합 환자다. 대부분의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가 이형 접합자다. 진행이 아주 느리기 때문에 보통 20~30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다. 60대가 넘어서야 시력 저하나 눈부심 등의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하면 레이저 탓에 외상이 생기고 병의 진행이 빨라진다. 각막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침착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술 직후에는 시력이 좋아지지만 차츰 각막혼탁이 진행되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국내에는 2002년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가 라식 수술을 받고 오히려 각막혼탁이 심해져 시력이 약화됐다고 보고된 게 첫 사례다.
각막 이상증은 대략 20가지 이상으로 그 종류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 같은 시력교정술이 널리 사용되면서부터다. 시력교정 수술이 없었다면 다른 각막 이상증처럼 몇몇 안과 전문의만 알고 있는 희귀한 질병으로 잊혀졌을 확률이 높다.
많은 사람이 라식이나 라섹 수술 전 의사가 유전자 검사를 권하면 “쓸데 없는 검사를 받게 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라식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을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를 꼭 받는 게 좋다. 기본적인 현미경 검사만으로는 이 병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콘택트 렌즈를 오래 착용했거나 외부 환경 요인으로 병의 진행이 빠르게 진행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이형 접합자는 현미경 진단에서 각막소견이 정상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
다행히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기술이 좋아져 모발이나 구강점막세포만으로 검사가 가능하고 결과도 일주일 이내에 알 수 있다. 라식과 라섹 수술을 하는 안과에서 유전자 검사를 함께 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 중에 각막 이상증 환자가 있거나 너무 이른 나이에 시력 교정술을 할 때는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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